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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주실 엄마    
글쓴이 : 김화순    13-04-01 17:17    조회 : 6,759
명주실 엄마
金 花 順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누에 키우는 것을 보며 자랐다. 춘추잠,(春秋蠶). 일 년에 두 번씩 엄마는 뽕잎이 돋아날 때면 읍내 조합에서 배추 씨앗처럼 생긴 애벌레 알을 가져와 채반에 담아 가벼운 수건을 덮어 선반위에 올려놓고 애지중지 정성을 드리며 기다리셨다.
며칠 후면 알을 깨고 누에개미(蟻蠶-1령)라는 작은 생명이 태어나 꼬물꼬물 기어 다닌다. 엄마는 신기한 듯 바라보고 흐뭇해하시며 애지중지 보살피셨다, 누에 밥은 뽕잎이 부드러운 잎부터 따서 잘게 채를 썰기 시작하여 하루에 서 너 차례씩이나 주어야 할 정도로 식욕이 왕성하다. 이 누에개미가 자라면서 허물벗기를 거듭하여 2령부터 5령까지 성장해 간다.
 
누에는 성장하며 이름도 다양하여 어린 나이로서는 그 걸 일일이 외우기도 어려웠고. 구별을 짓지도 못했지만 엄마는 그 이름들을 줄줄이 불러대며 정성을 다해 키우셨다 .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름으로 털을 벗지 못한 새끼누에는 의자( 蟻子). 세 번째 잠을 자는 누에는 삼유(三幼),스무이레된 것은 잠노(蠶老) 늙은것을 홍잠(紅簪) 번데기는 용(踊) 성채는 아(蛾). 고치는 견(繭) 누에똥을 잠사(蠶砂)타고 부르는 것 등이 있다. 아리따운 여인의 눈썹을 아이(峨眉) 라고 하는데 그 건 누에에서 따온 것이다 .
네 번의 허물을 벗으면 5령. 즉 홍잠(紅蠶)이 되는데 이때가 되면 그 크기가 누에개미의 서른 배 정도, 무게는 만 배가 되는데 가장 왕성하게 뽕잎을 먹어치운다. 이 5령이 3일째부터 실샘을 만들기 시작하여 일주일쯤 지나면 뽕잎 먹기를 그치고 고개를 흔들면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실을 풀 자리를 찾는다.
이때가 되면 부모님은 누에고치를 만들 섶을 만들기에 바쁘셨다. 새끼줄로 볏짚을 질끈 묶어 작두로 짚을 30cm 길이의 잘라 잠실 안에 마련해주고 그 위에 누에를 살포시 놓아준다. 그러면 누에는 고치를 만들기 시작한다.
비단실을 풀수록 누에의 몸은 줄어들고 누렇게 변하며 고치를 짓기 전에 붉은 똥과 노란 오줌을 싼다. 처음 고치를 만들기 시작한날은 고치의 바깥 형태를 만들고. 이틀째에는 안쪽으로 고치가 두꺼워져 누에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누에는 하루가 다르게 비단실을 뽑아서 고치를 단단하게 만들어 나간다.
누에는 며칠 동안 소낙비 내리는 소리처럼 주룩 주룩 뽀스락 뽀스락 대며 열심히 자기 집을 짓는 일에 몰두한다. 누에 한 마리 뽑아내는 실은 길이가 무려 1200m에서 1500m나 된다 고 하니 그저 놀랄 따름이다.
누에가 고치를 짓기 시작하는 이때가 되면 온가족은 총동원되어 비상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때로는 부모님께서 잠실 안에서 주무실 때도 있었는데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그 소낙비 내리는 소리에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았다.
고치를 짓기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면 누에는 자기가 만든 뽀얀 옷, 고치 속으로 몸을 숨긴다. 간혹 고치 하나에 두 마리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은 불량제품으로 버려진다. 두 마리가 뒤엉켜서 제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완성된 고치를 15일간 그냥 두면 고치 속에서 나방이 되어 한쪽 부분을 뚫고 나와 암 나방은 알을 약 500개~600개 낳고 죽는다. 언젠가 중국여행 갔을 때 가이드 강권에 밀려 비단 공장에 갔더니 그곳에서도 불량제품의 고치로 이불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완성된 고치 중에서 일등급의 뽀얀 고치는 골라 읍내 잠사조합에 넘기고 그 밖의 것은 물래 로 실을 풀기 시작한다.
 
실을 다 풀고 나면 속에서 번데기가 나오는데 이것을 용(踊)이라 불렀고. 이 번데기를 푹 삶아서 우리는 간식으로 즐겨 먹었다. 훗날 서울 구경 일행을 뒤 쫒아 다니며 “뻔히요 뻐” 하던 아저씨가 있었는데 어릴 적 하도 질렸기 때문에 쳐다보기도 싫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
엄마는 물레로 뽑은 명주실을 베틀에 올려놓고 명주 옷감을 짜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베야 비야 어서 짜서/ 시어머니께 인정받고/
한폭두폭 많이 짜서 우리 자식 살찌우자/
이 베 짜서 돈 벌어서 억만장자 부럽지 않게/
어서 빨리 자식 키워 서울구경 하러 가자//
 
엄마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사흘이면 뚝딱 뚝딱 명주 한 필씩을 짜내셨다, 동네 아낙네들은 우리 집을 명주 공장이라 부르기도 했었다, 자그마한 몸으로 베틀에 앉으면 사람은 안보이고 베틀만 보인다며 엄마 손 놀림이 빠르다고 칭찬이 자자했었다.
명주를 곱게 접어 손질하여 5일마다 읍내 장에 팔러 다니셨고, 쑥을 삶아 그 물로 옥색 명주 물을 들여 장롱 속에 오랫동안 보관해놓으셨다.
당신의 회갑 날이 지나자 마지막 가실 때 입을 수의를 만들어놓으셨다. 그 후로 이십여 년 동안 매년 봄이 되면 옥색 수의를 꺼내 햇볕에 널어놓으시며 입버릇처럼 이다음에 새가 되어 이 옷을 입고 훨훨 원 없이 날아다닐 거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키워 내 손으로 명주 짜서 내가 입고 갈 옷이라고 애지중지 하시던 엄마는 칠십 팔세에 마지막 명주옷을 입고, 모든 근심 걱정 다 버리고 편안하고 예쁜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며 먼 곳으로 떠나셨다.
엄마를 보내드리던 날 저녁, 모두들 마당 평상마루에 모여앉아 있는데, 웬 옥색 나비 한 마리가 오빠 등 위에 앉았다.
나비는 잠시 후 한 바퀴 훨훨 날아 엄마의 빈소에 들어가 형광등 전깃줄에 앉아서 엄마의 빈소만 바라보며 삼우제 날까지 꼼짝 않고 붙어있었다 .
엄마는 몸은 저 먼 곳에 갔지만 영혼은 정들었던 집과 뿌려놓은 자식들을 두고 쉽사리 떠나질 못하였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식구들은 엄마가 옥색 나비로 환생 했다며 사진을 찍으며 반가워했었다.
다음날 동네 분들도 신기하다며 놀라는 표정들을 지으며 베 짜는 것을 좋아 하더니 명주옷 입고 왔다고 나비와 대화를 하듯 말을 건넸다.
삼우제 드리던 날,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산소를 갈 수가 없어서 빈소에서 삼우제를 지내고 먼 발취에서만 엄마산소를 바라보며 인사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지만, 빈 소방 전깃줄에 앉은 나비는 날아갈 생각을 않았다.
나는 혼자말로 ‘나비야! 이제 날아가려무나. 모두 이곳을 떠나야 한단다. 어서 훨훨 날아다니면서 좋은 구경 많이 하고 건강하게 날아다니려무나. 라며 전깃줄을 흔들었더니, 나비는 훨훨 날아 엄마의 빈소를 몇 바퀴 돌더니 힘차게 날아가 처마 끝 전선에 앉았다. 식구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엄마! 좋은 곳으로 잘 가서 사세요. 애처로이 나비를 바라보며 제각기 마음속으로 작별 인사를 고하며 돌아섰다. 2013. 3.

문경자   13-04-01 23:44
    
명주실엄마를 읽으며 그 모습이 눈앞에 와 닿습니다.
옥색 나비 한 마리가 오빠 등위에 앉았다 는 글에서
엄마를 보듯이 나비는 슬픔에 잠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된것 같습니다. 
화순님 화~이팅
김화순   13-04-02 06:56
    
문선생님 .감사 합니다  . 그때는 엄마가 환생한 느낌이였어요  꿈같은 실화였지요 .  좋은 시간 되세요 .
홍정현   13-04-02 08:15
    
누에가 자라는 과정이 참 복잡하네요.
누에가 고치를 지을 때 내는 소리가 듣고 싶어져요.
도시서 나서 자란 제겐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은데......
그 소리를 상상하며
제겐 낯선 얘기를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김화순   13-04-03 18:37
    
네 선생님  꼼꼼 히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
문영일   13-04-02 18:17
    
와! 김 화순님 바로 이거에요.
어제 임선생님이 원하시던 바로 그 글입니다.

지극정성 누에 길러 실 뽑으시고, 명주 짜서 입으시고 가신 어머님.
한 마리 나비로 환생하여 차마 가족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오빠의 어깨에 앉았다 다시 빈소앞에서 삼우제를 같이 지내다
하늘 나라 가신 어머니...

누에에 대한 정보와 이를 기르는 엄마의 정성 그리고 나비로 환생하여
명주실 엄마가 되셨습니다.

그동안 예사롭지 않은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그 일들을 기억하여 글로 엮어내는 솜씨가 일취월장합니다.

글쓰시기 전에 주제를 항상 생각하라는
임샘의 말씀을 새겨들으시고 자꾸 쓰세요.
저는 글 쓰기 전에  과연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를 자문 해 보고 시작합니다.
그런 방법을 써 보세요.
읽는 독자들이 재미있어 하고 뭔가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많은 경험이 소재가 된 그동안의 글도 참 좋았습니다.
이제 등단도 멀지 않았어요.
화이팅!!
     
김화순   13-04-03 18:28
    
네 . 감사 해요 .  매주 문선생님 뵐때면 든든 하고  편안한 모습 항상 월요일반에 기둥이십니다. 꼼꼼히 채크해주시고  도움주셔서 감사합니다 .  월요일날 뵈어요
김명희   13-04-02 22:38
    
어릴 적 외가에서 본 양잠이 생각나요.
누에가 뽕잎을 먹는 소리는
한바탕 바람을 싣고 대밭에 내리는 빗소리 같았지요.
꼬물거리던 누에가 자라 입으로 명주실을 풀어내는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긴 행주치마폭으로 뽕잎을 나르시던 외할머니 생각에 뭉클해집니다.
독특한 소재의 글 잘 읽었구요.
늘 소외된 주변을 아우르며 남다른 인간애를 실천하시는
선생님의 저력은 어머니의 깊은 사랑에 기인한 듯 싶습니다^^
     
김화순   13-04-03 18:31
    
고마워요 김명희 선생님  .  외갓집 에 경험이 있군요  누에는 참 신기하죠 .  잘읽어 주어서 고마워요...
    다음주 에 뵈어요
박인숙   13-04-03 00:26
    
애벌레 부터 명주실이 되기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하군요.
어머니의 손 솜씨 까지 더해져서요.
수의를 지으시고 손질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선 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백춘기   13-04-03 09:34
    
무엇보다도 어머님의 자작곡이 멋집니다.
노랫소리가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 것 같아요.
나비로 인하여 어머니의 모습을 떠 올리는
김화순님의 간절한 그리움을 알것 같습니다.
박재연   13-04-03 11:01
    
정갈하게 풀어내신  글  참으로  멋집니다  나비가  되신  어머니도  무척  고우셨을  것같습니다    잠실이 옛날  누에치던  동네라고는  들었지만  글속에서의  잠실은  묘한  신선함을  자아냅니다  번데기얘기도  재미있고요    그  맛있는 번데기를요....재미있고  감동있는글  잘읽었습니다
김화순   13-04-03 18:35
    
박인숙 선생님 .백 춘기 선생님 . 박재연 선생님  . 꼼꼼 히 챙겨 주시고 아름답게  감상 해 주신데 대하여  고맙게 생각 합니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십시요.    감사꾸벅 올립니다
김인숙   13-04-06 12:30
    
와 화순님. 신화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또 섬세한 정보. 깜짝 놀랐어요.
그 날아온 나비. 정말 신기해요.

저도 그와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는데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해요.
마음이 비단결 같으시더니 글이
마음을 웃돌고 있어요.
너무 너무 맛있게 읽었어요.
선생님의 삶의 기름진 옥토가 
구슬같은 작품을 안고 옵니다. 감사해요.
작품목록이 봄꽃축제를 방불케합니다.
     
김화순   13-04-09 14:58
    
ㅎㅎㅎ 고마워요  꼼꼼히 도 읽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잘계시죠 ?
황다연   13-04-06 17:27
    
소낙비 내리는 소리처럼 주룩 주룩 뽀스락 뽀스락 ... 누에 키우는 방을 한번 들여다 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오디 맛있게 따 먹던 기억만 있어서...
누에 명주 수의 그리고 나비... 사랑이겠지요?
재밌는 글 많이 들려주세요~
김화순   13-04-09 14:59
    
우리반에 활기 넘치는 황다연님  반갑네요  오디도 맛나죠 . 고마워요  다음주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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