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창작합평
  Black Out<大停電>    
글쓴이 : 최윤광    13-10-08 22:11    조회 : 5,651
  지난 여름 원전 사고로 절전하느라고 고생들을 했는데 국민 모두가 고통을 감수하고 무사히 대정전 사태를 잘 넘긴 것 같다. 아마 국민 대다수가 대정전 사태가 어떤 상황인지를 잘 모를 것 같은데 나는 중동의 두바이에 근무하면서 대정전 사태를 겪어 보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대정전 사태가 국가별로 몇몇 있었는데 미국 뉴욕주가 '65년, 77년 그리고 최근은 2003년 여름에 대정전 사태를 겪어서 뉴욕시민들은 대정전 사태가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기억할 것 같다.
 
  2005년 初, 中東 總括로 있다가 아프리카까지 맡게 되어 테헤란에서 두바이로 전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6월 9일, 그 날은 목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는 두바이가 목요일은 반공일이고 금요일은 종교휴일이어서 목요일은 오전 근무 뒤 오후에는 운동을 하곤 했었다. 오전 10시 경 정전이 되었는데 처음엔 단순한 정전으로 생각하다가 차츰 단순한 정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확인해보니 온 동네가 다 정전이 된 것이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였고 몇 시간 지나면 전기가 들어오겠지 했는데 정전시간이 길어져 갔다. 일단 사무실이 어둡기 때문에 창문 커튼을 다 열어 놓았다. 12시까지 근무하면 일과가 끝나고 마침 주말이라 별다른 약속도 없었으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까 서류도 볼 수 없고 컴퓨터가 안되니까 이메일도 안되고, 전화, TV가 전부 불통이고 모든 교신이 두절되었다. 핸드폰도 통화되지 않았다. 갑자기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두바이는 4월만 되어도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돌고 6~8월이면 기온은 50도까지 올라가고 습도가 60~70도로 높아서 밖에서 활동하기가 아주 힘들어진다. 모든 건물에 에어컨이 있어야 생활할 수가 있는데 사무실이 더워지기 시작해서 12시에 퇴근하는데 복도를 지나 지하 주차장 가기가 힘들었다. 불이 들어오지 않으니 비상계단이 칠흑처럼 깜깜한 데다가 좌우분간이 힘들어서 벽을 더듬으면서 내려갔다. 손을 내밀어도 손이 보이지 않았다. 건물에 불이 나서 전기가 나가면 이런 상황이 될 것이고 상상했다. 겨우 차를 찾아서 밖으로 나가니 정말 대낮의 밝음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사는 잠깐, 모퉁이를 돌자마자 아비규환이 연출되었다. 신호등이 전부 꺼져서 차들이 뒤엉켜 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하얀 도브(중동 남자들이 입는 긴 통 옷)를 입은 사람들이 신호등 마다 완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해주고 있었는데 그 때는 '야, 중동 사람들 참 헌신적이다. 이 더위에 자발적으로 나와서 교통정리를 하니 참 친절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복 경찰들을 배치했다는 것을 알고 중동 국가들이 경찰 국가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다 사복으로 감시나 경찰 업무를 보고 있었을 텐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로를 지나면서 보니 이미 2시간이 지난 터이고 정전이 전도시에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어서 사태는 정말 심각했다. 모든 업무가 마비되었고 가족들끼리 통화가 안되니까 서로들 집으로 가려고 난리들인데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수퍼가 문을 닫았고 은행, 주유소,식당을 비롯해서 모든 상가와 관공서가 문을 닫았다. 당시 두바이는 전력이 풍부해서 비상발전기를 운영하는 것이 드물었다. 비상 발전기가 없는 건물, 호텔들은 엘리베이터가 멈춰섰고, 고층 빌딩에 사는 사람들은 걸어 오르내려야했다. 당시 우리 집은 부르즈 칼리파 공사장 옆에 있는 첼시빌딩 43층에 있었는데 깜깜한 복도를 통해 집까지 걸어 올라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전사태 이후로는 고층 아파트에 사는 것은 피하고 있다. 집사람하고 연락도 안되어서 상황이 어떤 지 알 수도 없었지만 집에 있는 사람들은 식수는 물론, 변기에 물이 나오지 않아 악취를 견뎌야 했고 기온은 45도를 웃돌고 있지만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집안에 있기가 힘들었고 샤워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큰 건물에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건물전체가 냉방이 되어있어서 몇 시간 정도는 견딜만 했지만 개인주택이나 조그만 건물에 입주에 있던 사람들은 정전 즉시 더위를 견딜 수가 없어서 에어컨이 나오는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거나 냉방장치가 가동되는 호텔로비로 몰렸다. 그래도 그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모든 업소는 폐점했지만 반나절이 지나니까 냉동고에 있던 식품이 녹기 시작했다. 우리 집도 냉동고 음식이 녹은 것 중 상할 것은 버렸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수퍼마켙이나 대형 Mall은 난리겠다 싶었다. 나중에 들으니까 채소는 대부분 폐기 처리했고 육류나 아이스크림은 같은 것은 냉동차 여유가 되는대로 실어서 이웃도시로 날랐고 녹은 아이스크림이나 육류, 생선은 폐기처분 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은 공짜로 줘도 좋을텐데 그런 업체는 없었다.
 
  소위 공황상태가 온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복경찰들이 많아서 인지는 몰라도 약탈이나 소요사태가 일어났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2003년의 경우 뉴욕같은 대도시와 캐나다 일부까지 5천만 명이 고통을 당했고 약탈, 사망,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수십억 달러어치의 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보도되었다. 두바이의 경우는 발전소에 있는 변전소 장비가 고장 나서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됐는데 짧게는 8시간 일부지역은 길게는 72시간 정전이 계속되었다. 서울같은 인구밀집형 대도시에 대정전사태가 온다고 하면 뉴욕같은 소요사태가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그 때의 경험이 잊혀지지 않고 있는데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문명의 혜택을 받고 살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작금의 대정전 우려로 국민 모두가 고통분담을 했지만 이런 사태를 당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원전 비리도 없어져야겠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국가 주요시설 파괴부터 될 것이니 전쟁이 일어나서도 안될 것이다. □

임정희   13-10-09 13:58
    
드디어 글을 올리셨네요. 조용히... ㅎㅎ.
최 선생님께서 겪으신 다양한 경험에 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글을 읽습니다.
재미난 이야기, 치열한 회사생활, 열정을 가지고 세계를 누비는 상사맨의 스토리에 점점 몰입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올리시라는 글 모두 얼른 올려주세요. (이순간  좀 찔리는 기분ㅋㅋ) 
용산반 님들 말고도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요.
매주 글 내시는 부지런함 또한 닮고 싶습니다~~
최윤광   13-10-11 13:01
    
과찬이십니다.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필선   13-10-14 21:30
    
우리의 윤나고 광나는 최윤광선생님께서 드디어 머리를 올리셨네요. 축하드립니다. 
파란과 영광이 묻어나는 선생님의 글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얘기를 들려줄 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재미없을 것 같았던 상사맨의 얘기도 은근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됐네요. 아끼지 마시고 마구마구 풀어놓아 주세요.
 
   

최윤광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1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창작합평방 이용 안내 웹지기 02-05 84608
1 Black Out<大停電> (3) 최윤광 10-08 5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