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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모삼천지교    
글쓴이 : 윤정미    20-12-11 20:03    조회 : 6,396
   맹모삼천지교 3.hwp (32.5K) [0] DATE : 2020-12-11 20:03:10

맹모 삼천지교                                                                                          윤정미

  '토론토 오케스트라에 키 작은 초등학생이 끼어 있었다. 공연 중간 브레이크 타임에 클래식 애호가들이 작은 신동이라 칭찬하며 싸인을 해 달랄고 아들 주위를 둘러 쌌다. 나비 넥타이를 매고 방긋 웃으며 그들과 사진도 같이 찍었다.'아! 네가 나의 꿈을 이루어 주는구나.' 먼 발치서 바라보는 나는 세상의 빛이 된 것 같았다. 

   "음악적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성공 할 수 없어요." 선생님이 아들을 제자로 포기 한다는 선언을 했다. '10년 공든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더 이상 억지로 연습을 강요하지 말고 내려 놓으라는 거다.'재능이 5%, 연습이 95%라는 말이 화살이 되어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선생님은 악보를 보고 연습은 해 오지 않고 기억 안나는 부분을 창작해 즉석 연주하는 제자를  작곡가로 키우고 싶으셨다 했다. 나는 초등학교때 '엘리제를 위하여'를 피아노로 쳤지만 더 심오한 교향곡에 도전하지 못했다.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에게 투사하여 나의 방식대로 이끌었지만 갈등의 쳇바퀴는 엄청난 마음의 연료만 낭비했다.

   '아, 이제 어떡하지? 학교 성적은 엉망인데. 의식은 새벽 안개에  둘러 싸인 숲속길을 마냥 헤매었다. 그동안 삶을 지배 했던 '바이올린 환상'은 큰 공백을 남기고 온 집안을 흔들었다. 이제는 물 건너 갔으니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라는 형의 말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지하방 얻어 독립 하겠단다. 동생을 향해 든 주먹은 옷장문을 뚫고 지나갔다. 검은 구멍에서 옛날 다락방이 보였다. 어린 아들은 유치원서 돌아오면 어둑한 백열 전구 조명 아래서 레고 블럭 박스를 쏟아 엎어 놓고 여러 모양의 집과 성을 지어 일인이역 놀이를 즐겨했다. "대장님, 준비 되었어요."  "그래? 적군을 물리치러 가자!" 무의식에 있는 어린 자아는 자신이 조립한 미니 빌딩에 미래의 스토리를 심어 나갔다.

   '환경을 바꾸면 아들도 달라 질까?' 화려한 욕망은 깨어졌으니 숨겨진 소망에 게임을 걸었다. 맹자 어머니의 지혜를 따라 해 보자는 거였다. 맹자는 어릴때 아버지가 돌아 가셔서 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현명해서 교윢에 관심이 많았고 단기지교( 斷機之敎) 일화를 남겼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처음에 살은 곳은 공동 묘지 근처였다. 장송곡을 따라 하며 노는 맹자를 보고 어머니는 안 되겠다 싶어 시장 근처로 이사를 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상인을 보고는 시장놀이를 따라했다. 어머니는 다시 서당 근처로 이사를 갔다. 그때야 맹자는 학문을 배우며 인생을 참되게 사는 법을 배우고 익히며 유가 儒家)의 뛰어난 학자가 되었다.

   창의성을 카우고 자신감을 갖고 미래에 도전하는 비젼을 가진 학교를 찾아 나섰다. 소나무들이 우람차게 뻗어 있는 작은 언덕길을 올라갔다. 캠퍼스는 통유리를 통해 자연 채광을 흠뻑 받아 들였다. 로비 중앙에는 직사각형 원목 테이블에 철사를 꼬아서 동물 골격을 만들고 마른 빵조각에 색을 입혀 얼굴과 몸통응 완성한 작품들이 놓여 있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다양하게 표현되어 딱히 무슨 동물이라 단정할 수 없는 '백가지 언어'를 담고 있었다. '그래, 이 학교로 정하자.'

    성적은 합격선 아래였지만 과감히 원서를 내고 인터뷰에 기대를 했다. 학교서 날짜를 통보해오자 그날을 위해 펜을 들고 '엄마의 간절한 편지'를 썼다. 오케스트라 연주 다니느라 성적을 잘 관리 못했지만 환경이 바뀌면 더 잘 할 수 있다고, ESL 영어 수업에서 칼리지 학생이 된 엄마의 끈기를 갖고 있다고'

   "왜 우리 학교에 오고 싶은가?" "너의 꿈은 무엇인가?" 아들은 인터뷰에서 형한테 훈련 받은대로 자신감 있는 연기를 했다. 카운슬러는 학교 성적이 안좋아 더 심사 한 후 최종 통보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에게 '미리 써둔 ''간절한 편지'를 건네주며"이 학교는 아들에게 적합한 학교입니다. 자기의 재능을 개발하여 학교를 빛나게 할 겁니다." 확신에 찬 말을 남기고 학교를 나왔다. 입학을 허락한다는 연락이 며칠뒤에 오고.

   한국 친구들은 동아리를 조직하여 지식을 공유하고 배움을 나누고 있었다. 뒤늦게 전학온 아들의 학습을 이끌어 주며 그룹 활동에 적응하도록 도와 주었다. 각자 미래의 목표를 갖고 공부에 열중하는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아 밤 늦도록 도서관에 같이 있었다. 학교 수업 후에는 태극마크를 붙인 붉은 티셔츠를 입고 축구 경기로 활력을 찾았다. 협동으로 다져진 유대감을 지금도 돈독하다.

     미술선생님은 협력자로서 아들과 대화하며 포트롶리오를 완성하게끔 이끌어 주었다. 천둥 번개에 휘청 거리며 오롯이 곁뎌내는 한 그루 나무를 그린 유화, 지하철 안에서 광고 홍수에 비틀 거리는 젊은이를 잡지를 이용해 꼴라주 작품을, 주말에는 한국 조각가 작업실서 나무를 다듬어 바이올린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원하던 확교서 인상적인 작품들이라는 피드백을 보내오고 건축학과 합격 통지서를 보내왔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돌담벽 성당에서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높다란 원형 천장이 투명한 하늘을 담고 그 주위를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 조각조각이 모여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원 둘레를 감싸고 있었다. 햇살이 원추형으로 내리 쬐는 중앙에 오케스트라 팀이 앉아 있다. 교장 선생님의 축사, 졸업생 답사가 끝나자 검은 턱시도를 입은 아들이 바이올린과 긴 활을 들고 일어섰다.'"Air and Simple gift'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축하 연주곡이었다. 인종의 화합을 보여주는 감동의 메아리가 청중들 가슴에 다시 살아났다. 첼로의 잔잔한 저음이 베이스로 깔리고 아들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빚어내는 비브라토의 파르르 떨리는 고음은 밀려 오는 은빛 물결로 다가왔다 온화하게 밀려갔다.  '엄마, 올바른 길이야. 올바른 결과를 만들거야.'

   풍랑을 타고 떠밀려온 휘어진 바이올린이 덩그라니 모래사장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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