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소동
허향심
남편이 퇴직을 하면서 쓰던 핸드폰을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하여 개인 명의로 변경하여 1년을 더 사용하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면 요즘 누가 그런 핸드폰을 쓰느냐고 스마트 폰으로 바꾸라고 하면 아직은 쓸만한데 바꾸어야 하나 고민을 하였다. 요즘 길을 가다 보면 핸드폰 대리점이 많은데 새로운 핸드폰이 나오면 유행의 첨단을 걷는다고 교체하는 사람들이 있어 하루에 열 군데나 문을 열지만 다섯 군데는 건물세도 내지 못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얼마 전 강남에서 부부 모임이 있어 전철을 타려고 했을 때 하나 같이 사람들 손에는 스마트 폰으로 무언가 하고 있었다. 자리가 있어 앉으면서 폴더 분홍빛 핸드폰이 울릴까 보아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전화가 오지 말라고 핸드백을 꼭 잡고 있는 손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오는 전화를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핸드폰을 받는데 남편이 어디 만큼 왔는가 묻고 있었다.
술을 마신 남편 대신 운전 하며 집으로 돌아오면서 당신은 전화를 바꾸어야겠다고 전철에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스마트 폰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우리도 핸드폰을 바꿀까 한다. 아들은 누가 가져서가 아니고 사람들과 동등 하려면 현실에 맞게 살아야 하고 스마트 폰으로 바꾸어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우겼다. 세상이 변하여 달라지고 있는데 전화 요금 때문에 망설이는 부모가 아들은 답답했는지도 모른다. 고심 끝에 남편은 전화 요금을 약정하고 최근에 나온 핸드폰으로 바꾸었는데 하루를 가지 못하고 사우나에 갔다가 도난을 당하고 말았다. 조카가 알고 있는 대리점에서 2년 약정을 하면서 보험도 넣지 않아 그대로 물어주게 된 황당한 사건이 생겨 112에 신고를 하였지만 경찰은 여기저기 탈의실만 들러보고 안됐습니다 하고 가버렸다고 한다. 핸드폰 도난 사건이 많아 잃어 버리면 찾지 못해 경찰들은 징계를 당하기 때문에 조서도 꾸미지 않는 사건이었다. 신문에도 뉴스 시간에도 사우나에서 핸드폰 도난 사건은 조직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사우나에는 핸드폰 분실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글이 여기저기 써져 있어도 남편은 한 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아니 무엇 하려고 새 핸드폰을 가지고 가서 잃어 버릴까 참 신기한 사람이라고 나무라고 싶지만, 잃은 사람이 죄가 많다며 새 핸드폰 살 생각이나 하라는데 남편은 소파에서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속도 좋아라 어떻게 저렇게 잠이 오냐. 혼잣말로 중얼거리는데 그 소리를 들었는지 눈을 뜨고 “어차피 잃어 버린 것 잠이라도 자야지 뭐 하느냐?”고 되묻는 것이 아닌가. 처음으로 당신 돈으로 산 핸드폰을 잃었으니 말은 그렇게 하여도 가슴이 아프겠지 싶어 “그래요! 잠이나 실컷 주무셔요.”하고 부엌 일을 다시 하기 시작하였지만 머리 속은 온통 잃어버린 핸드폰 생각으로 복잡하였다.
다음날 차 엔진오일 갈려고 서비스 센터에 오후 1시반 예약이 되어 있어 항상 하던 운전을 하지 않고 아들에게 운전을 시켜 갔더니 1시간 30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늦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서비스 센터에서 아직은 오일이 깨끗하여 다음에 오라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경운기가 앞서 가면서 먼저 가라고 길을 비켜 주어도 천천히 가는 아들에게 왜 빨리 가지 않는가 묻고 싶었지만 왠지 하기가 싫었다. 집 앞 네거리에 왔을 때 오른쪽 길에 중학생 또래 남자아이 3명이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가운데 걸어가고 있는 아이 손에 있는 핸드폰 케스가 남편 것과 같았다. 불현듯 잃은 핸드폰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아들에게 차를 세우라 하면서 가운데 오는 아이 손에 있는 핸드폰이 아빠 것 같다는 말을 하며 내렸다. 노래를 다운 받아 크게 틀어 길은 온통 노래 소리였고 즐겁게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며 걸어가고 있는 아이에게 다짜고짜 “너 그 핸드폰 전화가 되니?”하고 물었더니 “아니요” 한다. 나는 핸드폰을 가로채서 손에 쥐고 “너 이 핸드폰 불 가마에서 도둑질 했지?” 하고 물었더니 “아니요, 놀이터에서 주었는데요 한다. 112에 신고를 하려는데 마음과 손이 떨려 세 번의 실수 끝에 전화 연결이 되고 경찰 2명이 와 바로 앞 대리점에서 확인을 해보니 남편 전화가 맞았다. 그 자리에서 나도 손자를 키우는 입장에서 애들이 얼마나 가지고 싶으면 도둑질을 했겠나, 아이 장래를 위해서 핸드폰을 찾았으니 용서를 해주고 돌아섰지만 아이의 얼굴은 잘못을 했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핸드폰을 잠겨 놓아 그 아이를 만나 해지를 해야 하기에 지구대에 전화를 하니 또 다른 죄로 그 사이에 지구대에 잡혀 왔다는 것이다. 세 명의 아이들은 이 동내를 다니면서 도둑질을 하는 상습범들이었는데 미성년자라고 훈방 조치를 하다 보니 애들을 절도범으로 키우고 있었다. 경찰도 찾지 못하는 핸드폰을 길을 가다 찾았다고 하니 남편은 “당신이 신기가 있는 것 아니야? 다른 사람도 똑 같은 것을 가질 수 있는데 신문에 날 일이라고 기쁜 표정으로 말을 한다.” “이상하게 운전이 하기 싫었는데 그 시간에 내가 운전을 했다면 그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아들이 운전하여 그 아이들을 만난 것은 핸드폰이 당신 것이 되려고 그런 거니까 이제는 조심하고 잘 가지고 다니세요” 하고 말았지만 핸드폰을 도난 당해 경찰에 신고 하여도 찾지 못한다고 조사도 하지 않는 경찰들에게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