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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천영순)    
글쓴이 : 천영순    13-08-26 22:21    조회 : 6,436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천영순
 
(인천시 5급 공무원. 인천광역시 국제협력관실 국제도시팀장으로 일하다가 2013. 4.11부터 1년간 파견명령을 받고 현재 인천시의 자매도시인 톈진시(天津市) 관광국에 근무하고 있음)
 
  중국어를 배운지 벌써 25년이 넘었다. 인천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중국과 수교가 있기 전에 나는 차이나타운이 있는 중구 북성동사무소에 근무를 했었다. 당시에는 외국인거류증 발급업무가 동사무소에 있을 때 이다. 북성동은 화교 민원인이 많아 나는 그들과 만나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1992년에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수교를 하였고, 그때에 한창 중국어 붐이 일고 있었다. 나는 1995년 인천시인재개발원에서 중국어 초·중급 교육을 받았다. 당시 함께 공부한 동료들은 시에서 지원을 받아 중국대학에 어학연수를 다녀왔거나 중국의 자매도시에 파견근무를 하였다. 그들은 그런 경력을 인정받아 대부분 중국어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나는 늘 그들이 부러웠다. 그런 내게도 중국자매도시에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다. 나의 호기심이 발동되어 응시한 중국어능력시험 新 HSK 4급 합격증(중국의 이공계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등급)이 내게 중국파견근무 신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톈진시(天津市)로 파견명령을 받아 4월 11일 중국에 왔다. 집을 구하고 전기, 수도, 휴대폰 그리고 인터넷도 신청했다. 우리와 달리 중국은 거의가 충전식 선불제이다. 충전카드에 돈을 입금하고, 평소에 자신의 충전 잔액을 확인해야 한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니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충전금액이 소진 된 것이다. 인터넷, TV, 전화기가 작동되지 않을 뿐 아니라 냉장고에서는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헤어드라이기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제도가 다른 외국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톈진시 관광국뿐 아니라 26층 빌딩에 한국인이 전혀 없으니 이런 불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었다.
 
  이제 중국에 온지 두 달이 되어가니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문득 넓은 중국 땅을 여행하고 싶어졌다. 마침 6월10일부터 12일까지 중국의 단오절 연휴하여 한국인 여행 동호회에 가입하였다. 여행지는 산시성(山西省)에 있는 핑야오고성(平謠古城), 몐산(綿山), 왕쟈다위안(王家大院)이다. 여행을 위해 먼저 여권사본과 비용 2,650위안(元)이 필요했다. 출발전날 동호회장을 만나 여행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었다. 베이징(北京)에 가서 일행과 합류하여 여행을 하기로 되어있다. 동호회장은 중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는 나에게 베이징까지 함께 갈 인솔자를 구해주었다.
 
 새벽 4시에 알람이 울렸다. 여름방학을 하면 가족이 톈진에 오기로 했지만 아직은 혼자이니 스스로 일찍 일어나야하는 부담이 컸다. 새벽 5시에 인솔자를 만나서 열차를 탔다. 그는 열차표에 적힌 플랫폼의 번호, 기차 칸, 좌석번호 등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베이징서역(北京西站)에 도착한 후 총괄하는 가이드와 만나 함께 여행할 일행과 합류하였다. 베이징(北京)에서 산시성(山西省)의 타이위안역(太原站)까지 고속열차로 3시간을 갔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평야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었다.
  타이위안역(太原站)에 도착하니 산시지역 현지가이드 마카이(麻?)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우리 일행의 구성원은 세 쌍의 부부와 각각 혼자서 여행을 온 3명의 여성 그리고 여성인솔자 1명을 포함하여 모두 10명이다.
  마카이는 차안에서 틈틈이 산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모두 중국에 온지 오래되어서인지 마카이의 중국어설명을 잘 알아들었지만 나는 아직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번 3일간은 여행도 하고 중국어 듣기 실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나는 마카이 옆에 바짝 따라 다녔다. 그는 한국인 여행자를 안내하기 위하여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리오세요. 이 차를 타세요. 내리세요. 출발합시다."등 가이드에게 필요한 우리말 몇 문장을 가르쳐주었더니 그는 재미있다며 따라했다.
 
  우리는 핑야오고성(平謠古城)에 도착하여 전동열차를 타고 성(城)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주(周) 나라 때부터 신축하여 명조(明朝)때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튼튼하게 축조된 성벽과 도로가 현대의 도시계획 못지않게 훌륭하였다. 상가는 누각에서부터 양쪽 길가에 길게 뻗어 있었다. 산시상인들은 처음에 소금과 군량미 수송으로 시작하여 후에는 면, 견직물 등을 거래하면서 현재의 프랜차이즈형태의 사업까지 하여 돈을 벌었다고 한다.
지금도 고대와 현대의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그 옛날에 은행업은 물론 현금수송을 위한 무술이 출중한 경비요원도 채용하고, 수표도 이때에 생겼다고 한다. 어쩌면 유적지를 이렇게 잘 보존해왔을까?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고도 남을 만하다. 우리는 저녁 늦게 까지 상점마다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액세서리와 칠기보석함 등을 샀다. 숙소는 옛날 고택의 작은 방에 침대 두 개씩을 놓은 방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온갖 새소리가 무릉도원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날은 몐산(綿山)으로 이동하였다. 산허리의 좁은 길을 운전하는 기사들은 마치 곡예사 같았다. 이 산은 도교와 불교의 흔적이 공존하는 곳이다. 다뤄궁(大?宮)과 지에공(介公)사당은 한국에서 개자추라고 불리는 지에즈투이(介子推)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그는 진원공(晋文公)이 망명생활을 할 때 자신의 다리 살을 떼어 먹일 정도의 충신이었다. 평정 후 진원공이 그를 소홀히 대우하자 어머니와 이 산에 들어가 은둔생활을 했다고 한다. 진원공이 뉘우치고 산에 불을 지르면 어머니를 업고 나오리라는 생각을 했으나 불에 타죽자 그 날 만큼은 불을 삼가고 찬 음식을 먹게 하여 한식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정궈사(正果寺)는 낭떠러지에 있는 12존 승려의 등신불이 남아있는 곳이다. 고승이 입적을 하면 흐트러지지 않고 영이 육신에 남아있다고 생각하여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하게 되었다고 한다. 석고 같은 조각상의 몸 일부가 떨어진 곳에 미라처럼 승려복과 손톱이 실제로 보였다.
 
  셋째 날은 민간의 자금성(紫禁城)으로 알려진 왕쟈다위안(王家大院)으로 갔다. 600여 년 전 왕스(王?) 라는 두부장수가 이곳의 선조라고 한다. 명조(明朝) 말과 청조(淸朝)초에 재산과 권력을 가진 왕씨 집안사람들이 대대로 지은 건축물이다. 아주 작은 벽화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여 후세에 교훈을 전하는 것을 보면 훌륭한 집안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며느리가 식사를 못하는 늙은 시어머니에게 젖을 물리는 그림과, 산적이 침입했을 때 아들이 노모를 업고 도망가는 조각상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또한 자녀들의 공부방을 조용한 곳에 화원과 함께 배치하여 자녀들의 정서와 교육도 중요시 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대손이 아편과 도박으로 이곳을 팔아 빚을 갚았다고 하니 재물과 권력은 대대로 영원할 수는 없는가 보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갈 준비를 하였다. 여행에서 만난사람들은 친해질 때쯤 헤어지게 된다. 우리는 전화번호와 이메일주소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꼭 놀러오라고 초청하였다. 다시 버스로 타이위안역에 도착하였다. 플랫폼에서 외국어 안내방송을 알아듣기란 정말 어려웠다. 여행이 끝나면 당장 중국어 안내방송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차를 탈시간이 되니 단오절 연휴로 인파가 엄청나게 많이 몰렸다.
  베이징에서 총괄가이드는 톈진으로 직접갈 수 있는 베이징남역(北京南站)에 데려다주었다. 밤11시경 톈진역에 도착하여 다시 인솔자를 만나 12시경 집에 도착하였다. 여행 전 망설였던 파견 후 첫 여행이었지만 다녀오길 정말 잘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면서 내게 물었다. “이 넓은 중국대륙을 여행하고 중국어로 여행기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3억이 넘는 중국인들이 나의 팬이 될는지 누가 알아?” 거울속의 내가 대답했다. “네가 좋아하는 말 있잖아? ‘늦다고 생각할 때가…….’ 네 꿈을 펼쳐봐.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임정희   13-08-30 12:36
    
충전식 선불제, 언뜻 생각하면 불편하지만
국가는 공공요금을 잘 거둘 수 있어 효율적인 면도 있겠는데요.

여름 방학에 가족 분들은 중국에 오셨나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만드셨을까요?
꿈을 꾸는 일은 중요지요.
그 꿈을 향해  다가서는 구체적 행동은 더욱 중요하지요.
이제부터 펼쳐질 쌤의 꿈을 한국에서 글을 통해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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