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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차로 귀가한 아들    
글쓴이 : 이필자    23-03-22 17:21    조회 : 2,423
   경찰차로 귀가한 아들.hwp (15.0K) [2] DATE : 2023-03-22 17:21:36

 경찰차로 귀가한 아들

이 필자

 자정이 지났는데 고 3 큰아들은 집에 오지 않는다. 은근히 걱정 되었지만, 수능 잘 쳐서 기분 좋아하고 있는 아들을 믿고 있었다. 자정이 한참 지나서 전화 왔다.

“무슨 일이 있어 경찰서 좀 갔다가 집에 갈게요. 걱정 마시고, 먼저 주무세요. 갈 때 다시 전화 드릴게   요.”

“때렸나? 맞았나? 그래 다행이다. 다시 연락해.”

또 무슨 오지랖을 부렸는지, 걱정은 되었지만 아들을 믿기로 했다.

 

 초등학교 3 학년 때, 옆 라인 사는 광수 엄마가 큰아들 너무 멋있다고 한 적이 있다. 영문도 모르는 나는 무슨 일 있었냐고 했더니, 비오는 날 우비를 들고 간 아들이 그 우비를 광수를 입혀서 집에 왔다는 것이다. 언젠가 물었다. 그 때 왜 그랬느냐고? 그럼 내가 비를 맞아야지 친구를 어찌 비를 맞게 하느냐고 한다.

‘아~ 우산을 줘서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비 맞은 아들이 참 대견스러웠다. 그 일이 확 스쳐 지나갔다.

 

 새벽 한 시가 훨씬 지나서 경찰차로 집에 왔다. 자초지종인 즉, 수능 끝나고 예전 나와 같이 근무했던 백병원 동료 딸 고등학교 2 학년 정인이 공부 좀 봐주러 갔다가 12시 넘어서 집에 오는 길이었다. 술 취한 중년 남자가 50대 후반의 여성 택시 운전사와 택시비 문제로 싸우는 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옆 상가에 남자들 여러 명이 있었지만,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아무도 관심도 없었다. 어른들은 도대체 왜 그러느냐는 아들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택시 타고 택시비 안 준 술 취한 아저씨 언성에 아무 말 못 하고 계신 엄마 연배 기사님. 그 모습을 못 본 척, 못 들은 척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한 마디 거들었다고 한다. 기사님이 엄마처럼 보여서 외면할 수가 없었다면서. 택시를 탔으면 택시비를 드려야 할 것 아니냐고 대들었더니 술 취한 아저씨가 아들한테

“쪼만한게 넌 뭐냐고? 난 분명히 택시비 줬다.”

“ 한 대 맞아 볼래? 때리세요.” 

왼쪽 뺨을 한 대 맞고 말았다. 그제야 옆에서 고민하고 관망하고 있던 한 젊은 청년이 나서서 왜 애를 때리느냐고 하면서 거들었다. 그 순간에 참아준 아들이 참 고마웠다. 같이 때렸다면 쌍방과실로 문제가 복잡해진다는 얄팍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그런다.

 

 아들 맞는 모습에 어쩔 줄 모르고 계신 기사님한테 법적으로 하라고 하면서 경찰에 대신 신고 했다. 도착한 경찰이 아들에게 어떻게 처리할까 물어봐서 법대로 하라고 했다고 한다. 경찰한테 본인은 중학교 윤리 선생이며, 택시비는 분명히 지불했다고 그러더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윤리선생님도 거짓말이었다.경찰과 함께 파출소 조서 꾸미러 간다고 경찰차 탑승하는데, 인근 아파트에 사는 같은 반 친구가 보고 알게 되면서 이튿날 학교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수능 문과 전교 일 등에 경찰차까지 탔으니 수능 끝난 고 3 교실에선 온통 화제 거리였다. 병원에 입원해서 합의할 때까지 편안히 쉬라고까지 하면서….

 

 이튿날 퇴근해서 오니까, 아들은 오락하고 있었다.

 " 엄마! 어제 그 분, 오늘 집에 다녀가셨어요. 합의하려고요. 합의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복잡하다고 하면서 부모님 만나 뵙고, 사과해야 한다고 하셔서 엄마, 아빠 늦게 오신다고 빨리 가시라고 했더니,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5 만원 주고 가셨어요.”

“왜, 한 오십 만원 받지.”

그러면서 정말로 부끄러웠다. 어른들의 모습이. 이젠 그런 일에 제발 좀 나서지 말라고 한 나의 말도 감추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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