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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 새끼    
글쓴이 : 조해영    23-03-13 10:22    조회 : 1,892

제비 새끼

조해영

올 봄, 우리 집에 제비새끼 다섯 마리가 태어났다.

몇 해 전 제비가 현관 밖 처마에 반원 모양의 둥지를 지어 놓았다. 회색빛 진흙으로 지은 단단해 보이는 둥지였다. 반원 둥지에서는 해마다 제비들이 부화하더니 어느 날 어미제비는 키운 새끼들을 데리고 훌쩍 떠나곤 했다. 작년에는 둥지에서 부화 소식이 없길래 다른 집에 둥지를 틀었나 했다.

5월 즈음이었다. 제비가 현관 주위를 날아다니기에 알을 낳으려나, 알을 낳았나 생각했다. 다시 찾아온 제비가 반가웠다. 그러나 둥지 바로 밑은 제비 똥이 쌓였고 파리가 꼬였다. 얼마든지 와서 알을 낳고 새끼를 낳아도 좋으니 배설물만 다른 곳에다 해결하면 안 되겠니 하면서 청소를 하고 신문지를 깔아놓았다.

제비가 둥지위를 날아들던 어느날 깍깍깍까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둥지에서 제비새끼들이 까맣고 동그란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는게 아닌가? 세어보니 다섯 마리다. 경이로웠다. ‘아이 귀여워소리가 절로 나왔다. 제비새끼를 쳐다보느라 둥지 아래서 서성이는데 어미새가 날아왔다 다시 날아가기를 반복한다. 마치 지 새끼들에게서 물러나라는 신호 같았다. 갓 태어난 새끼들이 변을 당할까 불안해하는 어미새의 심정이 느껴져 자리를 피해주었다.

나는 새끼제비들이 눈에 아른거려 수시로 현관문을 들락거렸다.

어미 제비는 수시로 먹이를 물어와 세끼들 입속에 넣어준다. 먹이를 받아 먹는 제비 새끼들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목이 아플 정도였다.

제비에 대해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제비는 무리생활을 하며 알을 낳는데 부화한 새끼들을 부모새가 함께 보살핀다고 한다. 새끼들이 싼 배설물은 둥지밖으로 버려 바로바로 청소해 준다고 한다. 부화 직후에는 먹이를 자주 물어다 주다 어느 정도 자라면 먹이 주는 횟수를 줄여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날 수 있게끔 한단다.

그러고 보니 둥지가 내려다보이는 전선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마리의 제비가 보였다. 한 마리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도착한 곳은 처마 밑 제비집이었다. 먹이를 물고 온 것이다. 새끼제비들은 일제히 끽깍각소리를 내며 입을 쩍 벌리고 먹이를 맞이한다. 어미새, 아비새가 번갈아가며 먹이를 물어다 입에 넣어준다. 멀리서 날아오는 부모새를 향해 새끼제비들은 일제히 입을 쩍쩍 벌리다가 한 마리 새끼 입속에 들어가면 일제히 입을 닫는다. 어미새, 아비새의 부리로는 한 입 먹이라 먼저 먹이를 얻은 새끼는 둥지안으로 고개를 숙이곤 한다.

서로 사이좋게 지낸다더니 정말 그리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비좁은 둥지안에서 자세를 바꾸는 제비에게 옆의 제비가 하며 소리를 지른다. 마치 누나가 동생에게 나도 불편하단 말이야 가만히 좀 있어하는 것처럼. 사람과 비슷한 제비의 습성에 더 애정이 갔다.

제비 새끼들이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마냥 귀엽다.

덩치가 커진 다섯 마리가 지내기엔 둥지안이 비좁고 불편해도 서로 꼬몰거리며 솜털이 보송보송해지는 새끼들을 보는 내 마음이 제비 부모 마음이겠지. 또 얼마나 흡족스러울까? 다섯 새끼 입에 들어갈 먹이 물어다 먹이느라 힘에 부쳐도 먹는거 보는 것 만으로도 배부르다는 부모마음이겠지.

제비는 한번에 3~5개의 알을 낳는다는데 다섯 마리의 새끼가 태어났으니 어찌됐건 제몫을 다한 풍족한 제비부부였다.

줄기찬 장맛비에도 새끼들 배 곯을까 쉬지 않고 먹이를 물어다 입속에 넣어준다. 다섯새끼나 되니 쉴새없이 먹이를 물어다 주느라 제비 어미와 아비는 제대로 먹는건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조만간 둥지를 떠날 제비새끼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허전함이 밀려왔다. 내 자식도 아니요 키운 자식도 아는데 바라본 정도 정이라고 마음이 이러하니 멀리 자식 떠나 보내는 부모 마음이 이런걸까?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 아침, 둥지안에 있던 제비새끼들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떠났나 하며 내가 서운해하자 엄마는 인사도 없이 갔다며 마치 사람 대하 듯 한다. 비도 오는데 장마가 지나가면 떠나지 하며 걱정스러운 말도 덧붙이신다.

제비 가족이 뭐라고 허전하고 그리운 마음을 달래면서 지식 정보에 나와 있던 것처럼 날개에 힘이 생긴 새끼들이 먹이를 찾아 잠시 둥지를 비운 것은 아닐까? 혹시 아직 날갯짓이 서툰 새끼들이 다시 오지 않을까 하며 기다려졌다.

그 다음날 오후 깍깍깍소리가 요란해 나가봤더니 둥지에 새끼가 있지 않은가?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있던 그 까맣고 작은 제비 새끼들. 세 마리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다음날 아침 제비집에 다섯 마리가 나란히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아직 완전한 비행은 무리였다. 비바람을 이기기엔 어린 새끼들이었다.

장마에 꼼짝없이 둥지안에 들어앉은 제비들이지만 난 다시 그 귀여운 모습을 볼수 있는 낙이 생겨 현관문을 들락날락 거렸다. 그러던 중 비가 그치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여느때처럼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다 주니 한 마리가 받아먹는다. 이어서 아비새가 다가오더니 그냥 휙 날아간다. 새끼들이 일제히 까가가각 까가가각 하던중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른다. 이어서 다른 제비도 날아오른다. 우물쭈물하던 다른 제비도 나머지 제비도 다같이 날아오른다. 부모새를 따라간다. 제비 가족이 향한 곳은 바로 옆집이다. 빨랫줄을 밟고 다시 빙그르르 한바퀴 돌더니 휙 날아올라 높이 더 멀리 날아간다. 온전한 제비가족의 비행이다.

그렇게 시작된 비행은 이른 아침 일어나 외출 나갔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둥지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세상구경하랴, 먹이 찾는 훈련하랴 피곤했는지 둥지에 머리를 박고 꽁지를 내밀고서는 곤히 잔다. 덩치가 커져 둥지 안에 다섯 마리가 다 들어갈 수 없으니 터득한 지혜인 모양이다. 대견하다.

화창한 날, 정들었던 제비들이 떠나는 날이 왔다. 집안에 있는데 까가각, 까가각제비 소리가 들린다. 나가보니 제비들이 처마 주변에서 맴돈다. 떠날 채비를 하고 자기들 간다고 작별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한 무리 제비일가가 집주변을 한 바퀴 돌더니 날아올라 저 멀리 사라졌다.

그래, 잘가거라. 내년에도 집 한 켠 내어주고 똥도 치워줄 테니 또 오렴

아쉬운 마음에 제비들이 날아간 하늘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부모란 이런 것인가?

새끼가 태어날 둥지를 짓기 위해 작은 부리로 콩알만 한 진흙이며 지푸라기 등을 물어다 붙이느라 얼마나 많은 날갯짓을 했을까? 새끼들 먹여 키우느라 얼마나 두 눈 부릅뜨고 먹이 찾아 헤맸을까. 나의 부모도 이러했겠지.

자식과 살고 있으면서도 나머지 자식이 보고 싶고 목소리가 듣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겠지? 같이 살고 있는 엄마는 사흘이 멀다 하고 언니, 오빠 목소리가 듣고 싶어 먼저 전화한다.

엄마, 엄마가 먼저 전화하니까 전화할 틈이 없잖아. 그러니까 좀 기다려봐요,’라고 하면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목소리가 듣고 싶으니 어떡하니. 목소리 듣고 싶은 사람이 먼저 전화해야지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사랑하면 지는 거라고 보고 싶은 마음이 큰 건 항상 부모인가 보다.

어린 제비들이 귀여워 자꾸 보고 싶고 너그러웠던 마음인 것은 작고 연약해서 돌보아주어야 하는 대상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나이 드신 엄마가 문득 귀여울때가 있다. 그런데 예전과는 다른 모습에 짠한 마음이다가도 짜증을 낼때가 있다. 이것이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향한 마음의 차이인가 보다.

어린 제비들을 마냥 귀엽게 바라보았던 것처럼 엄마에 대한 마음이 그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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