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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별곡(公試別曲)    
글쓴이 : 김관준    12-11-14 22:11    조회 : 5,365
공시별곡(公試別曲)
김관준
 
IMF 이전 공무원시험은 지금 상황과 달랐다. 1990년대 초반 서울시 서초구 소재의 지방공무원교육원(현 인재개발원)에서 공무원 공개채용과 민간인 자격시험 등을 맡아보았다. 내부적으로 시험문제의 보안을 위한 강제합숙 때문에 인사 비중은 낮았으나, ‘기사 이상의 가치’라면서 시험시행 공고를 실으려는 신문 광고는 줄을 섰었다.
전형(銓衡) 업무는 단계별 1차 필기시험, 2차 실기시험, 3차 면접시험으로 대강 문제출제 의뢰, 문제 편집과 시험문제지 인쇄, 시험실시, 정답 편집과 답안지 채점 등의 순으로 이루어졌다.
 
공무원 7?9급 공채 첫 번째 필기시험을 위한 과목별 3배수의 문제 출제는 시작됐다. 그런데 필기시험의 문제출제 수당은 총 20문에 ‘1문당 삼천원이하’로 정해졌으며, 문제출제 기한도 일방적으로 짧았다. 또한 출제 의무도 없는데다 문제오류 시에는 책임까지 져야했기에 현직 교사들이 출제의뢰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실제로 쉽게 문제 출제에 응해주는 단골 출제 학교에만 편식이 이루어졌고 기출 문제에서 워딩(wording)만 조금 바뀌는 문항도 자주 있었다.
편철된 시험 문제지는 매일 매일 열십자를 쌓으면서 편집실의 빈 공간을 채워 나갔다. 그 편집실 안팎은 이러했다. 우면산자락의 약수터를 옆에 둔 건물 3층에 복도 한 모퉁이를 중간에서 막고 창문은 모두 쇠창살로 둘렀다. 안에는 문제보관실, 편집작업실, 인쇄실 외에 남녀침실, 조리실, 세면실, 화장실, 탁구용 체력단련실로 구획이 됐다.
문제입력 및 시험문제지 인쇄를 위해 서울시청 발간실에서 지원한 남 1명?여 2명 정도 함께 숙식을 했으며, 하루 3끼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제한구역’ 표지판이 부착된 출입문 밖까지 날라다 주었다. 통상 15일 이상 감금 되어 TV시청만이 유일한 오락이었고, 대체로 소화가 안 돼 변비로 고생한 직원은 퇴실하는 날에 얼굴이 홀쭉해 졌다.
시험 문제지는 페이지까지 회수하여 당일 소각 처리가 원칙이었다. 서울시전자계산소는 주로 도스 프로그램으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통계청 등 외부기관 협조를 구해 답안지 컴퓨터 채점을 했다. 인력 부족과 출제문제 유출을 담보하기 위하여 공채시험 성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부동산 붐을 타고 초유의 10만이 넘는 응시 인원이 발생한 건설교퉁부(현 국토해양부) 주관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은 성적 공개를 요구하는 부동산중개업자의 집단 시위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소방영화 ‘타워링(TOWERING)’은 없었다. 경력직 119 구조?구급대원을 제외한 소방관 공채 첫 필기시험에서는 영어 과락자로 인해 채용 예정인원 미달이 반복됐다. 일반적으로 “요즘 젊은 친구들은 불 끄는데 앞장을 안 선다. (국제화로 반영된) 영어 과목의 수준을 대폭 낮추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동대문운동장에서는 달리기 평가 도중에 남자수험생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서울시 소방본부의 위탁을 받은 소방사?운전요원의 두 번째 체력시험은 운동장 임차, 대한육상경기연맹 소속 심판과 면허시험장의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시행한다.
먼저 시립강남병원의 의료진이 대기하면 준비 운동을 시키고 샤워장도 열어놓은 다음에 100M달리기, 턱걸이, 제자리멀리뛰기, 엎드려 팔 굽히기 종목 등의 체력검사를 했었다. 당시 언론은 ‘여름 복(伏)중의 뜨거운 날씨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마침내 면접시험이 (서울시 인사위 명으로) 청년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후 첫 적용된 공채 필기시험의 130%이내 사정 결과는, 여자 수험생의 성적이 위로부터 월등하게 몰렸다. 이에 면접에서는 남자 수험생을 우선하여 채용인원의 성비(性比) 차이를 줄였다.
청각 장애자를 사무직으로 원치 않는 현업의 요구와 수차례나 면접에서의 판정을 바란다는 장애인협회 민원을, 소음이 높은 기관실 등은 그들이 필수 인력도 된다는 것을 알아내곤, 서로 간 ‘누이 좋고 매부 좋게’ 뽑았다. 그렇다보니 그때도 관운(官運)이 따라야 했다.
 
현재, 직업으로 공무원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고시 낭인’도 넘쳐나고 있다고 아우성(聲)이다.
 
 
2012.10 kwanjoon98@naver.com
 
 

류미숙   12-11-14 23:50
    
반갑습니다.  김관준 선생님.
드디어 글이 올라왔군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으시니
저로선 글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 즐거움이 있네요.
앞으로 계속 멋진 글이 탄생할 것 같은 기대를 합니다.
화이팅! 보냅니다.
김혜자   12-11-15 07:29
    
공무원 공채 시험 출제와 관련된 글을 읽으며
저도 예전에 대입학력고사 시험감독하던 기억이 떠올랐네요.
 
다양한 분야의 경력이 있으시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터뜨릴지 기대가 큽니다.
화이팅!
이경희   12-11-15 18:24
    
시험 출제에 얽힌 긴박함이
공공칠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창문은 쇠창살로 두른 우면산 자락 어느 건물에서 15일 이상 감금당하며
출제위원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에피소드가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끝내
변하지 않던 선생님의 표정. 늘 한결같은 표정.
멋지십니다. 포커 페이스.
그리고 한결같이 글을 내시는 열정에
가장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관준 샘, 화이팅!!!입니다.
조정숙   12-11-15 21:32
    
늘 조용하시지만
결석한번 안하시고
글쓰기에도 보충수업에도 늘 열심히
하시는 모습 참 보기 좋아요
오래오래 저희들과 동행했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이은하   12-11-15 21:51
    
변하지 않는 선생님의 여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결석 한번 안하시고 꾸준히 글 내시는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출제 위원들의 일과를 보는듯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화이팅입니다.
김데보라   12-11-16 20:28
    
입성을 축하드립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하입시더.
  한국산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공해진   12-11-18 21:34
    
무엇보다
좋은 사람 만나는 것이야말로  더 좋은 것이겠지요.
슬로스타트가 있습니다.
천천히 동행이어서 감사합니다.
김영환   12-11-19 09:09
    
드디어 글을 올리신 것 축하합니다.
좋은 경험을 가지고 계시는 군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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