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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은 그림자가 없는가    
글쓴이 : 이경숙    13-12-01 15:15    조회 : 6,050
                                                           거짓은 그림자가 없는가
 
                                                                                                                                            이
 
  남편이 나에게 신문을 내민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꼴찌를 하던 학생이 삼성맨이 됐다고 유명해져서 인터넷 매체들과 인터뷰하고 기명(記名)으로 칼럼을 쓰고, 신문 방송에서 그의 성공 스토리가 기사화 되고 전국 고교나 대학에서 강연도 했단다. 그뿐인가. 네이버 인물 정보 경력란에 연세대 MBA 추가하고, <스펙 보다 열정>이란 제목으로 자서전까지 냈다니 이만하면 놀랄만한 성공사례가 아닌가?
  그러나 삼성 SDS 출판사에 그런 사람 입사 없다고 항의해와, K 사칭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고 , 출판사는 전량을 회수하고 절판했고, K씨는 출판사에 2,000만원을 물어주었다. 한편, 연세대에서는 K 2차례 시도 끝에 원주퍼스에 편입해 학부 졸업도 했는데 MBA 졸업 했다는 말도 된다며 징계절차에 착수해서 학사경고 3 누적으로 K 제적하고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K 성공하기 위해 어쩔수 없는 거짓말 이라며 모두 시인했단다.
  얼마 전엔 가짜 졸업장으로 나라가 시끄러워 적지 않은 자칭타칭 유명인사들이 퇴장하는 진풍경을 기억이 생생한데, 오늘의 성공신화 주인공은 가짜 경력으로 많은 관객을 끌어 모아 삼일 천하를 누리다가 무대 뒤로 사라졌다.
  나는 이 자서전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완전한 검증없이 조작된 자서전을 읽은 사람은 얼마나 화가 날까 싶었다. 요즈음 이런 식의 자서전을 쓰는 분을 가끔 보고 듣게 된다. 물론 대다수는 훌륭한 분들의 읽을만한 자서전도 많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많은 윤문 작가들이 구성, 초고까지 맡아 , 저자 이름만 붙인 책들이 나오고있다 하니 책의 다양화로 보기엔 너무 윤문 작가들에게 의존하는 같고 낮은 책의 범람이 염려되는 면도 있다.
  나는 기사를 읽고 너무 허탈했다. 가진 것도 표현을 못하는 우리네는 너무 황당하고 초라하기까지 했다. 너무 일찍 출세를 바라고 욕심이 과해 가진 것조차 잃는 어리석음을 범한 허물이 그에게는 너무 커서, 일생에 지울 없는 멍애로 남을 것 같다. 그의 추락은 재기하기 위해선 얼마나 대가를 치러야 할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만한 열정과 노력이 있는 젊은이라면 실력과 경력을 쌓아 정도를 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누구나 성공에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생각만큼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닐진데 삶을 진실과 열정으로 노력하면 과정을 통해서 성공의 무게가 정해지지 않을까?
  "어느 높은 위의 암자에 목각 부처가 있는데 하도 용하다고 소문이 나서 많은 불자들이 와서 득남과 성공과 부자 되기를 빌며 시주도 많이 하고 쉬지 않고 절을 하니 암자를 오르내리는 나무계단이 불평을 했다. "같은 나무인데 당신은 중생들이 와서 꾸벅꾸벅 절을 하고 대접을 하는데 나는 많은 사람들이 밟고만 지나가니 너무 불공평하다"고. 그랬더니 암자의 불상이 "나는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칼을 맞고 아픔을 참았는지 아느냐“고 했단다.
  세상에 쉽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정없는 결과도 기대 없으니 열정을 갖되 진실하고 부끄럽지 않는 생활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계단씩 걸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화용   13-12-03 11:27
    
샘!
짧은 글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적절한 예문과 사유에서 샘이 쌓아오신 연륜이 그대로 배어나옵니다.
많이 쓰시고 많이 보여주세요.
조정숙   13-12-03 23:49
    
우리는 흔히 낭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느끼죠
이렇게되기까지 얼마나 많은칼을  맞고  아픔을 참았는지
아느냐는 그말이 뜨끔  와닿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계단 한계단  그렇게 함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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