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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방금 시작된 농담이다    
글쓴이 : 김선봉    17-11-26 15:01    조회 : 6,768
   수정본-삶은 방금 시작된 농담이다.hwp (16.0K) [3] DATE : 2017-11-26 15:05:45

삶은 방금 시작된 농담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남들은 다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저만 잘못 사는 것 같아요. 확신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살아가는 낙도 없어요." 한숨 섞어 말하는 그의 입에서 걱정과 불안도 섞여 나온다. 난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정확히 이해하려면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건 의사소통의 기본이다. 이건 삶의 방향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이제껏 아내와 자식을 위해 살아온 세월이 잘못 됐다고 생각하는 듯싶었다. 난 말해줬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했으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고.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은 남아도 후회는 말라고. 그는 좀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자꾸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비교할수록 자신만 초라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약간 수긍하는 눈치다. 이럴 때 쐐기를 박아야 한다. 내 말에 흔들린다는 건 스스로의 생각을 의심한다는 뜻일 테니까. 그렇다고 그 의혹으로 180도 바뀌진 않는다. 허나 그건 그의 몫이다.

 

내 눈은 인쇄지를 쳐다본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한 중년여성의 수필을 보며 상황을 그려본다. 글을 그림으로 그려야 쉽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가 쉬워야 전체적인 파악이 가능하니까. 전체적인 상황파악이 가능해야 장단점과 대안 등의 분석도 가능하다. 그런데 읽어도 도무지 공감이 어려웠다. 내용은 윗층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시끄러워 쫓아 올라가 이런저런 사정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도 몰랐던 부분을 안다. 거기에서 감정이 일어나 글로 쓴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물론 그렇게 살아도 된다. 살아가는 방식엔 정답이 없다니까. 이렇게 살아도 되고, 저렇게 살아도 된다. 다만 그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할 순 있다. 이것이 가능하면 발전할 수 있다.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최선의 선택을 할 테니까. 그러나 그 이상을 넘어서면 과잉의식으로 삶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존재를 부정하는 셈이다. 삶을 부정하면 막장으로 간다. 부정보단 긍정이 낫다.

 

교단에서 일하는 여선생님이 있다. 가정을 꾸리고서 변화된 오늘을 살아간다. 워낙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불어와서인지 현기증을 느낀다는 글을 그녀의 글에서 자주 본다. 그리고 앞으론 농담하며 가볍게 살고 싶단다. 뒤집어서본다면 워낙에 진지해서 농담도 못하며 무겁게 살아왔다는 결론을 얻는다. 과거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들어가면 그곳이 곧 성공으로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가치관은 변화했다. 그리고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그 방식이 성공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중심의 사회에서 과정중심의 사회로 변신 중이다. 그 변화가 갑작스럽다. 그 여선생의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어느새 우린 삶의 질을 따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엔 생존 자체가 목적 이었다면 지금은 개인적 만족이 우선이다. 예전엔 시키는 것만 잘하면 그것이 곧 능력으로 불렸다. 헌데 지금은 그래서는 만족할 수 없다. 이 만족이 행복으로 향하는 통로역할을 한다.

 

위의 세 사람은 내 주변에 계신 분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본인들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회의를 품는다. 혹은 지금 걷는 길에 대해서 자신 없어한다. 당연하다. 이제껏 걸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지라도 자신감을 갖는 건 중요하다.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의 상태다. 어두운 밤길을 걷는 덴 자신감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생의 어두운 밤길 걷는데 두려움과 외로움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갈림길에선 충분히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러다가 결정이 나면 주저 없이 걸으면 된다. 걸으며 뒤돌아보는 행동은 현명하지 않다. 일단 방향이 정해졌으면 앞만 보고가야 한다. 고민해서 결정한 것을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본인의 선택을 부정하면 곤란하다. 상황이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본인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그럴 때 삶의 자신감이 붙는다. 지나친 자신감은 독선적이다. 허나 적당한 자신감은 희망적이다.
2017.11.26


문영일   17-12-02 15:58
    
김선생님은 내공이 깊은 분이군요.  자신이 넘치시는 글 잘 보았습니다.
박영화   17-12-10 17:58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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