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짧은 우리의 법(法)
왕 연균
사건의 발단은 친구의 재 텍크 스토리였다. 오피스텔에 투자했더니 집값도 오르고 월세수입도 짭짤하고 사무실도 생겼다는 것이다. 이것이 K의 호기심을 일으켰는지 며칠 후 우연히 본 광고가 그를 분양사무소로 이끌었다.
오피스텔과 원룸을 지어 분양하는 업체인데 말쑥하게 채린 청년들이 모델하우스를 보여주고 큰 지도를 앞에 두고 500실에 이르는 분양물건의 여러 가지 매력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했다. 인근에 대규모 공장이 있어 거주용으로는 물론 사무실로도 수요가 많다는 등의 이야기를 모두 믿었다. 건물이 잘 오르고 있느냐고 물으니 잘 오르고 있다고 했다. 현장은 보지도 않았다. 늦은 오후 시간이라 피곤하기도 했고 오래전에 집을 분양받을 때에도 모델하우스만 보고 계약했기 때문이다. 더 생각해보고 다음날 계약하러 오겠다고 말했지만, 특별할인 혜택 때문에 여러 사람이 그 물건에 관심이 있어 내일이면 계약이 힘들 거라는 직원의 설득에 결국 몇 백만원을 내고 가계약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계약 전에는 와글거리던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K의 계약이 끝날 때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서류를 다시 검토하고 다음날 분양사무소 주변에 가서 알아보니 여러 가지가 사실과 달랐다. 분양서류에 평방미터로 기재된 것을 평수로 바꾸어보니 평수가 모델하우스에서 보여준 것보다 한 평이나 적었고 분양건물도 신축이 아니고 상가건물을 용도변경 하는 중이었다. 후자는 전자보다 시설자체에 문제가 많고 입주자 수에 비해서 주차장이 비좁다고 한다. 전철역이 곧 들어선다는 것, 과장된 수익률, 도시 최저가 분양광고 등도 사실과 달랐다. 더욱이 임대하는 경우에는 직장이나 피부양자 건강보험 혜택이 없어지고 지역 보험에 가입해야 되는데 이것이 일 년에 몇 백만원이 된다. 또한 세금이 추가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다음날 아침 계약금 반환을 거절당한 K는 평소 알고지내는 변호사와 법률사무소에게 소액심판 소송의 대행을 부탁했으나 금액이 적고 사건내용의 객관적 기록이 없어 승산이 없다며 맡기를 꺼려했다.
정직한 소비자는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은 K는 소송과정도 알아보고 싶어 소송을 직접 진행하기로 하고 소비자 보호원에 피해구제 신청서를 냈고 성남의 지방법원에 소액심판 의뢰서도 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원에서는 법원의 판결 결과를 알려달라는 연락만 왔고 법원으로 부터는 K의 진술을 모두 부인하고 자기회사는 전혀 잘못이 없다는 피고의 답변서가 왔다.
드디어 열린 재판에서 피고는 가계약금의 2/3를 원고에게 지급할 수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거부의사를 표시했으며 조정위원회의 중재도 피고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몇 달 후 ‘피고는 가계약 금액의 2/3를 원고에게 일 개월 이내에 지급하라. 그 이후 연체에는 년10%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문이 나왔다. 그러나 한 달 후에도 피고한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K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원 지방법원에 가서 피고의 재산을 찾아 압류하고 피고의 재산명시를 요구하는 것이다. 피고의 재산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사무실에는 값나가는 물건이 없고 대표이사는 만날 수 없다. 피고회사에서 알려준 은행예금 구좌에 대해 압류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예금은 이미 압류된 상태이고 추심금액이 예금액의 10배도 넘는다. 분양 후에 재산을 딴 데로 빼돌렸는지도 모르므로 법원에 피고의 재산 명시를 신청하라는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재산명시신청서를 냈다. 피고가 500실 이상의 원룸과 오피스텔을 모두 분양을 완료한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았다.
재산명시 요구에 대한 답변은 아직 오지 않았으나 법무회사에 의하면 재산을 이미 빼돌렸을 것이기 때문에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피고회사는 다른 회사의 계열회사인데 대표이사인 S는 승진하여 본사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그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은가? 법에 의하면 분양한 회사한테서만 추심할 수 있다고 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살리려면 법원은 마땅히 피고의 재산을 추적하고 사기행위가 있다면 합당한 응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법은 피고의 재산을 추적하는 책임을 원고에게 맡겨두고 있다. 법이 팔 길이가 너무 짧다.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하는가?
재 테크 스토리를 말한 그 친구 왈(曰), “나도 처음에는 실패들을 겪었다. 수업료로 생각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