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버시 사랑
김 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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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구년 십이월.
쿵~따~닥 쿵 따 ! 쿵~따~닥 쿵 따!
두드리고 또 두드리다보니 자신이 붙어서 눈만 뜨면 달려가서 미친 듯이 쿵따닥을 시작했었다. 정신없이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서 너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선생님께서 “처음인데 곧잘 하시네요!” 하는 칭찬에 신이 나서 더욱더 두드려 데곤 했었다,
북을 치고 나면 온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지고 집에 돌아와서도 부족한지 싱크대 위에다 젓가락을 양쪽에 잡고 두드렸으며 잠자리에 누워서도 양손가락으로 무릎을 치곤 했었다. 그것을 본 남편은 신들린 것 같다고 했다.
항상 어리다고 생각한 큰딸이 시집을 가겠다고 어엿한 사위 감을 데려왔다. 우리 가족은 모두 키가 작은데 키가 큰 남자가 들어오니 집안이 꽉 찬 기분이었다.
결혼날 을 잡고 예식장을 찾았으나 두 달 남겨놓고 쉽사리 찾기가 어려웠다. 요즘은 최소한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되는 터라,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동내 발산동 공항 웨딩홀을 택했다. 일천 명 이상 하객을 맞이하기엔 장소가 협소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좀 특이한 결혼식을 해볼까 궁리 끝에, 사물놀이가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축하공연은 5인조로 구성하여 한 명은 노래를, 두 명은 꼭두각시 춤을, 두 명은 장구를 두드린다. 멋진 춤과 노래를 며칠 동안이나 연습을 하며 2일전에는 리허설까지 했는데 정말 기대할만한 토속적이고 풍성한 공연이 될 것 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제목 : 가시버시 사랑
햇덩이 같이만 살아라 .~~ 환하게~ 환하게
달덩이 같이만 살아라. ~~ 둥글게~ 둥글게
화촉동방 밝은 불에 ~~~ 깨가 솟아~ 지도록~
연지 곤지에 별에 앉아 ~~ 꽃냄새가 나~도록
복들어 놓고서 살아라. ~~ 알뜰히 살뜰히
아들딸 놓고서 살아라. ~~~ 둥글게~ 둥글게
대추 한 알 마주물고 ~~~ 다짐 한 사랑
검은 머리 새하얗게 ~~~ 파뿌리가 되도록~
어~허~야 가시버시 ~~~ 사랑~사랑이~란다
해와 달이 다하도록 ~~~ 영원 영원한 사랑
우리 둘이 꽃길을 여는 ~~ 눈부신~ 사랑~~눈부신~~~사~~~랑
얼마나 좋은 가사인가! 딸아이 첫 출발에 신나는 풍악을 울릴 것을 상상하며 나는 공연진에게 11시 30분 결혼식 시간을 알려주고 . “잘 부탁해요.”라며 신신 당부했다.
부탁 후 색다른 행사라서 걱정 반 설래임 반 기대 반 으로 기다렸었다.
잔치는 진행되었고 혼인서약을 마쳤는데 준비된 공연자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웬일인지 기다리던 굿판은 나타나질 않았다. “이럴 수가, 어찌된 일일까?”
나는 초조했고 사회자는 기다리다 얼버무리며 “자~ 여러분 축하공연 하시는 분들이 교통이 막혀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나봅니다” 이것으로 다음 진행을 하겠습니다 라며 결혼식은 썰렁하게 끝나고 말았다. 세상에 이게 무슨 꼴이야 ‘차가 막히다니, 말도 안 돼” 명덕고등학교 앞에서 발산역까지 10분도 안 걸리는데 “이럴 수가!, 딸아이한테 평생 미안하게 되고 말았다.
남편은 당황하는 눈초리로 나를 째려보고 모두들 우왕좌왕 수군대고 나는 어찌할 줄 몰라 손을 놓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당황스러우니 전화번호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결혼식을 끝나고 집에 오는 도중에 남편은 화를 내며 “무슨 일이든 제대로 좀 해 ! 그렇게 덜렁대더니 잘한다, 잘해!” 소리를 지르며 이게 무슨 망신이냐는 등 화풀이를 하였다. 순간 나도 덩달아 소리를 지르며 “난들 알아.” 얼떨결에 차 속에서 말싸움을 하였으나 집에 도착한 후 서로가 언제 싸웠냐는 듯 표정을 바꾸어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얼굴로 하객들을 맞이하며 그날을 보냈다.
다음날, “여보세요. 어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뭐라고 꾸짖어도 다 받겠습니다.” 조심스러운 선생님은 목소리. 나는 전날 얼마나 당황하고 황당했던 마음을 풀지 못한 채로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뭐예요” 욕이라도 퍼붓고 소리라도 확 지르고 싶었지만 가슴이 덜덜 떨려서 “됐어요!” 라며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에 그녀를 찾아 갔다.
그녀는 나를 보는 순간 그 당당한 미모와 자신있던 모습은 어딜 가고 창백한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며 “미안합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그 날 예식시간이 12시 30분인 줄 알고 식장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어찌할 줄 모르며 비비는 것이 아닌가? 12시 40분에 준비를 하고 들어가 보니 다른 팀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 돌아와서 메모를 보니 시간을 잘못 알았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놀라곤 했다고. 그렇게 큰 행사에 실수는 처음이라며 평소엔 목소리도 굵고 소리도 잘 지르는 그녀가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난 화도 못 내고 내 마음은 어느새 얼음 녹듯이 녹아버렸다 . 어이가 없고 할 말을 잊어버린 나는 "됐어요. 어찌하여 그런 큰 실수를 다해요!” 하며 일주일 동안 연습하고 준비 한 것이 얼마나 억울해요. 난 평생 자식들에게 죄인이 되고 말았어요.” 그녀는 무조건 “미안합니다.” 라고 답변했다. 울음 앞엔 어쩔 수 없이 용서하고. 되돌아오면서 그래, 나도 잘못했어, 결혼식 날 전화라도 한통 했더라면 이런 실수가 없었을 텐데……. 내 잘못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난 그렇게 좋아했던 장구도 중단하고 말았다,
장구 생각만 해도 떨리고 그날 사건이 떠올라서 그 일을 잊으려고 노력하며,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또 장구 앞에서 미친 듯이 두드리게 될는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몸과 마음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 번 두드려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