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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중국인이니 한국인이니?    
글쓴이 : 유은영    24-08-19 15:25    조회 : 4,189
   너는중국인이니한국인이니.hwp (153.5K) [0] DATE : 2024-08-19 15:25:13

너는 중국인이니 한국인이니?

유은영

 

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근무하는 센터에는 다문화 아동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 이 아동들은 매일 매일 자신의 국적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너는 중국인이니 한국인이니? 나는 중국인이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엄마는 필리핀인이다.”라고.

며칠 전 수업 중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 세 명(P, K, S)이 쪼로록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아이들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한국이 좋아요? 중국이 좋아요?” 나는 대답했다. “당연히 한국이 좋지.” 돌아오는 또 다른 질문은 왜요?”였다. “그야 나는 한국사람이니까. 중국에는 가본 적도 없는 걸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대답을 하고 난 후에야 깨달았다. 지금 나와 수업하는 아이들이 모두 중국국적이라는 것을. 그 중 K라는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중국어보다 한국어가 편하고 그냥 보면 전형적인 한국인 아이였다. 하지만 늘 자신이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말을 하고 다녔다. 한국이 너무 좋은데 중국을 좋아해야할 것 같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S라는 아이는 이름이 대놓고 중국어라서 힘들어하기도 했다. 센터의 5학년 아동이 너는 이름도 한국어로 안 바꾸냐. 니네 나라로 가버려.”라고 놀려서 운 적도 있었다.

아이들의 한국이 좋냐? 중국이 좋냐?’는 천진난만한 질문은 평소에 그 아이들이 속으로 늘 가지고 있던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 가르쳤던 L군은 조선족이었다. 태어나기만 중국에서 태어나고 14년을 한국에서 살아온 아이였다. 하지만 말투 때문에 같은 학급의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본인은 군대에 가고 싶은데 아마도 못 갈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이유는 국적이 아직 한국이 아니라서였다. 본인은 너무나 한국인인데 한국인이 아니라서 화가난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센터에서는 부모님과의 대화를 위한 강좌라는 제목으로 중국어와 베트남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강좌의 제목을 보면서 다문화 아동들은 부모님과의 대화가 다문화가 아닌 아동들에 비해 더 어려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진행하는 영어 수업에 들어와서도 엄마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들이 꽤 많기도 했다.

또한 다문화 아동들은 한국어 문해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부모의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닌 상황이니 그 자녀의 한국어 문해력이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제는 수업 중에 한자어라는 한국어 단어가 나왔는데,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그런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그래서 네가 사용하는 책상, 학교, 필통, 연필이런 단어들이 모두 한자어라고 알려주었으나, 그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 친구 역시 엄마가 필리핀 사람인 다문화 아동이었다.

다문화 아동들의 부족한 한국어 문해력은 내가 진행하는 영어 수업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 영어 문장을 해석하려고 해도 그 문장에 나오는 단어의 뜻을 못 알아듣거나, 문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다음 문단의 주제를 서술하시오.’라는 문제가 있다면, ‘주제’, ‘서술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몰라서 문제를 틀리기도 한다는 소리이다. 그래서 한국어 단어를 설명하다보면, 내가 한국어 수업을 하는지, 영어 수업을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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