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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에로티시즘    
글쓴이 : 김영원분당    21-06-13 19:02    조회 : 4,717
   가끔은.hwp (15.5K) [0] DATE : 2021-06-22 11:59:19

가끔은에로티시즘

 

김 영 원

 

꿈이 하나 있다면야한 연애소설을 한 권 쓰는 것이다중고등학교 때 첫눈에 반해 알콩달콩 황순원의 소나기같은 사랑을 키워가다가 우여곡절 끝에 착하게 결혼하는 해피엔딩 그런 거 말고가난하고 여리여리 예쁜 여자가 열심히 살다가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재벌 2세 실장님을 만나 인생 대 역전을 펼치는 그런 것도 말고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에서처럼 위태롭고 불안한 사랑치명적일지라도 온몸에 전율이 일고 손가락 끝에서마저 색정이 느껴지는 에로틱한 러브스토리그런 게 쓰고 싶다

 

사실은최근에 읽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때문이다에로티시즘 문학을 대표하는 일본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어느 번역가가 장장 오십오 년 동안 오로지 여자의 흰 살갗과 발이 가져다주는 희열만을 그린 작가라고 했을 만큼 야한 작가다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탐미주의예술지상주의악마주의 등 여러 수식어와 더불어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자주 거론되던 작가다오래 전 단편 작품 몇 개만 읽었는데 최근 날 잡아 그의 대표 장편 세 권을 연달아 읽었다

 

머릿속에 벌거벗은 몸들이 둥둥 떠다닌다하얗고 매끈한 종아리와 발가락그것을 바라보는 정욕에 불타는 남자의 튀어나올 듯한 눈알거친 호흡 속에서도 느껴지는 우울하고 불안한 숨결목적도 없고 이유도 없는 인간의 애욕사랑이어서 욕망하고 때로는 욕망이어서 사랑이 되는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몸과 마음의 혼돈그런 망상들로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과연 이것이 에로티시즘인가 포르노그래피인가 그것도 헷갈렸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었다사랑과 욕망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외로움을 떨치고 싶은 인간의 본능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온갖 선정적인 묘사와 더불어 그 내면에 숨어있는 인간적인너무도 인간적인 갈등과 혼란이 마음을 어지럽혔고 나의 깊숙한 곳을 들쳐보게 했다사색하게 했다그 오랜 세월동안 다니자키 준이치로의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사랑받아 온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9세기의 사람도, 21세기의 사람도 사랑을 갈구하기는 마찬가지일 테니까.

 

인간은 너무도 나약하다그래서 늘 누군가에게 기대어야한다어릴 땐 엄마에게 기대고 자랄 땐 친구에게 기대고 커서는 어디 괜찮은 기댈 상대 없나 찾아 헤맨다그러한 욕망이 승화되면 자식에 대한 사랑이 되고 또 종교를 갖게 되기도 하고 아가페적 사랑이 되지만나는 그저 기대어 치대는 사랑을 더 많이 하고 싶다잘 교육받아 숭고한 모양새를 갖춘 그런 사랑 말고 좋아서 쓰다듬고 슬퍼서 기대고 이유 없이 꼭 붙어있고 싶은 그런 사랑을 하며 살고 싶다쉽지는 않다그러다 잘 다치기 때문이다늘 모자라고 끝없이 욕망하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치대는 사랑은 불안하고 상처만 안겨주기 쉽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살아있기에 기분 좋고 살아있기에 아픈 감각을 느낀다상처받은 마음은 다독여 새살을 돋우고 행복한 마음에는 더 큰 행복을 담아 사랑으로 키운다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나이를 먹어갈수록 감각이 없어진다굳이 있다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노여움만 커져간다이렇게 늙어갈 수는 없다아직 다 써먹지 못한 나의 올록볼록한 감각들그것들에서 날 선 감성들을 꺼내고 싶다숨어있던 오감을 살려내어 생명감을 주는 짜릿하고도 달콤 쌉싸름한 러브스토리야한 연애소설을 쓰면서 가끔은 에로티시즘에 젖고 싶다다니자키 준이치로를 읽으며 감히 그런 꿈을 꾸어본다.


문영일   21-06-26 12:43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같은 거는 쓰지 마세요.
음란물 금지에 관한 출판법에  저촉되면 안되니까요.ㅎㅎ
야동 같은 게 아니고  '스토리가 있는 애로틱'한 글은 가장 정직한 문학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저 입니다.기대해 봅니다.
박재연   21-07-01 19:27
    
김영원표  에로티시즘
기대가 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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