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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연가(板橋戀歌)    
글쓴이 : 김관준    13-01-30 18:36    조회 : 6,091
판교연가(板橋戀歌)
김 관 준
 판교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동판교는 삼평동과 백현동이, 서판교는 판교동과 운중동으로 나뉜다. 패배를 모르던 서울 ‘강남권(母도시)’의 아파트값 광풍을 다잡으려고 2003년 말부터 일명 ‘남단녹지(子도시)’에서 도시건설이 시작됐다. 판교라는 이름은 운중천 위에 널(판자)로 만든 다리가 놓여 ‘널다리’를 한자로 판교(板橋)로 표기한 것으로 추정한다.
 
 동판교의 압권은 당연 서울 강남역과 분당 정자역을 16분대에 도달하는 신분당선이 운행되는 판교역이다. 지하철은 운전사없이 무인으로 원격조정이 되며, 양쪽 마지막 칸의 스크린전망을 통해 오방색 조명이 설치된 터널 안을 볼 수 있는 국내 일품 전동차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판교 역세권은 판교 테크노밸리와 연계하여 고용 인프라도 구축한다. 현재 안철수연구소, 삼성테크윈(주), 엔씨소프트(주) 등 글로벌 기업 및 IT업체들이 입주해 있으며 2015년까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거점으로 합성되어 간다. 도심 한복판 ‘성공신화 벤처타워’들은 볼수록 장관壯觀이다.
 앞으로 현대백화점, 호텔, 복합문화시설 등이 들어설 판교역 중심상업지역 지하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보다 4배나 큰 ‘알파돔시티’ 도 들어설 예정으로 위대한 탄생이 기대된다. 이쯤 되면 또 아파트값이 궁금할테지만 우리 나이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한다.
 대신에 실화 하나를 소개한다. 2000년도에 뇌출혈로 돌아간 나의 매제 애연哀然 얘기다. 공인회계사로 도쿄에서도 600대 밖에 없는 BMW를 탔던 일본내 부동산 디벨로퍼였죠.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버블’이 시작되면서 은행 권유로 대출을 받아 사두었던 땅값이 10분의 1토막이 났다. 당시 월 20만엔 정도 연금을 탈 수도 있었는데, 있었던 사람이 없어지면 얼마 못 살더군요.
 
 내가 사는 서판교의 산운山雲마을은 옛날 구름마을로 귀신이 나온다며 택시도 안 들어 온다고 했다. 아파트단지는 바로 뒤 청계산자락의 낮은 야산으로 둘러싸여 가끔 숲길을 걷는다. U-시티 기반으로 비상벨과 CCTV가 설치 돼 있고 보행자 등이 있지만, 낮에도 인적이 드물어 혼자 가기는 조금 무서워서 등산용 스틱 하나는 반드시 짚고 갔다.
 뒷동산에 오르면 먼저 서울외곽순환도로가 가까이에 보이고, 맑은 공기와 한켠 밤나무를 만나게 된다. 계속 왼쪽으로 전진하면 청계산 국사봉 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돌면 판교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둘레길이 열린다.
 
 지난 여름엔 천정부지로 자란 풀잎을 헤집고, 땅바닥에 퍼져 나온 넝쿨을 뒤적이며 첫 번째 중턱에서 맨손체조로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나선 아래를 내려 다 보았다. 멀리 발화산부터 운중천까지, 그리고 (임대 문의)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린 신작로 고층 빌딩군 등등 서판교 일대가 훤히 눈 안에 들어왔다.
 
 이번 겨울에 모자, 목도리, 장갑에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손안에 잡고 나름 완벽하게 눈길로 출발했다. 딱 한 시간을 맘에 두었고, 가수 이효리가 살고 있다는 타운하우스 뒷 편으로 판교도서관까지 쭉 걸었다. 월정영, 폭포마당, 실개울마당, 국사봉 마당바위 네 갈래 이정표를 지나, 밑 둥에 톱밥이 쌓이는 시들음병에다 비닐끈으로 묶어놓은 참나무를 보고, 두 번의 장마철을 거친 후 보강공사를 끝마친 배수로의 손길들을 생각하며 문득 정감情感마저 맴돌았다. 도중에 원단元旦 ‘계사년 해맞이 언덕’이 나오는데 ‘숲길도 걷고 풍경도 보는’ 일석이조였다.
 
아, 판교공원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팔방四方八方은 산이 바다다.
은 밖에서 보면 갇혀있지만 안에서 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판교도서관은 1,310석 규모 큰 디지털도서관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원룸과 다양한 음식점, 카페 등이 자리 잡아 스스로를 서판교 원마을 ‘먹자촌’이라 부르며 자연체험마당, 수영장이 있는 청소년수련관과 함께 판교공원의 초입을 이룬다.
 돌아오는 길에 본 유명 고급 커피전문점이 옹기종기 운중천변邊. 아직 장사들이 시원찮아 문 닫은 상점도 뛰엄 뛰엄 있지만, 예쁘게 단장한 패밀리 레스토랑들도 많아 각양각색으로 뽐낸 단독주택들과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한편 판교 토박이 한국학중앙연구원(구, 한국정신문화원)에서는 한국문화 투어 프로그램 ‘구름마을 산책’을 마련하고 봄, 가을 두 차례 아름다운 정원으로의 초대도 한다.
 
 
2013. 1 ESSAY

이경희   13-01-31 08:54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사오니까 왜 더 좋아지고 더 좋은 곳이 생기나요?
오다 가다 잠깐 들르던 곳이었는데
선생님 글 읽고는 정말 판교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현대 백화점도 생긴다니... 아주 우울합니다.^^
화려한 수사어구가 없어도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담백한 글이 읽기가 편합니다.

김관준 샘, 유식한 선비같으세요.
이대로 계속~ 좋은 글 기대할게요.
박재연   13-01-31 13:18
    
글도  말씀도  포커페이스 웃음도  늘어만 가시네요 ㅎㅎ    도서관은  좋다고 소문났던데 조만간 꼭  가봐야겠어요  유익한 정보에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화이팅임다
신은순   13-01-31 18:02
    
교회가 판교에 있어 매일 테크노 벨리 쪽을 다닌답니다. 가끔 운중천에 있는
카페에도 가고 판교역에서 강남까지 14분, 꽤나 즐기고 있답니다.
이렇게 자세히 서술형 정보를 간단 명료하게 쓰시니 깔끔하고 정돈된 맛이 일품입니다.
관준샘의 아주 특별한 글들 좋아한답니다.
멋지십니다.  그리고 감사!!
김데보라   13-01-31 20:13
    
판교. 샘의 글을 읽으니 가고 싶네요.
계속 분발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화이팅!!!!
이영자   13-01-31 20:46
    
울집 앞은 탄천과  판교서 내려오는 운중천이 있는데 길만 건너면 동판교라 선생님 글이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도서관 뒷길 산책로와 서판교와 동판교의 카페거리...  차 마시러 가고 싶따~ ^^~
선생님 글 잘 보고 갑니다.
이호상   13-02-01 09:44
    
서울 인근의 신도시중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전 판교를 뽑겠습니다.
판교역을 중심으로 백화점, 호텔, 멜티플렉스,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동판교는 젊은층이 주로 선호하는 편이고,
서판교는 북쪽으로 금토산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운중천이 휘돌아 흐르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남향지세로서 풍수지리상으로도 천혜의 명당자리라 할수 있습니다. 중장년층은 쾌적한 자연환경이 좋은 서판교를 더 선호하더군요.
(저도 서판교를 선호합니다)
판교하면 그 옛적에 춘풍령이라는 주막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한옥집이 였는데 빈대떡과 추어탕이 일품이였지요.
비오는 날이면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 가끔씩 들렸었는데,  개발과 함께 사라져 버려 늘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판교연가를 보니 마음이 찡 합니다
이우중   13-02-01 10:30
    
김관준 선생님!
숨겨진 많은 장기 들이 글 솜씨 못지 않게 있다는 소문이
장안에 확 퍼졌습니다.
좋은글 보고 갑니다.
일취월장 하시기 바랍니다.
공해진   13-02-01 10:39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글입니다.
봄이 되면 판교공원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담백하다는 느낌입니다.
파이팅입니다.
이은하   13-02-01 15:29
    
저와 아래위로 같이 살던 엄마 서판교로 이사갔지요
저는 추첨에서 떨어졌구요. 그때 얼마나 부러웠던지...
동판교는 상업지역 서판교는 주거지역
판교 먹자골목 브런치하는 예쁜 까페들 많아요
담에 같이 갈사람, 요기요기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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