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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들의 몸짓    
글쓴이 : 김옥선    13-07-26 21:43    조회 : 6,721
                                                                  그대들의 몸짓
                                                                                                                               김 옥선
 
 ‘송파산대놀이’를 보기 위해 작년 겨울부터 송파구청 내 문화재청에 수차례에 걸쳐 전화로 알아보았다. 일 년에 두세 번 행사를 치른다는 송파산대놀이가 5월 11일 토요일 3시에 석촌 호수 옆에 있는 ‘서울놀이마당’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 산대놀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몇몇 ‘삽살이모임’ 친구들과 12시에 만나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석촌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다소 비싼 차를 마시며 깨알수다를 떨며 공연을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 우리는 놀이마당으로 향했는데 놀이마당이 가까워지자 들려오는 흥겨운 우리의 민요가락이 벌써부터 흥을 돋운다. 늘 책에서만 보던 송파산대놀이를 보기위해 잔뜩 기대를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놀이마당에 들어서서는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관중석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서 거의 빈자리가 없었다.
 놀이가 시작되자 먼저 놀이꾼들이 ‘거리굿’(길놀이)을 하는데 깃대를 든 사람이 앞장서고 악사들이 삼현육각(三鉉六角) 장구, 북, 쌍피리, 해금, 대금 등으로 풍악을 울리며 뒤를 따르고, 한국적인 화려한 오방색(백, 청, 흑, 적, 황)의 의상을 입은 놀이꾼들이 탈을 쓰고 춤을 추며 마당을 한 바퀴 돈다. 시작부터 관중들의 눈길을 끈다.
이어서 ‘고사상’이 차려지고 ‘중요무형문화재 49호’로 지정된 송파산대놀이에서 중요한 27종 32개의 탈을 상 앞에 나열해 놓고 놀이꾼들이 경건하게 절을 하며 ‘서막고사’를 올린 후 제1과장(마당)인 ‘상좌춤’부터 시작했다.
 첫째마당 상좌춤을 마치고 둘째마당 옴중 먹중놀이, 셋째마당 연잎·눈꿈재기놀이, 넷째마당 북놀이, 다섯째마당 곤장놀이, 여섯째마당 침놀이, 일곱째마당 노장놀이, 여덟째마당 신장수놀이, 아홉째마당 취발이놀이, 열 번째마당 말뚝이놀이, 열한번째마당 샌님·미알·포도부장놀이, 열두번째마당 신할애비·신할미 놀이까지 12마당놀이다. 각 과장은 독립적인 형태로 이뤄져 있어 연극의 무대처럼 유기적이지 않다.
 무대에서 연희자들은 과장마다 시종일관 익살스럽고 코믹한 행동과 걸쭉한 입담에 관중들은 연신 폭소를 터뜨렸다. 옴중과 먹중이 서로 못 생겼다고 우기며 익살을 부리는가 하면, 신할애비와 신할미의 갈등을 희화적으로 보여주지만 결국 할애비의 무시와 구박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할미의 모습에서 처첩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조선시대 여인들의 기구한 인생이 안타깝게 생각됐다. 노장놀이에서 여덞 명의 먹중이 노장을 조롱하며 춤을 추는데 염불장단의 거드름 춤, 굿거리장단의 건드렁 춤, 타령장단의 깨끼리 춤(깨끼춤)의 유형을 보여줬다. 산대놀이에서 춤의 유형은 세분화 된 춤사위까지 모두 40여종에 이른다고 한다.
 송파산대놀이에서 춤은 우아한 여성의 춤이라 한다 그러나 무대에서 보여준 그들의 춤은 여성의 춤이라 하기엔 굵은 선의 몸짓이 남성의 역동적인 춤사위에 가까웠고, 덩실덩실 풀어내는 낭만적 몸짓은 관객들을 황홀감에 빠지게 한다. 내 친구 창생이는 시종일관 어깨를 들썩이며 넘쳐나는 끼를 억제하느라 애썼고, 나 또한 그들의 멋진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눈을 떼지 못했다.
 12마당을 마무리할 때까지 송파산대놀이의 연희자들은 열정적으로 혼신을 다해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장장 3시간에 걸쳐 한 마당 한 마당 풀어내는 연희자들의 열정과 예술적인 끼는 아름답고 진지하기만 했다. 놀이 중간에 그 많은 관객들에게 따끈한 시루떡과 생수를 준비하여 나누어 주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무대에서 과장마다 그들이 내뱉는 조롱 섞인 언어와 재담들은 조선시대 양반과 천민의 신분에서 오는 갈등과 사회적 비리나 서민적인 애환을 풍자했으며, 가면의 힘을 빌려 거친 입담과 익살로 당시 사회상을 은근히 꼬집었다 한다.
 공연의 형태는 춤이 주가 되고 그때그때의 시대상의 문제를 풍자하는 것으로 재담이나 창으로 여러 가지의 동작을 취하며 연희를 이끌어간다.
 송파산대놀이는 정월대보름, 사월초파일, 단오절, 칠월백중, 한가위 등의 세시풍속놀이로 행해졌는데 특히 단오절에는 각 지방에서 산대꾼들의 명 연희자들을 초청하여 일주일씩 연희하고 탈놀음, 줄타기로 세인들의 관심을 모아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이 즐기고 향유했던 전통놀이와 민속놀이는 형태와 놀이가 다양하고 종류도 많지만 그 많던 놀이와 문화는 이미 우리의 생활이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사라진 것들도 많다. 그런 것을 볼 때 남아 있는 전통놀이를 우리가 지키고 보존 또는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야 할 책임이 있음을 느끼며 친구들과 함께 한 전통놀이의 관람은 또 다른 전통놀이의 관람의 약속으로 이어졌다.

김인숙   13-07-27 07:39
    
우리의 혼이 담긴 얼큰한 산대놀이 춤을
 저도 추어 봤어요. 양반과 서민의 갈등에
 풍자되어 나온 춤이겠지요.

 자세한 정보로 묘사가 섬세합니다.
 우리도 종강시간에  신할미춤 한 번
 춰 봅시다.
 얼쑤. 물 좋고 경치 좋고 친구 좋은 곳에 한번 놀아보세.
     
김옥선   13-07-28 12:40
    
김인숙 선생님~^^
항상 좋은 말씀으로 따뜻한 격려로 제게
힘을 주시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때때로 의기소침할 때
누군가의 한마디는 큰 힘이 되어 용기로
 거듭 납니다.
산대놀이 쉽지 않습니다. 어느 하나 딱
집어 자세하게 언급하기란 어렵더라구요.
12마당 전체가 재미있었고 탈을 쓰고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전달하기에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글로 접해 봐야지만 다음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다룰 때 참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어 장황하지만 마무리를 했답니다.
"얼쑤, 우리 한번 놀아 보세."
공기 좋은 곳에 터잡아 놀아 볼까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보애   13-07-28 10:28
    
옥선샘  대학원 입학 정말 축하드려요. 공부할것도 많고바쁘시겠지만 중년의 살을 잘 사시는것 같아요 부럽구요
그대들의 역동적인 몸짓은 제가 합평한대로 제목도좋고 글겍이있어요
송파산대놀이의 이야기지만 소중한 민속수필이기도 해서 담에
등단하시면 귀하게 쓰이리라 생각해요
샘 언제나 선하고 잔잔한 모습 반갑구요 목욜 식사
아주 아주 감사했어요^^
김옥선   13-07-28 12:52
    
김보애 선생님~^^
인간에게 누구나 롤 모델이 있다잖습니까~?
샘은 저의 롤 모델중 한분이십니다. 어쩌면
그 어려운 박사과정까지 마무리하시고 또
욕심도 많으시지~ 문창과 공부를 하시겠다고요?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진정 존경합니다.
혹자는 제게 늙어가며 편히 살지 무슨 공부냐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 조금 마음이 아픕니다.

송파산대놀이를 소중한 민속자료로 쓰여지길
저도 바라며 두고 담듬어 보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잘 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규봉   13-07-29 07:48
    
저는 서울 놀이마당에서 그들의 몸짓은 한맺힌
잡티들을 떨쳐내는 것이라 생각 했었거든요.
자세한 묘사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답니다.
그때, 제 마음을 때리는 것이 또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의 표정이었습니다. 
아니, 탈에 나타난 표정을 읽느라  일행들이
이동한 줄도 모르고 정신줄 놓은 때가 그때였습니다. 
아마 다음번에도 또 그럴겁니다.
정성껏 정리해주셔 고맙습니다.
     
김옥선   13-07-29 22:17
    
선생님의 말씀대로 한을 털어낸다는 생각도
맞습니다. 송파산대놀이는 200녀전에 시장
상인들에의해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시작으로 일부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여 꼭 봐야겠다는
생각었습니다.
내용을 알고 관람하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송애   13-07-29 19:31
    
선생님 덕에 송파산대놀이를 알게됬어요~
전 사실 유명하고 히트 친 뮤지컬이나 오페라만 쫒아다녔는데요,
우리의 문화에는 너무 무관심했고 문외한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놀이나 문화가
점점 사람들 생활 속에서 멀어져 가고 있구나 하는 반성을 하고 있답니다.
선생님, 이번 글 제목도 소재도 너무 좋아요.
송파산대놀이 같은 우리의 전통 놀이 마당 공연이 있다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선생님 글 읽으면서 했답니다~
     
김옥선   13-07-29 22:35
    
선생님 저도 전통놀이에 대해 모르는게 많았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주변에 이러한 것도 있구나 했죠.
구비문학에 보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설화, 민화,신화,전설,민담,민요,무가,판소리, 민속극,
가면극,인형극등등 발전해 내려오는 놀이나 문화가
알고보면 엄청나답니다.
조금씩 알아가며 놀이를 보면 재미있습니다.
한번 관심갖고 보십시오.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황윤주   13-07-29 23:57
    
송파산대놀이.. 지척에 살아도 제대로 구경해 본적이 없었어요. ㅎ
이번 선생님의 글을 통해 우리전통 놀이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됩니다. 역동적이고 우아한 동작과 춤이라..
꼭  챙겨봐야겠어요. 그리고,
저번주 김옥선선생님에게 좋은일이 있다 들었었는데 선생님의 대학원입학 소식이 그것이었군요!
예전에 선생님옆에서 얼핏 들었던 얘기.. 이루셨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방금전 선생님의 손주 키우시는 이야기에 댓글을 달았었는데 아이 보시느라 힘든 와중에서도
꾸준히 선생님의 일을 놓치않으셨던거네요. 그 삶의 자세.. 존경해요~
김옥선   13-07-30 19:36
    
윤주 선생님~^^
산대놀이 올해 한번 더 있을것 같습니다. 챙겨서 보셔요.~
그들의 익살스러운 말과 행동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흥도 나고 공부도 되고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전통놀이에 대한 공부도 되면서 재미있어 할겁니다.
그 때도 아이들과 가족들이 많이 오셨더라구요.

대학원 얘기 차를 같이 타고 오면서 했었지요?
네~ 늦었지만 열심히 해보렵니다.격려 감사합니다.
윤주 샘 풍성하고 내용있는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
힘 주시는 것에 다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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