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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행복    
글쓴이 : 이경숙    13-06-18 19:21    조회 : 6,347
                                     작은 행복
                                                                                                                                       이 경 숙
 
  저녁은 별이 더 아름답다. 오래간만에 하늘을 보며 별을 감상한다. 평소에 무뚝뚝한 남편이 “이런 것이 행복이야” 한다. 아들내외가 회를 좋아하는 우리를 초대해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우리는 더 큰 것을 주었건만 이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니 우리 내외가 늙고 약해졌나? 아니지, 관심과 정성으로 마련하는 그 따듯한 마음이 전해오기 때문이겠지..
  사랑하는 분도야, 오늘 저녘엔 너와 함께한 지난 시간이 어제같이 생각되는구나. 너를 낳고 나니 할머니께서 32년 만에 얻은 막내아들 손주라고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그러나 너는 감기로, 나는 애기 낳는 것 보다 더 아픈 젖몸살로 매일 병원과 입원을 반복했다.
  가짜 젖꼭지를 물었던 너는 그 젖꼭지가 찢어져 밤새 울어 나와 아빠가 밤새도록 안고 지내니, 할머니가 “너희들 내일 출근해야지”하시며 할머니께서 안고 달래 보셨지만 울음은 그치질 않았단다. 세 사람이 모두 밤을 꼬박 새웠고, 젖꼭지를 꿰매 보았지만 까칠까칠하여 빨지를 않고 밤새 울어 우리를 쩔쩔매게 했단다. 그 가짜 젖꼭지는 남대문 도깨비 시장에나 가야 구할 수 있었기에 별 수 없이 너의 불만을 밤샘으로 대답했었단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잘해 우리를 기쁘게 했지. 책읽기를 좋아하는 너는 일학년부터 안경을 써서 우리를 안쓰럽게 했단다. 집에서 나갈때는 내가 있으니 쓰고 나가, 저만치 가서는 벗어 책가방에 넣곤 하였단다. 훌륭한 사람은 다 안경을 썼다고 너를 위안을 시켰건만, 그때만 해도 안경 쓴 사람이 너희 반에 너와 선생님 뿐이였으니 부끄럽기도 했을 거야.
  너희 일기장엔 엄마가 회사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썼지. 어느 주말엔 대문에 팔을 벌리고 서서 “우리 엄마 집에 있다” 고 묻지도 않는 말을 친구들에게 할 때, 엄마가 집에 없어 허전하고 힘이 없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단다. 퇴근해 와 보면 씽크대에 책을 쌓아 발 돋음을 해놓고 설거지하던 너희 남매를 기억하며 마음이 젖어온다. 유난히 아픈 사춘기를 격으며 우리는 많이 힘들었지? 그러나 열심히 미사시간에 복사를 서며, 다진 신앙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이 있고, 엄마는 매주 목요일이면 철야를 하며 밤을 하얗게 새고 금요일에 출근하면서 너를 위한 희생의 보속으로 삼았지. 그때는 그 힘이 어디서 왔는지?
분도야! 인생은 연습이 없다는 구나? 엄마의 시행착오도 많았겠지! 네가 대학에 들어가 우리의 사랑스러운 세실리아를 만난 것은 하느님의 안배라고 생각한다. 엄마 친구들은 딸을 수녀원에 보내니 딸 같은 며느리가 왔다고 말한다. 아빠가 세실리아를 처음 보던 날,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집 앞 제과점에서 너희들 나오기를 기다리셨다지. 우리는 얼마나 흥분되고 궁금했는지 몰라.
  딸이 시집 잘못 가면 자기 평생 고생 하지만 며느리가 잘못 들어오면 삼대가 망한다고 한단다. 왜냐하면, 부모에게 잘못하고, 형제들 의리 다 끊고 자식에게 바른 교육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너는 기억하니? 내가 너희들 결혼 이야기가 나올때 세실리아에게 말했지, “우리 집은, 돈 많은 집도 아니고, 출세한 집안도 아니지만, 사람 아껴주는 집”이라고. 욕심 많은 엄마가 너에 대한 부족함을 재색(才色)이 겸비한 세실리아가 부족한 부분을 온전히 채워주며 남매 잘 키우며 예쁘게 사는 모습이 대견하고 흐믓하다. 너희들이 결혼한지가 거의 15년이 가까이 되지만, 퇴근 후 집에 와서 세실리아를 도와주는 너를 볼 때 옛날에 너에 아빠를 보는 것같다. 보통 엄마들이 “어떻게 기른 아들인데 집에서 일하는 것 싫어 한다”고 하니 너는 그랬지, “며느리는 자기 집에서 귀하게 기른 딸이 아니냐”고 엄마도 동감이다. 너의 그 정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가정은 부부가 가꾸어 가는 작은 화단이다. 부부가 협심해서 물주고 잘 가꾸어야 희망 하는대로 잘 자라고 꽃이 피겠지.
 
  분도야! 노랫말처럼, 인생이 별거더냐! 서로 양보하고, 사랑하며 상대를 이해할 때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겠지. 말로 주고 되로 받으면서도 기쁘고 행복하니, 이것이 부모 자식이고 가족인가보다. 거창하고 큰 것만이 다가 아니고 작은 배려에도 이렇게 잔잔한 행복감이 젖여오는 오늘밤이다.

정길순   13-06-19 19:47
    
좋은며느님 훌륭한 아드님 부럽습니다
자식은 부모등보고 자란다는데 어머니보고자라신 아드님 인격이 보이는 글입니다
요즘 부모들에 바램인 꿈을 이루셨으니 가장 복 많으신 인생 노후를 맞으신 듯합니다
보기드문 흐뭇한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건필하십시요
     
이경숙   13-06-21 21:14
    
자식자랑은 팔푼이라죠. 늙었나바요. 그날따라 고맙게 느껴지고 옛날 생각이 나서
  끄적거려 밨죠. 감사 함니다.
박재연   13-06-20 07:38
    
첫글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외모에서도 묻어나듯이 참으로 따뜻하고 자상한 어머니이신 것 같습니다
작은배려에도 고마워하는게 부모님 마음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하니 반성하게 됩니다
     
이경숙   13-06-21 21:17
    
날르는 분 뒤에 걸음마 아기입니다.
  박재연씨는 아는것도 많고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감사 합니다.
신은순   13-06-20 13:14
    
어제 식사하면서 들을 아드님과 며느림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이 글이 이해가 가게 하는군요.
이글을 읽으면서  아주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좋은글 아름다운글입니다.
아들 내외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것 만큼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겟습니까.
더 멋진글 많이 써 주세요^^
     
이경숙   13-06-21 21:22
    
인심 후하고 부잣집 맏며느리 갇은 인상입니다.
  항상  좋게 평해주시는 신 여사님
  감사합니다.
이은하   13-06-20 16:19
    
우리집은 돈 많은 집도 아니고 출세한 집안도 아니지만,
사람 아껴주는 집, 그게 행복이 묻어나는 최고의 집이죠.
선생님 성품 만큼이나 아드님도 며느님도 참 예쁘고 따듯한 마음 일것 같습니다.
행복해 하시는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이경숙   13-06-21 21:09
    
우리 총무님!
  팔방 미인이죠, 왜냐고요? 글이나 노래나 학급살림이나 못하는게 없네요
  감사 합니다.
공해진   13-06-23 08:48
    
사람 아껴주는 집,
아드님께 쓰는 손 편지가 선생님의 인품이 묻어 있습니다. 
한국산문에서
오랫동안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경숙   13-06-23 14:24
    
감사합니다.
    인생농사가  쉽지 않네요. 계획하고는 비례하지를 않는군요.
  공선생님 글을 읽으면 온화하고 따뜻함을 느낌니다.
조정숙   13-06-25 06:07
    
딸을 수녀원에 보내니 딸같은 며느리가 왔다...
그랬군요.
착한 아드님 , 예쁜 며느님
행복은 큰것에 있는것이 아니라
작은것에서  느껴지는것같애요.
열싱히 하시는 모습이
참 뵙기가 좋습니다.
이경숙   13-06-27 23:48
    
부러운표 우리 반장님.  겉볼안이라고 했던가요.
  짜밈새 있는 글 재주를 닮고싶어 그대 글을 여러번 읽는담니다.
  가슴에 남는 그림자를 남기고 싶은 욕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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