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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 아래, 꿈은 팡팡-2025 한국산문 총회 후기    
글쓴이 : 최정옥    25-05-29 01:25    조회 : 2,030
   벚꽃 아래, 꿈은 팡팡.hwp (77.0K) [0] DATE : 2025-05-29 01:25:20

벚꽃 아래, 꿈은 팡팡 2025 한국산문 총회 후기

최정옥

 

집을 나서자마자 마주한 봄의 풍경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마치 하얀 팝콘이 팡팡 터지듯 벚꽃이 사방에 활짝 피어 있었다. 부드러운 봄바람을 타고 벚꽃잎이 하나둘 흩날렸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화사한 벚꽃 아래에서 찍은 사진을 가족 톡방에 올리며 엄마, 학교 갔다 올게요!^^”라고 인사했더니 딸들이 예쁘다고 난리다. 설레는 마음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나 보다.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서울로 향했다.

 

그날은 한국산문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내가 활동 중인 수필 동아리 수수밭의 대선배인 김숙 작가가 한국산문 문학상을 받는 날이라 더 특별했다. 오랫동안 동경해 온 작가를 직접 만나고 그들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감사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고, 수필을 공부하며 수필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지도 교수인 임헌영 교수가 창간한 한국산문은 나 같은 작가 지망생에게 등단의 기회를 열어 주는 소중한 발판이 되고 있다. 한국산문에서는 매년 봄과 겨울, 다양한 시상을 겸한 친목의 자리로 큰 행사가 열린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쯤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바램을 되새기며, 내 인생의 전성기를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마음속에 품었던 꿈이 점점 더 단단히 자리를 잡아간다.

 

수필을 쓰면서 최민자 작가의 글을 자주 읽고 있었다. 섬세한 감성과 깊이 있는 문장에 매번 감탄했고, 그 글을 읽을 때마다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요즘 작가의 글을 자주 읽고 있던 참이라 행사장에서 마주한 순간 꿈인가 싶었다. 감히 다가가서 말을 걸지도, 사진 한 장 부탁하지도 못했다. 그저 멀찍이서 바라보는데도 느껴지는 고운 모습에 또다시 놀랐다. 최민자 작가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표면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나 역시 글을 쓰며 엉켜 있던 내면을 천천히 다듬다 보면 언젠가는 저절로 고운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수수밭 초대 회장인 노정숙 선배에게 인사를 했다. 수수밭 총무라는 이름표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손길로 내 손을 꼭 잡아 주던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직 선배의 작품과 글은 접해 보지 못했지만, 내 손을 잡아주던 고운 인상처럼 글도 분명 따뜻하고 포근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수수밭 최초로 한국산문 문학상을 받게 된 김숙 작가는 이날, 기품 있는 여왕 같았다. 시상식 전에 김숙 작가가 내 손을 꼭 잡고 작가의 첫 수필집인 초록 불빛 등대를 선물해 주었다. 애정 어린 사인이 담긴 표지를 넘기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책을 통해 김숙 작가와 더 깊이 마음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은실 작가의 당신은 오월을 닮았군요를 통해 박은실 작가를 사랑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무늬가 되는 시간의 저자 김주선 작가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까마득한 후배인 나에게도 부드럽고 단아한 모습으로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모습에 참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필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고 퇴고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만의 정제된 내면을 가꿔 나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정제된 내면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레 표면으로 드러나는 듯하다. 이날 만난 작가들처럼 말이다. 참 멋진 일이다. 나 역시 그런 숭고한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니까. 나는 내 선택을 믿는다.

한혜경 작가가 수상한 윤오영 수필문학상. 그 상이 그렇게 권위 있는 상인지 처음 알았다. 작년 수상자가 노정숙 선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수수밭에 속해 있다는 게 더욱 벅차게 다가왔다. 나도 즐겁게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저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은은한 첼로 선율을 타고, 행사장에는 화기애애한 친목의 분위기가 퍼져 나갔다. 몇 번 참석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한 선배와 교수진도 생겼다. 반가운 마음에 쪼르르 달려가 인사를 드리고, 따뜻한 손을 꼭 잡았다. 멀리서도 품격 있는 아우라를 풍기던 임헌영 교수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조심스럽게 인사를 했다.

 

나는 작가 지망생으로서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내가 품은 꿈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나도, 아름다운 자태를 발산하는 멋진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화사한 벚꽃길을 걸었다. 온몸을 휘감으며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가슴속에 품은 내 꿈이 팡팡 터지는 꽃잎처럼 자꾸만 피어올랐다. 정말이지, 눈부시도록 멋진 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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