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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웃어라 '톤즈'(분당반, 류문수)    
글쓴이 : 김데보라    13-05-18 11:29    조회 : 6,335
뒤늦게 감동의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기에 앞서고(故) 이태석 신부를 기리는 여러 이야기와 수단의 슈바이처라는 칭송을 들은 바 있다. 그러므로 큰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보기시작 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보려던 영화 감상이 어느 듯 엄숙하고 침통하게 다가왔다.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모두가 삼매(三昧)에 빠져든 듯했다. 영상이 흘러감에 따라 가슴 속 고동은 차츰 소용돌이쳐 폭발할 것만 같았다. 쫄리 신부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물너머로 보아야만 하는 충격은 무엇이었을까? 1년 전 마흔여덟, 인생 중반 한창 나이에 선종(善終)한 이태석 신부의 삶을 보면서 깊고 진한 회한(悔恨)이 솟구치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삶에 대한 격한 분노요, 질타였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베푼 것이 곧 나에게 베푼 것"(마태,25,40)이라는 예수님 말씀에 이끌려, 지구 위 가장 보잘 것 없는 아프리카 남부 수단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한 고 이태석 신부님! 그의 짧은 생애가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의 마음을 저리게 한다.
신부님은 '톤즈' 마을을 울리고 떠나 가셨다.
뭇 사람들에게 자기 성찰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가셨다.
가슴 저미는 사랑의 매를 들고 맹렬한 불꽃으로 살다 가셨다.
가난과 질병과 오랜 내전의 참화 속, 모든 빛이 꺼져버린 절망의 땅 남부 수단. 극심한 부정부패로 민중의 고통을 외면해 버린 아무도 돌보지 않는 황무지. 이 땅에 희망의 작은 씨앗을 한톨 두톨 심어 사랑의 꽃을 피운 이태석 쫄리 신부님!
그가 신부가 된 후 아프리카 수단으로 가겠다고 가족에게 자신의 뜻을 말하자 그의 누나가 그에게 물었다.
"한국에도 어려운 벽지가 많은데 왜 꼭 아프리카로 가야만 하니?"
"그곳에는 아무도 가려는 사람이 없기에 나라도 가야 합니다." 라는 대답은 가장 보잘 것 없는 곳이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내가 힘든 일을 남에게 시킬 수 없다는 자기헌신의 강한 의지가 보인다. 즉 하느님의 사랑은 장님이다. 사람이 보내지 않는 곳에도 간다는 것이다.
어둠을 헤치고 예수님 사랑의 빛을 따라 손수 벽돌을 찍어 병원과 학교를 짓고, 무수한 환자를 치료하며 청소년을 가르쳤던 신부님.
포기한 삶을 바로잡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쳐 밤낮이 따로 없었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가난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가난의 본질인 영적인 결핍을 메워주는 것이었다. 신부님에겐 이들 상처투성이 영혼을 달래는 것이 급선무였으므로 그들과 함께 그들 안에서 빈틈없이 톤즈 사람이 되기 위해 숙식을 같이하며 고락을 함께 했다. 사랑은 장애에 부딪칠수록 점점 더 잘 자란다 했던가. 여러 악조건은 사랑을 심을 광활한 평야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심부님에게는. 미래의 꿈인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브라스 밴드를 창단하여 음악적 감성을 일깨우고 상처로 얼룩진 톤즈마을의 영혼들을 위로했다. 그리하여 찢긴 영혼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심어,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사는 생의 기쁨을 찾아 주고자 동분서주했다.
신부님의 사랑의 힘은 입을 통한 강론 말씀에 있지 않았다. 그분은 온 몸을 바쳐 일상 삶 안에서 강론했다. 톤즈의 온 마을과 흙바닥은 그의 강단이었다. 그리스도께서 골고다 언덕, 갈릴리 호숫가, 여러 고을의 마당과 길가, 겟세마니 동산이 강단이었던 것처럼... 신부님도 그들 모든 삶의 현장에서 사랑의 몸짓으로 강론했다. 한센인들 몸에서 손수 고름을 짜내고 치료하며 웃음으로 위로하는 모습! 그들의 일그러진 발을 그려가며 꼭 맞는 신발을 맞춰 신게 한 신부님이야 말로 톤즈 마을 사람들에게는 자기들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으로 보였을 것이다.
신부님이 떠나신지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며 안타까움이 넘나들고 있다. 특히 톤즈 마을 이들이 신부님을 지극히 아쉬워하며 갈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의사이면서 사제요, 교사이면서 음악가였던 다재다능한 사람의 도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철저하게 그 도구로 바친 삶이었기에, 그 위대한 삶 앞에 감격의 눈물 글썽이며 신부님을 칭송하고 짧은 생애를 한탄(恨歎)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는 곳 마다 사랑의 꽃이 되어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준 삶.
시들지 않는 영원히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그는 삶을 마감하셨다. 그가 존경해 맞지 않던 하와이 몰로카 섬에서 한센인을 돌보다 한센병으로 돌아가신 다미안 신부처럼 그는 죽었으나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울지마 톤즈' 이 영화를 통해 사람도 한 송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이 아름다운 꽃만 보지 말고 꽃을 피우기 위한 땀과 고통과 인내를 묵상하고 일상을 바로잡자고 가족들에게 당부했다. 무언의 공감 속에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다.
신부님 앞에 나는 참으로 무엇이었나.
철들어 이제껏 내가 쌓아온 세월이 너무나 죄스럽고 부끄러워 나 자신을 용서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 왔는가...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하기도 민망하다. 진정 소중한 것을 멀리했던 아픔이 터져버려 깊은 참회(懺悔) 속으로 빠져든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감 없이 보여준 각박한 이 시대의 성자 고 이태석 신부님. 가녀린 이 영혼도 살펴 주소서.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
이태석 신부님을 통해 하느님의 거룩한 뜻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땅. 피어라 하느님 사랑의 꽃으로. 위대한 꽃향기, 온 누리 두루 퍼질 때 하느님 나라는 가까워지리라.
톤즈 너는 버림받지 않았다. 너는 주님의 손길이 머물던 곳. 슬픔을 거두고 웃어라 톤즈! 더욱 풍성한 하느님의 뜻이 너희 마을에 머물 것이다.
*善終=善生福終

김데보라   13-05-18 11:31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
영화로 상영된 그 분의 모습을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 보는 귀한 영상이었지요.
세상에는 귀한 분들이 많아 참 감사했습니다.
신앙심이 돈독하신 류샘, 늘 하나님 안에서 큰 승리 거두시기를 빕니다.
     
류문수   13-05-19 11:47
    
감사합니다. 계속 도와주셔서... 글쓰기가 개성없이 제 안에서만 뱅뱅 도는것 같습니다. 점점 어려워짐을 절감합니다. '독자를 생각하고 감동시키는 글쓰기' 를 빨리 터득하고 싶습니다. 노력할께요. 도와주세요.
박재연   13-05-18 23:25
    
꽃이 아름다운 것만 보지말고 인내와 땀과 고통을 생각하라는 구절에서 마구 찔림을 받습니다
 옆에도 쳐다보고 살기힙드 세상이지만 신부님같은 분이 계시기에
세상은 아름다워지는 것이겠지요
통즈 아이들의 눈물, 잊을수가 없습니다
류문수   13-05-19 11:53
    
감사합니다. 그리고 등단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꾸준히 다양한 소재를 잘도 재치있게 다루시더니 좋은 열매를 맺으셨군요. 혼자만 앞서가지 마시고 꺼끄러운것 많이 지적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백춘기   13-05-20 13:37
    
이 영화를 보면서 울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태석 신부님은 천부적인 음악적 소질이 많아서
중고등부 시절에 작곡한 "묵상"이라는 곡과
신학대학에 들어가기전 의과대학에 다니며 작사 작곡한
"아리랑 열두고개"를 들으며 그의 천재성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답니다.
신부님의 동생 이태선씨는 성당에서 멋진 목소리로 합창단을
이끌고 있고요
     
류문수   13-05-22 11:18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신부님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 군요. 혹시 가톨릭 교우아니신가요.
친근감이 갑니다.
공해진   13-05-21 09:14
    
이태석 신부님의 사랑과 헌신 이야기
한번 더 감사하게 해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류문수   13-05-22 11:24
    
감사합니다 공선생.  부족한 글 읽어주시니. 껄끄러운 점 많이 지적해주세요.
박서영   13-05-25 10:48
    
t신부님 어머니의 표정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톤즈 초창기 시절 어머니의 기도가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신부님의 인터뷰도요.귀한 아들을 이험한 세상에 두기 아까워 데려가신거 같아요.주님께서.
선생님 함께 화이팅 해요.
김광수   13-05-31 11:19
    
"울지마 톤즈"에 대한 하느님의 이름으로 되새겨 주신 김데보라 씨에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저도 교우의 한사람으로 한님의 사도로 "톤즈"를 잘 표현해
주신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목요반의 김광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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