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견 아롱이
김 화 순 [월]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주인을 잘못 만나서일까? 너무 충성한 탓일까?
어느 날 옆 이웃이 우리 집에 놀러 와 자기 집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속상해 죽겠단다. 그 개는 너무 짖어대 이웃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강아지 보고 한마디씩 던질 지경이라 했다. 모두들 저 개 때문에 미치겠다고, 밤새 잠을 설치기까지 한다고..본인역시 어디에다 버릴 수도 없고 팔 아 버릴수도 없고 아주 미치겠다. 하였다. 그래서 나는 대뜸 “그럼 우리 주세요. 우리 집은 마당이 너무 허전해서 개 한 마리 키울까 싶었어요. 라며 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일 개를 끌고 다시 오겠다며 우리 집을 떠났다.
다음날 우리 집에 개를 끌고 온 주인은 그 개를 부둥켜않고 “아롱아, 여기서는 조용히 지내라. 제발 눈치 없이 짖어대지 말거라 새 주인에게 충성해야해 ”하고 눈물을 훔치면서 개의 끈을 내 손에 전했다. 그렇게 우리가족과 아롱이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이상하게도 아롱이는 우리 집에 들어오고 나서 멍멍 소리 한번을 내지 않았다. 너무 짖어 대서 전 주인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들 눈치를 보며 단 한 번도 짖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족들은 이 개가 집 지키라고 데려왔더니 어쩜 한마디도 짖질 않냐 며 다시 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그래도 짖질 않는 아롱이는 주위가 산만하게 땅을 파고 구석만 있으면 숨으려고 하고 도통 우리 눈치만 살피는 것이었다. 도무지 예쁜 구석이라곤 찾을 수 없는 아롱이를 우리는 자신들도 모르게 무관심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 한 명, 그 아롱이에게 밥을 주고 예쁘다 보다듬어 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셨다. 엄마는 비쩍 말라 보잘 것 없는 아롱이를 우리 집에 온 순간부터 예뻐하시며 밥까지 챙겨주셨다. 비가 오면 집 앞에 우산도 놓아주고 가끔 고기반찬이 있으면 아롱이도 챙겨주고.. 엄마는 그렇게 아롱이를 가슴으로 보듬고 있었다. 그저 엄마는 아롱이에게 던지는 말씀이 멍멍 짖어보아라 왜못짖니?안타까워 했다. 그후로 6개월이 지났나 싶었는데 어느날
집에서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던 나는 놀라운 소리를 듣게 된다. 바로 아롱이가 “멍멍” 하고 짖어대는 소리였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얼른 밖으로 나가 아롱이를 바라봤다. 아롱이는 정말 멍멍 하고 크게 짖고 있었다. 게다가 꼬리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 놀라운 광경을 보며 아롱이의 시선을 쫒았다. 아롱이의 시선이 닿은 곳은 바로 아롱이의 밥을 들고 환하게 웃고 계신 우리 엄마였다. 아롱이는 우리 엄마에게만은 마음을 놓고 주인으로 맞아들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우리 집이라는 낯선 곳에 온 아롱이를 적응도 못하는 이방인으로 생각하기만 하고 아롱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것이었다. 우리는 아롱이에게 기대만 했을 뿐 보듬어 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날 밤, 우리가족들은 아롱이의 짖는 모습을 이야기 하며 앞으로 아롱이에게 잘해 주리라 다짐했다. 밥도 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비록 강아지 한 마리지만, 우리 집에 들어온 이상 우리 식구다. 내 새끼처럼 동생처럼 이뻐해주자.’ 그렇게 우리는 아롱이를 마음으로 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거짓말처럼 아롱이는
멍멍 짖고 우리 앞에서 꼬리까지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정말 여느 귀여운 강아지와도 같은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우리는 모두 아롱이의 이 같은 변화에 감탄하며 사람의 관심이라는 게 물론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그 힘은 대단한거구나. 라고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새로운 가족 아롱이를 진심으로 예뻐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우리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서 인지 아롱이는 처음에 왔을 때와 달리 살도 많이 찌고 얼굴도 한층 밝아진 느낌이었다. 구멍이 있어도 숨지도 않고 땅을 파서 꽃나무를 죽이는 행동도 이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롱이는 그렇게 우리 안에서 우리강아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번은 도둑이 담을 타고 들어오는 것을 그 큰 멍멍 소리로 막아서 그 용맹함을 자랑하기도 했었다. 그 날 이후로 우리 아롱이는 도둑 잡는 개로 동네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런 아롱이를 보며 참으로 흡족했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우리는 이런저런 상황으로 인해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아롱이는 데려갈 수 없어 옆집에 우리 아롱이를 필요로 하시는 이웃에게 맡기고 가기로 했다. 아롱이와 헤어지던 날, 나는 아롱이에게 아침부터 맛있는 고기반찬을 먹이고 깨끗하게 씻겨 품에 안고 이웃집으로 갔다. 아롱이를 이웃집 마당에 놓아주면서 “그 동안 우리에게 충성해 주어 정말 고마웠다. 앞으로도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라.” 라고 하며 눈물을 훔치며 돌아섰다. 슬픈 마음도 잠시, 우리는 정신없이 이사를 하고 지금의 새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며칠간은 들뜬 마음에 아롱이라는 존재도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화 순 씨죠? 저는 포클레인 기사인데요, 예전 단독 집 허물려고 하는데 개 한 마리가 집 마당에 와서 꼼짝도 않고 짖고만 있네요. 시끄러워서 작업을 할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주인 분께서 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나와 남편은 헐레벌떡 예전 집으로 달려갔다. 그 집마다에는 온갖 먼지를 뽀얗게 쓰고 어디에 긁혔는지 상처까지 난 상태로 포클레인을 향해 정신없이 짖고 있는 우리 아롱이가 있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아롱이를 불렀다. 그러자 우리 아롱이는 내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우리를 향해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우리는 그런 아롱이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세상에 이런 개가 어딨냐고. 우리 새끼한테 엄마아빠가 미안하다고 그렇게 한참을 울고 보니 아롱이의 큰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 후로 우리는 예전 동네를 지날 때마다 아롱이 간식거리를 사들고 아롱이가 잘 살고 있는지 들르곤 한다. 다행히 아롱이는 지금 현재까지도 우리가 맡겼던 노부부 집에서 잘 적응해 예쁘게 자라고 있다. 우리를 볼 때마다 꼬리를 흔들며 짖어대는 아롱이 지금은 버림받았다는 생각보다는 가족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아롱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