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 전 이었다. 경기도는 만 55세 이상의 전문직 경력자 출신 프로시니어를 선발하여 2010년 6월부터 일자리 발굴을 시작했다. 나는 먼저 광주시로 배치를 받았다가 다음해(2011년) 성남시로 옮겨갔다. 프로시니어는 구인난 업체를 방문해 ‘구인신청서’를 받으면 바로 취업지원 인터넷서비스 ‘워크넷(WORKNET)’에 올려 전국의 취업희망자들이 한 곳에서 채용정보를 얻게끔 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취약계층 동행면접도 겸했다.
광주일자리센터는 시 공무원 2명에 외부 위탁업체에서 파견된 직업상담원 4명, 공공근로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광주는 교통이 아주 불편하여 구인난이 매우 극심했다. 예를 들어 매월 19일 ‘구인?구직 만남의 날’에 찾아오는 구직자보다 여러 번을 기다리는 구인업체가 더 많았다.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전前날인 6월 25일 오후 2시에 광주시 야외응원이 개최될 청석공원을 찾아 나섰다. 잔디광장엔 대형스크린 설치가 한창이었다. 하나뿐인 공공게시판의 자물쇠는 녹이 쓸었고 유리창문은 페인트로 굳어 열리지 않았다. 창문밖에 홍보포스터 두 장을 큼직하게 붙이고는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의 낮 최고는 33도였다.
그러나 광주廣州는 넓은 면적에 비해 25만의 적은 인구, 교통 인프라의 부족, 서울과 성남으로 취업하려는 구직희망자들만 턱없이 많아 24개 시·군간 고용지원 평가 실적은 하위권이었다.
정작 ‘구인표’의 전산입력 때 주민등록번호를 쓰도록 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만으로 신분 확인을 하기 위해서다. 하여튼 구인 신청자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식당에서 밥 사먹는다고 식당 주인의 주민등록증 보자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게다가 개인정보유출로 구인신청을 안 하겠다 하면 그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구인난 업체에서는 ‘왜 이런 사람을 보냈느냐, 구직난 인력은 왜 이런 곳에 보내느냐’며 서로 간의 실망으로 얼마안가 그만 두기를 반복했다.
물론 (직업소개의 원칙에) 구직자에게는 그 능력에 알맞은 직업을 소개하고, 구인자에게는 구인조건에 적합한 구직자를 소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실제로 소문난 맛 집 가운데 배달을 하지 않는 곳이 많은 점에 착안하여 괜찮은 일자리를 발굴하고 자격조건 및 업무능력을 갖추어 인력을 알선토록 무척이나 애썼다.
그나저나 성남城南은 구직난이 너무나 심각했으며, 더욱이 노년층 일자리는 모두 단순노무로 형편들이 없어서 그냥 ‘보여주기’식 현장만이 되었다.
2011년 3월 18일 오후 2시에 ‘중?장?노년층 및 장애인 채용박람회’가 성남시청1층 로비에서 시작됐다. 잠시 후 구직희망자로 만원滿員을 이뤘다. “일하고 싶다”라며 유통관리 일을 해온 임모(남?65세)씨는 빼곡히 적힌 이력서를 보이면서 취업난을 열렬이 토로했다. 이날 24개 구인 부스에서는 209명 채용 예정으로 현장 면접이 진행됐다.
하지만 민간분야 60세 이상의 노년층 채용은 경비원 3명, 청소원 3명, 운전원 2명 뿐이었다. 그나마도 인력파견업체의 간접고용이었다. 그래선지 실망한 노년층들은 일찍 자리를 떴으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참가확인서를 타려는 인원만이 남았다.
하늘이 파란 4월 20일 오후, 평일인데도 성남시 남한산성 유원지는 수많은 인파로 혼잡했다. 또 할 일이 없는 ‘실버 백수’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더러는 ‘실업의 술판’도 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은 아프고 막막했다.
그리고 벚꽃이 절정을 이룬 4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제121주년 근로자의 날 기념식 및 노동가족 음악문화제’가 유원지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노동자, 이주노동자, 일반시민 등 2000 여명이 초청됐다.
그런데 이날 참가자의 대부분이 선배 근로자인 실버들로, 진짜 실버들이 간 이유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우리 현실 때문이 아닐까.
2012년 10월 20일 정부는“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나이제한을 완화하거나 폐지하기로 한다.”라고 발표했다.
2012. 12 kwanjoon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