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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나물 예찬    
글쓴이 : 김옥선    13-04-28 17:17    조회 : 6,213
봄나물 예찬 <자기 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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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옥선
 
 향기가 가득한 봄 햇살은 부드럽게 부서지며, 여린 풀냄새와 흙냄새를 닮은 봄바람은 따스한 온기로 대지를 감싸고 있다. 어느새 싱그러운 바람이 놀고 간 그 곳에는 생명으로 탄생한 풀과 꽃으로 가득히 피어나더니 환희의 기쁨으로 대지는 연푸른 융단을 깐다.
 
해마다 봄이 되면 마치 어젯밤의 꿈인 듯 환상인 듯 아련한 기억의 저쪽 끝에, 나의 어린 시절 봄에 있었던 기억을 펼친다.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 속의 장면처럼 봄나물을 뜯으러 들로 나가는 아이들, 눈부신 햇살은 따사롭긴 하지만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봄 소풍을 시샘할 때여서 아이들의 코에서는 누런코가 들락날락하고 하얀 물코를 연신 훌쩍인다.
겨울을 난 아이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며 흙먼지 뽀얀 행길을 걷거니 뛰거니 장난을 하며 걷는다. 나와 친구들은 하나같이 귀가 반쪽이 나오도록 짧다란 단발머리에, 세수를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얼굴을 하고 마냥 즐거워한다.
창칼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봄나물을 뜯을 때 꼭 필요한 도구인 생활용 칼이다. 가을에 아버지가 논에서 잘 익은 벼를 벨 때 쓰던 부러진 헌 낫을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낫의 칼날이 넓적한 다시마 잎 모양처럼 생긴 것을 칼잡이 부분을 망치로 톡톡 두들겨서 뾰족하게 만든다. 잘 다듬어진 손잡이에 나무자루를 꽂아서 만든 자그마한 칼을 말한다. 무어 하나 그냥 버리는 것이 없던 시절에 그 칼은 우리 집안에서 요긴하게 쓰는 물건이었고,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맡기기엔 위험한 것이다. 나와 아이들은 집안에서 두루 쓰이는 창칼을 부모님께 떼를 써서 쓰기를 허락 받고, 또 쓰임에 있어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들은 후에나 창칼을 받아들고, 할머니께서 댕댕이 풀줄기로 만들어주신 나의 보구니(바구니)를 들고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 것이다.
백석의 시 <여우난 골족(族)> 에 나오는 시 구절 중 어린 시절의 시인이 명절날 아베 어메를 따라 큰댁에 가면서 개를 데려가는 재미있는 구절의 부분과 장면을 떠오르게 했던 착한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집에 혼자 있을 개가 불쌍하다며 데려왔다. 봄 소풍에 따라나선 개는 이밭 저밭을 뭉개고 뛰어다니며 땅을 파고 괜히 땅을 보고 짖기도 하던 개 때문에 몹시 기분이 상해 결국 친구는 울고 말았던 기억이 이제는 잔잔한 영상으로 남아있다.
봄이 되면 자주 갔던 단골 밭 아랑방골에는 지금 생각해봐도 씀바구(씀바귀)와 나생이(냉이)가 지천으로 정말 많았다. 친구들과 떠들며 놀면서도 작은 손으로 나물을 캤지만 금방 바구니에 소복하게 가득 담겼다. 나물을 뜯어다 어머니께 갖다 드리면 거듭거듭 칭찬을 하시며 저녁 때 맛있게 나물요리를 하여 가족이 다 함께 봄의 만찬을 했었다.
아랑방골 밭에는 가끔 동네 어르신들께서도 나오셔서 나물을 한주먹씩 뜯어 가시곤 했었다. 그때만 해도 어른들의 일상복은 대부분 흰 옷이 많았다. 우리가 밭이나 들에서 나물을 뜯고 있을 때 멀리서부터 흰 옷을 입은 어른의 모습이 가까워지면 반가웠으며 아이들만 들에 있어서인지 괜히 무서웠던 마음이 편해지고는 하였다.
분당골에는 몸에 좋다는 깨끗한 미나리가 많아서 좀 멀긴 하였지만 어머니와 함께 호미를 들고 가서 아예 미나리를 뿌리 채 뽑아다 미나리꽝을 만들어 놓고 미나리를 길러 먹었다. 맑은 물속에서 다른 거름이 없이도 물만으로도 잘 자랐던 미나리는 베어 먹고 얼마쯤 지나면 또 쑥 올라오는 성장이 빠른 효자 반찬이었다. 잘 자란 미나리를 잘라 깨끗이 다듬어서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서로 정을 나누기도 했었다.
 
요즈음 식생활 공해로 문제가 되고 있고 사람들은 먹는 것에 혼란을 겪는 것 같다. 가끔 탄천 변에 나가 운동을 하다보면 천변에서 쑥이나 나물을 뜯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 곳은 해마다 유월 장마철이나 시월 태풍이 올 때면 강수량이 많아지면서 악덕 기업들의 횡포나 도덕적 해이로 온갖 오수와 폐수가 흘러들게 하여 강에 오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엄청난 강수량으로 인해 천변 전체가 범람하기 직전까지 물이 가득 차는 것으로 볼 때 천변은 온통 중금속에 노출 되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그런 것을 본다면 아쉽지만 천변의 나물은 먹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고, 대신 시장에서 나물을 사다가 먹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봄에 나는 나물은 독이 없어 모든 새싹이 약용식물이라 한다. 사람들은 제철에 나는 음식을 많이 먹어두라고 한다. 봄나물은 필수영양소가 고루 듬뿍 들어 있어 면역력을 높여주고 칼슘과 인, 비타민은 나른함을 이기게 한다고 말한다.
내가 어려서 먹었던 음식은 공해가 없고 천혜의 자연조건이 자연스레 갖추어졌던 친 자연적인 보약밥상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맛을 보기는커녕 그런 것이 있었다는 것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청정한 것을 추구하고 로컬 푸드(건강한 밥상)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으로서, 이제는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무공해와는 멀어져서 친 자연적인 보약밥상과 같은 음식을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며 시장바구니를 챙긴다. 아들과 남편에게 청정한 고향의 봄나물을 뜯어다 먹일 수는 없지만 시장에 가서 두릅나물과 취나물이라도 사와야겠다.
 

우성희   13-04-28 17:26
    
드디어 올리셨군요 김옥선님!
어디계시다가 나타나신겁니까?
줄줄이 좋은글들이 나오는 중에도 단연 돗보이는 자연묘사가 압권 입니다.
우리처럼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시골의 서정성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어린시절 자연에서의 생활을 단 몇년이라도 해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요.
건필 하시고 계속 좋은글 기대 합니다.
     
김옥선   13-04-29 18:09
    
선생님 과찬 부끄럽습니다.
  선생님의 훌륭하신 글  따라 갈려면 열심히
  공부해야겠지요 ~ 감사합니다
아네스   13-04-28 17:52
    
서울 출생인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이런 글은 쓸 수가 없음을 자각하게 해 준 글입니다.
옥선님의 봄나물 캐러가는 모습이 막연하게 연상이 되지만 본 적이 없는지라 그림이 안 떠오르네요.
씀바구, 나생이는 제가 청계산 입구 좌판에서 엊그제 한움큼씩 사와서 나물 해 먹었답니다.
옥선님의 글을 읽어 본 후에는 자꾸 길가  풀들을 눈 여겨 보게 됩니다. 저도 좀 뜯어다가 살림에 보태볼까 하구요 ㅎ
그런 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얼마나 표현력이 좋을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김옥선   13-04-29 18:13
    
샘~^^ 담주 뵐 수 있는거죠~?
  샘의 글은 정말 표현이 좋습니다.
  훌륭한 시나리오 자질이 있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홍정현   13-04-28 19:52
    
짝짝짝~~~창작합평입성을 축하드려요.
아네스샘 말씀처럼 저도 서울출신이라
봄나물 캐는 장면이 신기하게 다가와요.
'창칼'에 대한 설명부분....재미있어요.
'미나리꽝'이란 단어도 들어본 적은 있는데...참 새롭네요.
첫 글이라고 하기엔 내공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냉이 된장국을 해 먹고 싶네요. 마트가면 팔까요?
     
김옥선   13-04-29 18:17
    
정현샘 ~^^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정현샘의 글 저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글이 상큼해요~^^
김인숙   13-04-28 22:35
    
아-- 옥선님. 드디어 나오셨군요.
나  어린 시절의 봄의 노래. 글 속으로 마구 빠져들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내게 다가오는 향수는 천금을 주고도 살 수없는
정말 영혼의 향기랍니다.

꿈을 꾸다가도, 아니 길을 걷다가도 향수는 나를 에워싸며
다시 황홀로 빠지게 만듭니다.
어린 시절 피부로 오감으로 다가온 자연의 향기가
필을 들었을 때 출력의 에너지를 팍팍 뿜어 낼 것입니다.
소개서가 이리도 화려하신데, 다음글 또 기대합니다.
맛있게 읽었습니다.
     
김옥선   13-04-29 18:21
    
선생님~^^ 감사합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제게 힘이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황윤주   13-04-29 03:12
    
드디더 김옥선 선생님 글 등장하셨네요^^
봄 수채화를 만난 듯한 선생님의 잔잔한 글...
읽노라니 저도 선생님 유년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나비처럼 돌아다니며 흙장난하며
나물 캐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입니다.  (저 나물 캐는 거 좋아해요 ㅎ) 
공해없는 청정지역에 나는 나물이 요즘은 귀하지요. 간혹  땅위에 쑥과 냉이와 같은 나물을 발견해도
반가움은 잠시 이걸 뜯어다 가져가서 먹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바로 생기니까요.
친구들과 봄햇빛 받으며 놀러다니신, 지천에 널린 나물을 거리낌없이 캐다 가족들과 밥상 위에 찬을 나누셨던
선생님의 유년시절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김옥선 선생님^^
건필하시구요.
     
김옥선   13-04-29 18:29
    
윤주샘~^^ 감사합니다~
  제가 어제 몇분의 글에 댓글을 올렸는데
  표현력이 많이 부족해서 엄청 훌륭하신
  글인데 부족했습니다. 다들 훌륭하십니다.~
김보애   13-04-29 08:17
    
첫 게재! 축하드립니다.
첫 출발이신데도 풍성한 상이 차려졌군요.
훈훈한 인상과 잘 맞아 떨어진 따뜻한 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 같은 배를 탄 느낌이죠.
만난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반가운 느낌의 김옥선 님.
앞으로 함께 건필해요.
저도 어제 잠깐 나가서 쑥 캐었어요.
참고로 말씀 드리면, 전 도시출신인데도
봄 날에 쑥 한번 한 캐면 그 해를 맞는 느낌이 들지 않는답니다.
아직 몇번은 쑥을 더 캐어야 해요~
담 주 소픙가면 함께 캐어볼까나요.
     
김옥선   13-04-29 18:34
    
보애샘~^^ 많이 부족한 글 부끄럽습니다.
  배워야 하기에 용기를 내어 냈지요 ~
  도시 사람이 쑥을 켔다하니 좀 웃습긴 하네요~^^
  샘 지도 편달 부탁합니다. 사랑합니다.~~
원경혜   13-04-29 14:34
    
드디어 입성하셨네요.
반갑습니다...
저도 봄나물 중 씀바귀를 젤 좋아하지요..
고추장에 온갓 양념을 해서
한입 먹으면 쌉싸름한 향이
다음 젖가락을 제촉하지요...
쌤의 풋풋한 봄나물 사랑이 여기저기
가득한 글 읽고
오늘 저녁 일찍 나온 취나물이라도
묻쳐야겠네요..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도 건필 하세요...
김옥선   13-04-29 18:40
    
경혜샘~^^좀 뻔뻔하지요~?
  사랑으로 감싸 주세요 ~ 저도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씀바귀는 충청도
  사람이 많이 먹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송애   13-04-30 11:23
    
김옥선 선생님, 글 올리셨네요~
저는 봄나물 중에서 냉이를 제일 좋아해요.
마트에서 잘 손질된 것들을 사먹기만했지
직접 캐본적은 없는데 선생님 글 읽다보니
저도 들로 산으로 봄나물 캐러가보고 싶은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지요~
아랑방골도 이제는 오염이 되서 옛날 처럼 지천으로
봄나물들이 널려있지는 않겠지요?
자외선 차단제 두껍게 바르고 모자에 선글라스로
중무장하고 봄나물 캐러간다고 하면 모두들 웃으시겠지요~~
선생님의 편안한 모습 처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옥선   13-04-30 14:08
    
윤송애 샘~^^ 들에 가면 냉이와 씀바귀는
  많습니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에 오염이
  되어서 함부로 먹을 수 없는겁니다.

  저번 주 안 보이시라구요 ~ 저는 점심
  모임땜에 일찍 나왔습니다. 담주 김정완
  선생님댁 갈때 쑥 같이 뜯자구요 창칼
  준비하셔야 합니다. 송애샘 감사합니다.~~
임정원   13-04-30 16:26
    
친구야 ! 입성 축하 축하해 ~~~(하트)
잔잔한 감동이 흐르는 서정적인 글 !
그 시절 시골에 살았던 우리 모두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글속에
친구의 따뜻한 마음과 순수함이 그대로 담겨있네.
목요반 선배님들 따라~
'비둘기빛이거나 진주빛인 수필'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구...파이팅^^
     
김옥선   13-05-01 18:17
    
정원샘~^^ 친구끼리 만나서 얘기로
  평하여  주시면 될 것을..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순수와 열정으로 꿈을 지향해요~^^
박인숙   13-04-30 21:20
    
저는 도시에서 자라 나물 캐는 재미를 모르고 살았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었는지 지금은 쑥개떡을 만들려 쑥을 캐러 갑니다.
먹을 생각보다 나물 캐는 시간이 즐거워서 가지요.
시골에서 자란 분의 정서를 흉내낼 수는 없지만....
입성 축하드리구요. 저는 일산반입니다.
김옥선   13-05-01 18:21
    
박인숙선생님 글 읽어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꾸벅)~^^ 나중에 뵈면
  맛있는 차 함께 나누겠습니다.~
차복인   13-05-03 16:35
    
첫번글에 축하합니다
아주 섬세하게 잘 쓰셨네요??
앞으로 더욱 좋은 평 받으시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늘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김옥선   13-05-04 09:29
    
차복인 선생님 과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남의 글도 많이 읽고 많이 써보기도
 하겠습니다, 언제나 따뜻한 미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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