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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 전쟁    
글쓴이 : 이소영    12-07-27 20:17    조회 : 6,164
식 량 전 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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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정리하다보니 쓰레기가 되어버린 음식물이 가득이다. 말라비틀어진 오렌지며, 쉰 김치, 물러버린 야채들을 봉투에 담고 보니 5리터 용량으로 3봉지나 나온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겠다고 조금씩 장을 보는데도 불구하고, 시댁과 친정에서 보내준 채소와 음식들은 아직도 풀지 못하는 숙제처럼 쌓여만 간다. 두 식구 살림이라 조금만 주시라고 청해도 어른들의 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단 커서 언제나 냉장고를 한가득 메운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보니 굶는 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얼마 전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나 마음이 복잡하다.
 
다큐멘터리 제목은 식량전쟁이었다.
2004, 영국 <<가디언>>지에 미국 국방성이 작성한 문건이 공개됐다.
전쟁과 식량 부족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 갈 것이다. 폭동과 국내 갈등이 인도와 남아프리카, 인도네시아를 붕괴시킬 것이다.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식량 수요는 특히 대재앙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이상기후로 밀 경작이 줄어들자 수출을 중단했다. 그 여파로 밀가루 값은 폭등했고, 그것은 식량폭동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는 식량폭동으로 아이티의 정부가 와해되었고, 2011년에는 같은 이유로 알제리에서는 2명이 사망했고 400명이 부상당했으며, 이집트에서는 300여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해 이집트의 굳건했던 독재정권은 무너졌다. 이를 본 전 세계는 식량 확보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이는 국가존폐와 직결된 문제란 것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징후들은 우리 곁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옥수수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몇 년 전만해도 한 개에 500~1000원 하던 옥수수가 이젠 1500~2000원으로 가격이 훌쩍 올랐다. 이는 미국이 바이오 에너지의 원료로 옥수수를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로 인해 도미노처럼 옥수수를 원료로 하던 사료 값이 폭등하고, 상대적으로 사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소 값보다 사료 값이 더 비싸 소를 굶기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미래에 있을 지도 모르는 식량 전쟁에서 식량 부족 국가(식량 위험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쌀을 포함한 모든 식량의 자급률은 일본과 더불어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호주, 프랑스, 미국 등의 자급률이 150%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6%에 그쳤다. 특히, 밀의 자급률은 1.7%에 불과한데 1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올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국내의 소비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일본은 자국의 농산물 소비에 앞장서서 우리 보다 자급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발생한 대지진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의 소비의식에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다큐에서는 필리핀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부유했었는데, 도시화로 인한 농지의 감소 후 필리핀의 경제도 무너져 버렸다고 한다. 이는 수입에만 의존했던 농산물의 가격이 폭등한 후에 나타난 당연한 결과다. 이로인해 농지를 팔고 도시로 몰려든 농민들은 빈민으로 전락하고, 농촌에 남은 농민들은 소작농으로 전락하여 농사를 짓고서도 쌀을 배급받는 상태다. 잘못된 정책이 어떻게 한 나라를 몰락시키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20123,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미 FTA가 발효되었다. 발효되던 날, 뉴스에서는 자동차 수출이 얼마만큼 늘고, 체리와 와인 값이 얼마만큼 하락하는 지를 보도했다. 물론 수출이 느는 것은 자국민의 입장에서 좋고, 싼 농산물을 구입하게 되는 것도 소비자의 입장에선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뉴스를 보는 내내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우리의 식량 안보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였다. 이미 중국 농산물에 치여 우리의 농산물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지금, 이제는 미국 농산물에 의해 농가들의 수입은 줄어들 것이다. 그로인해 우리의 농지도 줄어들 것이며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당연히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얼마 전, 한미 FTA에 이어 정부는 한중 FTA를 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는 한차례 더 농산물 개방에 처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농산물보다는 차가 중요하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농산물은 수입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중요하다고 믿어왔던 가치가 항상 옳기만 했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어쩌면 필리핀의 경우에서처럼 우리도 시행착오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지금, 자동차를 팔아 중국산 쌀에 미국산 오렌지를 사먹는 것이 우리가 바라왔던 일인지 고민해 볼 때다.
 
어제 뉴스에 가정집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음식물이 평균 34가지 종류이고 그 중 상당수는 버려진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른 어느 시대보다 음식이 풍부한 지금, 이 기사는 우리집도 그러니 별로 이상하지 않은데?’ 하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미래에 우리의 식탁이 지금처럼 풍부할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미래에는 이 기사가 충격으로 다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버리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가 무겁게 느껴진다.

오윤정   12-07-27 23:00
    
우리 예쁜 이소영 선생님 첫글.
어제 가뭄으로 인한 식량 파동에 대해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소영 선생님글과 맞물려 더 관심이  가더군요.
맞아요.  자연에서 얻던 것들 자연을 천대한 탓에
현대인들이 댓가를 치룰 날이 올것 같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미래를 위한 사고와 반성 지금부터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이소영선생님.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임매자   12-07-29 01:19
    
사랑스런 소영씨
귀한 글 감사합니다.
멀지않아서 식량문제가 크게 고개를 드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제발전도 좋지만 식량문제는사람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말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이 바이오 에너지의 원료로 옥수수를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
옥수수를 원료로 하던 사료 값이 폭등하고, 상대적으로 사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소 값보다 사료 값이 더 비싸서 소가 굶어서
그대로 무참히 쓰러져 죽는 것을 대책없이 바라볼  밖에 없었습니다.


필리핀이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것 또한 생각해 봐야 할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현실에 발담그고 사는 고로 앞으로 닥아올 재앙이
고스라니 우리의 자손들에게 물려주게 됩니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해야 해야 할 것입니다.
소영씨의 의식있는 글을 읽고 내가 아직 몰랐던 부분,
공부를 많이 할 것입니다.
한지황   12-07-29 10:56
    
첫글부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먹거리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소영님의 
관심과 능력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소영씨같이 식량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할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글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지기도 하구요.
 
몇 년 전 읽은 <잡식 동물의 딜레마>가 떠오릅니다.
초식이나 육식동물로 정해진 동물들에 비해 잡식인 인간은 그만큼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그렇기에 먹이 사슬을 잘 알고 먹거리를 선택해야 한다고 해요.
식품산업의 급격한 발전은 수퍼마켓을 작은 자연 상태로 만들었는데
그 곳에 진열된 거의 모든 음식들의 처음 먹이 사슬이 옥수수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지요.
예를 들어 스테이크의 원래 모습인 수송아지의 사료는 옥수수이고 닭,돼지 칠면조를 비롯해서
 메기 연어의 사료까지도 옥수수를 먹도록 유전자 변형을 시켰답니다.
치킨 너겟도 옥수수 덩어리인 것이 옥수수를 먹은 닭을 옥수수 가루가 들어간 코팅용 반죽을 묻혀서
 옥수수 기름에 튀기고 고과당 옥수숫 시럽을 묻혀서 팔지요.
전보다 비만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원인이기도 하구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먹는 먹거리의 실체를 알면 겁이 덜컹 납니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는 책까지 나왔을 까요?
수많은 가공식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먹는 것이 곧 그사람을 나타낸다고 하는데 먹는 것에 욕심 부리지 말고
최소한의 음식만을  섭취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대형 수퍼마켓에 가서 일주일 치 식량을 카트에 넘치도록  사서 재어놓고 살아가는 생할이 정착된 것 부터가
문제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영씨 덕분에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의식이 깨어있는 글 많이 기대할께요.
안정연   12-07-29 15:57
    
반갑습니다. 소영씨!
예쁜모습 그대로 첫 글부터 힛트를 치셨습니다.
누구나 공감하고 또 먹거리에 대한 인식과 관리와 습관을 잘 해 나가야
함에도 습관적으로 살아온 우리입니다. 크게 깨닫는 기회가 되었고
소영씨 글로 인해 식 습관과 식품관리및 알뜰하고도 건전한 식품구입등
깨닫게 하는바 큽니다. 주부 사십여년의짙은 실력에 일침을 가하셨습니다.
앞으로 좋은글 많이 써 주세요.
이순선   12-07-30 00:01
    
소영씨 미안해요.
이제야 글을 읽었네요. 지황씨 미술전시회에 몽땅 정신이 팔렸었어요.
우리반에서 제일 어린나이인데 제일 성숙한 글을 쓰셨어요.
시나 소설만 쓸것 같은 소영씨가 나라를 걱정하는 그 마음씀슴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렇지않아도  그 기름졌던 고향 김포평야가 세멘트로 짖이겨지는 것을 보고 저도 앞날이 걱정됐던 적이 있었어요. 아름다운 향수를 떠나 소영씨와 같은 생각을 했었지요. 
정치를 하는 분들이 100년을 아니 10년은  내다 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같아 미래가 불안해요.
아! 정말 필리핀 처럼 되지 않나 걱정되는군요.
스승님의 책 처럼 우린 불확실 시대를 살아 가고 있습니다.
임매자 선생님, 지황작가님 수필에다 소영씨처럼 외쳐 주세요.

정말 우리반 벗들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저 배우는 자세로 님들을 바라보렵니다.
정말 훌륭한 일산반에 소영씨가 만만챦은 실력을 보탭니다.
벗님들 모두 긴장하세요.^^
넘 이쁜 소영씨 사랑해요.그리고 고마워요.
이소영   12-07-30 12:25
    
응원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큐멘터리를 본 후, 우리나라 식량 안보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알릴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었지 그걸 실천할 기회가 없었어요. 수필반의 첫글로 이글을 쓰면서도 혹시나 거부감이 일까봐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응원덕분에 두려움을 날리고 글을 올렸네요.^^

언제나 부족한 저에게 칭찬과 격려 아끼지 않는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정정미   12-08-01 20:18
    
이소영님의 글 잘읽었어요.
"식량전쟁" 나도 티비에서나 신문을 통해 느끼고 있던 것들을 소영님 글을 통해서
더욱 깊이 인식되는 것 같았어요. 참 무섭고 걱정도 많이 되었던 부분이지만 아직 절실하게
체감되지 않았던게 지금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 소영님...
좋은글 많이 보여주리라 기대되고 사랑합니다.
이은숙   12-11-05 20:24
    
오늘에서야 글을 읽고 몇자 써봅니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잘 읽혀져 나가서 참 좋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소제도 말이 늘어지고 설명이 장황하면 눈이 벌써 느끼고는 대충 훍고 지나가는게
저의 부족한 글읽기 인데 쉽게 이해되고 재미도 있고 궁금증도 일어서 끝까지 잘 보았습니다.
주부로서 경각심도, 나라걱정도 하면서 이시간을 보냅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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