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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동아이    
글쓴이 : 김연    24-10-01 05:38    조회 : 3,068

                                              외동아이

                                                                                                                                                    일산반   김 연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동생을 낳아 달란다. 엄마 니 동생 못 낳아! 엄마 나이가 쉰다섯인데 이미 완경도 했고 이제 아이 못 낳아결혼을 하면 아이는 꼭 둘 이상은 낳고 싶었는데 늦은 결혼 탓도 있지만 육아에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 보니 애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어 쩔쩔매다 때를 놓쳤다.

 나도 외동딸이였다. 내가 자랄 땐 지금처럼 외동이 흔한 시절은 아니었다. 내 친구들만 봐도 형제가 보통 2, 3, 심지어 6명까지 있는 집도 있었다. 그때는 남아 선호 사상이 팽배할 때였다. 7남매 집안의 맏며느리였던 엄마는 아들을 낳기 위해 양·한방 병원을 전전하며 애를 썼지만 결국 아들을 낳지는 못했다. 꼭 아들을 못 낳는 것이 여자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엄마는 마음 고생을 많이 하시며 억울한 세월을 사셨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할머니 손에 자라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나는 서울로 왔다. 외동딸이라 버릇없다는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던 아빠는 나를 엄하게 훈육하셨다. 그때 내가 많이 혼났던 이유 중의 하나는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끼어드는 거였다. 그럴 때면 영락없이 꾸지람을 들어야 했고 회초리도 많이 맞았다. 그때는 야속하기도 했지만 아버지께 받은 훈육 덕분인지 자라며 크게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자랄 땐 외동에 대한 편견이 꽤 많이 있었다. 너무 애지중지 키워 버릇이 없을 거라거나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성격일 꺼라는 등의 선입견이 일반적이었다. 나는 그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밖에 나와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말을 아껴 내가 외동이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숨겼다.

 외동은 사회성이 낮고 이기적이라는 것은 편견이다. 외동아이에 대한 고정관념은 1896년 미국 심리학자 그랜빌 스탠리 홀이 주도한 아동에 관한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이상하고 예외적인 아동들에 대해에서 홀은 <외동아이는 다소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여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의 인용는 오랫동안 외동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었다.

 이러한 주장에 본격적인 반론이 제기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다. 텍사스 대학교 교육심리 사회학자 토니 팔보는 외동아이와 형제가 있는 아이로 구성된 두 그룹을 대상으로 리더십, 성숙도, 사회성, 유연성, 안정성 등 16가지 성향을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두 그룹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고 또 외동이 독선적이고 적응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할 과학적인 근거도 없었다.

 요즘에는 워낙 외동이 많고 흔하다. 학교 선생님들이 낸 보고서에 의하면 외동이 오히려 긍정적인 면도 많다고 한다. 부모의 지원과 관심을 많이 받아서 학력적으로는 더 우수하다고 한다.

 나는 첫아이를 마흔넷에 출산하고 완경이 될 때까지 둘째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어른들은 외동이면 외롭고 형제가 있어야 하니 얼른 하나 더 낳으라고 하셨다. 주변 친구들은 늦은 나이에 둘 키우려면 힘드니 하나만 잘 키우라고 했다. 늦둥이로 자란 사람들 중엔 나이 많은 엄마가 학교에 찾아오는 게 창피했다고도 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섹스의 진화라는 책을 읽었는데 대부분의 야생 동물들과 인간 남성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죽을 때까지 생식 능력이 있는데 반해 인간 여성만이 폐경이 있다고 한다. 미국의 엄격한 종교적 공동체인 후터 파(Hutterrite)는 아이들을 많이 낳고 피임을 반대하며 한 여성이 평균 11명의 자녀를 낳지만 그들도 49세 이후에는 아이를 더 이상 낳지 않는다. 수렵, 채집 시대보다 수명이 훨씬 늘었지만 자연선택은 왜 여성의 폐경을 더 늦추어서 유전자수를 더 늘리는 쪽으로 진화하기보다는 여성이 40대 이후부터 10년 안에 폐경하는 쪽을 선택한 것일까? 나이든 여자가 새로운 자식을 더 낳는 것보다는 기존의 자식이나 손자, 손녀에게 헌신하는 편이 진화론적 입장에서는 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둘째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내게 이 책도 판단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미 어쩔 도리 없는 일이 되었지만 생각하면 안타깝고 딸아이에게 미안한 부분이다.

 요즘엔 자녀 한 명을 키우는데 양육비와 교육비등이 꽤 많이 들어간다. 2019년 동아일보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자녀 1명을 낳아 대학까지 졸업 시키는데 평균 38,198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현재는 4억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했고 곧 5억 시대가 도래 한다고 한다. 이는 평균 소득의 부모가 대략 10년 정도의 연봉을 고스라니 아이 양육비로 써야 하며, 연 소득의 41.5%를 써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명만 낳아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요새 아이들이 특히 버릇이 없는 건 꼭 외동이거나 아이를 적게 나아 키우기 때문이 아니다. 야단칠 일이 있어도 바로 잡아 주지 않고 먼저 학원부터 다녀오라고 하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부모의 양육 태도가 문제이다. 인성교육 보다는 성적을 중시하는 부모의 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주범인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인터넷 등의 급속한 확산에 이어 코로나 이후 가속화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 등과 대가족 사회의 붕괴로 어른을 섬기지 않는 사회적 풍조 등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타임지에 따르면 2015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재생의학이나 줄기세포 등에 도움을 받으면 평균 수명이 142살은 될 거라고 한다. 형제자매 하나 없이 그 긴 시간을 살아갈 딸아이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장수 사회가 되면서 어떻게 인생을 설계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대안도 많이 필요해 질 것으로 본다. 실제 생활은 정부 보조금이나 받으며 사는 삶으로 비루하기 짝이 없는데 메타버스니 세컨드 라이프니 하며 가상세계를 자신의 진정한 삶이라고 자위하며 살게 될 많은 인생들이 생길 것 같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가 낙관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우리 딸이 아이를 낳으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것이 늦은 나이에 내가 무리하게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보다는 진화론적 입장에서도 더 현명한 판단이였다고 위안하면서!

 

 

참고 문헌

외동아이 이렇게 키웠습니다, 엄주하, 다독다독 , 2018

섹스의 진화, 제러드 다이아몬드, 사이언스 북스, 2005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티븐 스필버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배급,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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