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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세상 이야기48    
글쓴이 : 이하재    20-09-30 15:41    조회 : 1,553
* 택시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세상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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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는 편의점도 벤치도 없다. 강남에서 북쪽으로 건너가기 위한 다리로 이어진 길이 있을 뿐이다. 한강을 걸어서 건너는 사람은 드물다. 당연히 그 길을 통과하는 사람도 적을 것이나  평일의 그곳은 젊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남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젊은 여성도 드물게 끼어있다. 잠실에서 잠실대교로 들어서기 전 오른쪽에 높은 방음벽이 있다. 담쟁이덩굴에 뒤덮인 방음벽과 키 큰 소나무 사이에서 몇 명씩 대화를 하거나 혼자 서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얀 연기를 뿜어내고는 길 건너 빌딩 속으로 돌아간다.

 몇 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옛 건물들이 더 높고 깨끗한 빌딩으로 탈바꿈을 하고 부터다. 새로 지어진 건물 안에서의 흡연은 허락되지 않는가보다. 게다가 대부분의 버스정류장은 금연구역이고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거리도 금연구역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흡연하는 직장인들이 사무실을 나와 길을 건너서 담배를 피웠을 것이다. 그곳은 아파트 단지다. ‘이곳은 외부인의 흡연 장소가 아닙니다.’라는 현수막을 내어걸고 주민들이 반발하자 더 멀리 잠실대교 입구까지 쫓기어 갔을 것이다. 눈물겨운 담배사랑이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는 말로 미루어보면 예로부터 담배는 인간에게 매우 친숙한 기호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임진왜란 이후 전래되어 점점 널리 보급되었으리라. 곰방대의 길이에 따라 신분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했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몰래 곰방대를 빨아본 적이 있다. 빈 곰방대였지만 독한 니코틴 냄새로 얼굴을 찡그렸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종이를 담배처럼 말아 어른들 흉내를 내며 놀았었다. 핸드폰도 게임기도 없던 시절이다. 호기심으로 어른들이 피던 담배꽁초를 입에 물며 애연가로 성장하였다.

 잡지에도 영화에도 텔레비전 연속극에도 배우의 담배 피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었다. 외로워서 쓸쓸해서 마음이 괴로워서 심각해서 기분이 좋아서 반가워서 이유도 많다. 담배연기를 깊이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뿜는 장면은 멋지게 보였다. 정책적으로 흡연을 장려하였을까마는 담배경작은 농가의 높은 소득원이기도 하였다. 흡연은 간접세를 많이 내어 애국하는 길이기도 하였으며 밀수품인 양담배를 피우는 것은 매국과 다름없는 일이라 철저하게 단속했던 시절도 있었다. 담배 한 갑 살 돈이 없으면 개비(낱개)로 사서 피웠으니 담배전성기였던 셈이다.

  “담배 한 대 피고 합시다.” 작업반장의 이 말은 얼마나 반가운 말이었던가. 건설현장에서의 쉬었다하자는 말은 담배 피우자는 말과 동의어였다.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뻑뻑 빨아대는 담배 맛은 꿀맛이었다. 그늘에 둘러앉아 나누는 음담패설로 스트레스를 풀고 망치를 다시 잡으면 능률이 더 올랐다. 쉬는 시간이 곧 담배를 피우는 시간이었다. 휴식시간이면 어김없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라비아사막의 건설현장에서 나는 완전한 골초가 되었다. 담배 없으면 불안한 남자가 되어서 귀국하였다.

 가정을 이루고도 담배사랑은 여전하였으니 쌀독이 비었어도 담배는 꼭 곁에 있어야만 했었다. 장소도 가리지 않고 피웠다. 단칸방에서 독한 연기를 뿜어댔으니 함께 사는 식구들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남의 집구석도 다르지 않았기에 미안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의료보험이 도입되고 부터였을 게다. 흡연의 유해성이 보도되고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영화에서도 텔레비전 연속극에서도 광고에서도 흡연 장면은 점차 사라지고 금연을 적극 권장하기 시작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금연을 하려하지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삼십년이 넘게 길들여진 습관을 하루아침에 무 자르듯이 할 수는 없다. 작심삼일을 반복하였다. 금연침도 있고 금연학교도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그 정도의 절실함을 못 느꼈다. 하루 한 갑씩 피던 것을 조금씩 줄여 나갔다.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면서도 끊지 못하고 뻐끔뻐끔 담배와 진한키스를 하였다. 참으로 눈물겨운 사랑이었다.

 담배를 피우려고 일부러 택시를 타는 손님이 있다. 반가운 손님이다. 함께 담배를 피우면 창문은 굴뚝처럼 연기를 뱉어낸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모든 창문을 내리고 환기를 하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도 어렵다. 60대의 부부손님이 타자마자 창문을 내리며 ‘담배 피우시나 봐요?’ 손님을 생각해아죠!‘  얼굴이 화끈거리며 무안했다. 점잖게 하는 말이었지만 소심한 나에게는 비수와 다르지 않았다. 그 후로 차 안에서의 흡연은 없었다. 금연을 해야겠다는 나의 의지는 점점 단단해져갔다.

 눈에서 멀어지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정도 식어간다. 담배와 관련된 소품을, 라이터와 재떨이를 버렸다. 자동차 안의 재떨이도 동전으로 꽉 채웠다. 범국민 금연캠페인으로 택시 안에서의 흡연손님도 줄었다. 차도 바뀌었다. 새 차는 아예 재떨이가 없다. 담배와의 사랑은 아득히 멀어져갔다. 담배의 중독에서 해방되었다. <환희>와 더불어 <아리랑>고개를 넘고 <도라지>를 캤다. <거북선>을 타고 <한산도>에 가 <솔>향기에 흠뻑 빠져 청춘을 불태웠던 35년 세월이었다.

 담배와 절연을 하고부터 입 안이 상쾌했다. 체내의 변화야 알 수 없지만 가래침을 뱉지 않아도 되었다. 담뱃재가 없으니 주위가 깨끗해졌고 냄새가 나지 않아 좋았다. 몸에 깊이 밴 냄새는 환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 골초손님이 타면 숨이 멎는 듯하다. 가끔은 손님들로부터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는 밀을 듣는다. 기분 좋은 말이다. 담배가 건강에 매우 해롭다는 연구결과는 방송을 타고 널리 확산되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가 되었다. 흡연자들이 대우 받던 시대는 끝났다.

 버스 의자뒤쪽에 붙어있던 재떨이가 없어진 지는 오래 되었다. 택시 안에서의 흡연도 법적으로 금지 되었다. 금연아파트, 금연거리, 금연공원, 금연빌딩, 금연사무실 등이 늘어 애연가들의 설자리가 극히 제한적이다. 인체에 유해하다면서 생산판매를 하고 금연하기를 권장하는 모순된 현상은 오랜 동안 이어질 것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의 뜨거운 담배사랑은 몇 백 미터 이동하는 수고로움 쯤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스스로 깨달아 금연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