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창작합평
  송장고개였던 마을    
글쓴이 : 허향심    13-04-07 15:42    조회 : 6,183
송장고개였던 마을
허향심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눈이 내리면 구청에서 눈을 치워주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지도공원 트랙이 25년 전에는 송장고개로 불렀다고 한다. 능곡이 개발되기 전에는 야산이었기 때문이다. 야산에는 공동묘지가 많았는데 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를 동네에서 미용실을 했던 아주머니에게 듣다 보니 무서워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답니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2000년도에 화장을 짙게 하고 멋을 한껏 부린 여자가 미용실 단골로 왔다고 했다. 항상 고대를 자주 하던 그녀가 어느 날 파마를 하고 중화제는 집에 와서 발라달라면서 집을 가르쳐주고 갔기에 중화제 바르는 시간에 맞추어 갔다. 가르쳐 준 집은 무덤과 무덤 사이에 버려진 나무로 지어진 판자집뿐이었다. 그 멋쟁이가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나, 사람을 겉만 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중화제를 다 바르고 돌아 설 때 부엌 안을 슬쩍 들여다 보니 부엌에도 무덤이 있는 것을 보고 다리에 힘이 빠지고 주저 앉을 것 같았다. 그녀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부엌에 묘가 있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살수 있나 물었다. 그녀는 무섭지 않다면서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으스스하여 술을 한잔 부어 놓으면 괜찮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멋쟁이 여자에게 10분 후에 미용실에서 보자는 말을 남기고 돌아올 때 어둠이 시작되고 있었다.
불빛 없는 송장고개 길을 어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에는 바퀴를 단 것처럼 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미용실에 왔을 때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죄를 지어 남을 피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사업에 실패를 한 뒤 간단한 보석만 가지고 나와 팔아 생활을 한다고 말을 하는 멋쟁이 그녀가 다시 보였다. 아주머니는 공동 묘지에 명절이면 사람들이 성묘를 오는가 궁금하여 물었더니 오는 사람도 있고 오지 않는 묘에는 판자촌 사람들이 모여 술을 한잔씩 올린다고 한다.
멋쟁이 그 여자와 비슷한 경우가 있는 부산 여자와 내가 알고 지낸 적이 있다. 남매가 초등학교 다닐 때 육성회 회장을 했던 여자다. 학교 일을 같이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까워져 지난 날 부산에 살았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남편이 사업이 잘 될 때 저축 보다는 다이아 보석을 사 모아 서울에 올 때 한 주먹 이었다고 한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을 산다는 말이 있듯이 그 다이아를 팔아 아파트를 사고 아파트에서 사치하는 여자들에게 여러 가지 명품 장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능곡이 개발 되면서 아파트와 학교가 들어서고 공원에 운동장과 테니스 코트장을 만들었기에 수도가 중간 중간에 놓여져 있다. 그리고 구청에서 수질 검사를 하여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도가 있어 항상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줄지어 물을 받아가고 있다. 근처 식당들도 손님에게 주는 물을 이 곳에서 받아 가는데 죽은 정수기 물보다는 살아 있는 물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아낙네가 물을 받으면서 이곳이 자기네 집 샘물이었다는 말을 하면서 구청에서 물줄기를 잡아 수도처럼 틀면 나올 수 있도록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가뭄에도 물은 지칠 줄 모르고 철철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보면서 땅속에 끝이 없는 강이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요즘은 지난 날 구제역과 조류 독감으로 수 많은 가축들을 몰아 묻어 비가 오면 빗물이 들어가 썩은 물이 흘러온다고 공원 물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어 조금은 한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구청에서 정수를 하여 보내는데 사람들 마음은 간사하여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나는 공원에서 운동하다 만난 여자들에게 송장 물과 합세하여 물이 더 맛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내 짓궂은 말을 수돗가에 있는 사람들이 들었는지 동물원에 원숭이 보듯이 모두가 날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 사람들을 등뒤로 하고 나는 작은 페트병에 물을 받아 바람이 소리를 남기지 않듯이 유유히 집을 향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구청에서 관리하는 수돗물은 비상시 이 동네에 쓰일 물이었다.
 

정지민   13-04-08 09:42
    
윗 단락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답니다.'를 '끼쳤다.'로 고쳐주시면 읽기가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무척이나 실감나고 재미있어서 저야말로 소름이 쫙 끼칩니다.
아,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했습니다. 남의 글을 읽는다는 건 내가 살지 못한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과 똑같은 거구나, 를 다시 느낍니다.
"그 사람들을 등뒤로 하고 나는 작은 페트병에 물을 받아 바람이 소리를 남기지 않듯이
유유히 집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반전이 일어난 듯 여운이 남는 대목을 거듭 읽었답니다.
황윤주   13-04-08 10:47
    
능곡엔 2000년에도 판자집이 있었군요. 판자집, 미용실... 단어에 혹시 70년대 때 이야기인가 하다가
2000년도의 판자집? 하며 제 눈이 커졌더랬죠^^ 무슨 영화의 한장면 같습니다.
부엌안의 무덤, 비가오는 으스스한 날엔 술 한잔 부으면 된다는 말이 참 재밌네요.^^
무덤과 으스스함에도 굴하지 않은 화장 짙게 한 여인을 그려보게 되네요.  ㅎㅎ

말씀처럼 송장물이 합세?한게 물맛을 좋게 한 이유? ㅎㅎㅎ 적어도 이 얘기를 들은 그 동네 주민들은
발길을 뚝 거둘 것 같아요.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김창식   13-04-08 10:49
    
현대판 전설의 고향! 킬러 콘텐츠를 가진 허향심 선생님. ㅎㅎ
허향심   13-04-08 12:09
    
글을 재미 있게 읽어 주셔 감 합니다. 살고 있는 동네에 사연이 있겠지요.한번 올린 글은 수정이 안된다고 합니다 더 열심히 써서 좋은 글 보여 드릴께요.
이순선   13-04-08 23:46
    
선생님의 글은 늘 신비스럽지요.  독특한 사연들로 하여금 우리도 함께 경험하게 합니다.
으시시한 물이 나중에 비상시 쓰일물인  것은 선생님은 아셨던거지요.
그동안 살아온 경험에서 알아낸 지혜였겠죠.
힘든 가운데서도 글을 써오시는 선생님 
앞으로 무궁무진한 소재로 하여금 우리도 함께 경험하게 하세요.
글은 올리고 나면 고칠것이 많아요. 끝도 없어요.^^
선생님 사랑하고 존경해요. 죄송하기도 했지요!.
안명자   13-04-09 06:07
    
한 시대의  전설속에서나 있었던 실감나는 이야기가 고스란이
샘의 글에 담겼습니다. 패트병에 물을 담아가지고 유유자적하게 내려 오시는 허선생의
모습이 아주 일품입니다.
샘의 글을 읽고 세상도 그리 살면 걱정 없을 것 같네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홍정현   13-04-09 14:40
    
재미있어요.
부엌에 있는 무덤이라니!
낯선 내용이라 호기심이 발동하네요.
오윤정   13-04-09 19:30
    
선생님은 판도라 상자 같아요.
어쩜 그렇게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소재를
갖고 계시는지.
선생님의 글에는 삶의 질곡이 짙게 배어납니다.
소설속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소재들에
절로 눈이 갑니다.
선생님 늘 응원합니다.
박인숙   13-04-09 20:05
    
늘 소재에 갈증을 느끼는데 선생님의 보물단지엔 뭐가 그리 많으세요. 부럽습니다.
윤정씨의 말 처럼 삶의 질곡이 배어있는 글입니다.
다음글도 기대할께요. 화이팅 하세요.
성필선   13-04-09 21:31
    
평범한  장삼이사의  신산하고도  파란만장한 삶을 놓치지 않고
들여다보는 선생님의 특별한 시선에 자주 놀랍니다.
선생님만의 그 특별한 시선을 자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지황   13-04-09 21:42
    
사람들의 시선을 끌 제목 부터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범상치 않은 내용 또한 신기하구요. 
인간의 간사한 마음을 엿보는 구절에 공감이 갑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 기대합니다.
박래순   13-04-10 00:26
    
이불 뒤집어쓰고 식은땀 흘리며 보았던 '전설의 고향' 이 떠오릅니다.
사실 경험을 했던 미용사는 자다가 침대에 오줌쌌을까?
불빛 없는 송장고개, 발에 바퀴 달고 달린 미용사, 몸에 닭살이 돋는군요.
허향심샘! 혹시라도 그 송장물 끓여 커피 타오지 마소서.
김창식   13-04-10 15:19
    
'홍콩 괴기영화 +팀 버튼+쿠엔틴 타란티노'를 보는 듯!
 
   

허향심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5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창작합평방 이용 안내 웹지기 02-05 84608
5 송장고개였던 마을 (13) 허향심 04-07 6184
4 소금 방 사람들(일산반) (8) 허향심 11-20 6337
3 휴대폰 소동 (12) 허향심 10-30 5394
2 바닷물 뿌린 양파 (8) 허향심 08-24 6829
1 스물 한번의 이사 (9) 허향심 08-09 6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