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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곡산이 맺어준 우정    
글쓴이 : 정길순    14-02-13 15:21    조회 : 6,771
 
불곡산이 맺어준 우정                                                                 

 정길순

10년 전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로  팔꿈치와 손목이 아파 오랫동안 치료해도 호전되지 않아.  팔과 손목을 사용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
설상가상으로 편두통도 심해져 X-레이, MRI등 검사해도 이상이 없는데 끊임없는 자각 증상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야했다. 약리, 물리 치료가 효험이 없었고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한적한 시골 논두렁 밭두렁 길을 걷고 싶어, 더 이상 어떤 치료도 의욕이 나지 않았었다.
 생각 끝에 내린 처방으로 불곡산을 오르게 되었는데, 정상 가까이에 깊숙이 들어앉은 약수터까지 갔다가  고객이었던 J를 만났다 몇 해 전 J가 건축한 건물을 내 사무실에서 중개하여 매매해 주었기에 J는 나를 인상 깊게 기억한다며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몸 여기저기에서 적신호 중이라는 내 이야기를 듣던 J여사는, 불곡산  명사인양 엘보는 병도 아니니 무조건 아침 등산을 하라고 했다. 나 역시 다른 대안도 없어 불곡산 오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이면 약수터에서 J를 만나 약수 물 부터 한 바가지  마신다 이 물은 땅속의 긴 여과를 거쳤으니 수질을 믿을 수 있고 미네랄이 많아서 수돗물 보다는 확연이 다르다는 것이다. 근육에 쌓인 노폐물은 산에서 하는 스트레칭만한 처방이 없다며 호령에 맞춰 몸을 푼다.  숲속에서 하는 유산소 운동은 혈액순환이 잘되고 몸이  유연해져서  꾸준히 하다 보면 낭고 상의(사자가 고개는 뒤돌아보지 만 몸은 앞을 보는 유연한 자세)를 기대할 수도 있단다.  나 스스로도 불곡산 조깅에 길들여져 갔고 비가와도 눈이 와도 어둑한 새벽녘에도 앞마당 드나들듯이 산을 오르는데 친숙해졌다.

불곡산은 340m의 나지막한 산으로 광주 오포의 문형산과 연결 돼있어 2시간 종주 코스가 있으니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분당 죽전 광주  사람들에게 휴식처이자 친구 같은 공이 큰 산이다. 산세도 원만해서 오를 때 마다 애찬이 절로 난다.
희끗한 잔설이 깔린 초봄엔  밑둥부터 촉촉이 젖어들며 물 마중 나온 수목이 경이롭다. 찬바람을 가르며 움티우던 가지들이 몸을 섞듯 어우러져 가고 신록이 녹음으로 짙어지면 숲에서 나는 청정한 기운은 천혜의 보약이 따로 없이 기력을 북돋았다. 철따라 불어오는 바람결은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산새들 울음소리는 머리속의 잡념을 녹여내는 멜로디가 되어 주었다. 숲에서 나는 향기는 우리 몸에 유익한 물질로 항성재 보다 효능도 다양하고 혈관을 단련시켜 약리 작용을 한다고 숲의 정보에서도 강조 한다.
산은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태고의 효능을 지닌 어머니 같다고  말하고 싶다.
 엘보와 두통은 언제 낳았는지 기억도 없고 병원에서는 수술해야만 한다고 했던 허리 디스크까지도  산을 오르내리며 근육이 단련된 덕인지 불편 없이 지내게 되었다.
J와 강산이 변해도 족한 세월을 새벽이면 함께 해온 때문일까? 사람들은 J와 나를 자매라고 자리매김 해 주는데 내게는 과분한 예기다.
J는 건축업을 하는 여장부이면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살갑게 살피는 훌륭한 인격을 지닌 선배이다.
서로 업무와 가사로 쫒기 듯 살면서  나의 쉼을 자신의 휴식처럼 응원해 주고, 맛있는 것도 친정처럼 챙겨준다. J는 키도 크고 포부도 크고 아무거나 입어도 부티가 난다. 사업을 오래한 탓인지 살림살이 어수룩한 것은 나랑 비슷하고 지금도 업무를 못 잊어 여행 못가는 것은 나랑 대조를 이룬다. 아무튼 나한테는 큰 산 같은 친구이다. 지인들에게 나를 소개해서 나까지 좋은 지인을 얻게 되니,인장지덕이요(人長之德)이요 목장지패(木長之敗)란 말을 실감하며 감사할 뿐이다.
삶을 나누며 새한지우 (歲寒之友) 같은 사이로 살아가는 J가 곁에 있어 행운이고, 나또한 J에게 그런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폭설이 내릴 거라고 해서  늦잠을 즐기고 있는 나에게 어디야 그림 같은 이 눈이 너무 예쁘다  나 혼자 보기 아까운데!” 오늘도 새벽에 J의 호출로 불곡산을 올랐다. 산에 들어서자 쌀가루가 소복하여  팥고물을 기다리는  떡시루가 누워있는 듯했다. 낙엽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만 남아 휑하니 쓸쓸했던 어제의 모습은 간 곳 없고, 웨딩드레스를 입혀 놓은 신부의 자태처럼 온갖 나무들은 눈가루로 몸을 휘감아 눈이 부시도록 황홀하다. 계곡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웨딩하우스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새봄에 일으킬 생명의 줄탁을 위해 땅 속 깊이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세찬 눈보라에도 꿋꿋하게 살아갈  혼례식을 거행하듯 순백색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 넓고 광활한 산야를 하룻밤 사이에 웨딩하우스로 장식하고, 몸을 섞듯 수많은 나무들에게 딱 맞는 웨딩드레스를 지어 입히는 하나님의 걸작이리라. 고요하고 엄숙하기까지 한 산속을 걸으니 낙엽 위에 덮인 눈에서 바삭바삭 나는 소리가 마치 웨딩마치처럼 들린다.
나무와 하늘이 이룬 이 아름다운 조화가 길이 보존되게 하소서.

김정미   14-02-13 19:47
    
만남의 축복이 최고의 축복이라 생각됩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세한도는  간송미술관에서 본적이 있는데
세한지우는 이제야 배우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수줍은듯한 진달래와 단아하고 정다운 동백꽃과 같은 샘!
청마해에도 건필하시고 문운도 활짝 열리시길 바래봅니다.
     
정길순   14-02-14 18:57
    
와 정미샘 이렇게 쏟아지질듯한 축필을 해줘서 감동이에요
돌아보면 어찌그리도 좋은분을  만났는지 지나간 세월 감사로 수 놓을분 들이 넘 많은 인생이었어요
앞으로 정미샘 센스많이 컨닝하며 배우려고요
박서영   14-02-13 20:48
    
우리의 만남도 축복이겠죠?    귀한 친구가 귀한 세월에 부럽습니다. 그건 일방적일 수는 없고 아마도  정샘의  마음이  더  많이  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남편에게 샘  글 이야기를 해 줬더니 그래서  산을 가야한다고... 광교산 근처로 이사오면서는 산행의꿈이 야무졌는데 그냥  주방 창문으로 보는 날이  더 많았네요.  애들 등쌀에  다시 서울로 이사가는 7월부터는  내곡둘레길부터  점령을 해봐야겠네요. 겨울만 되면 여기저기 쑤셔용.
     
정길순   14-02-14 19:21
    
정말 산행만한 건강 지키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픈곳은 하나라면 약은 100가지라더니 무성한 치료 방법만 있을뿐
내게는 아무것도 효험이 없고 여기저기 아팠던 50대초  지금 생각해도 노화를 앞당겨치루는
갱년기 기간  이 었어요  3년 산행하고  미금역에서 운전하고 아침산 오른것도 못 견뎌 불곡산 밑  구미동 빌라 단지로 이사해서 8년째 살고 있어요 아이들도 다 결혼해서 독립했으니 집을 줄일려해도 불곡산이 좋아 결단 못 내리고 살고있어요
세상이 아무리 첨단으로 달려도 자연을 창조하신 하나님 섭리안에 우리몸이 머믈러야  가장 건강한 몸이되는것을 가르쳐준 교훈이라 생각 합니다
자연에 머므르는 여유를갖고 예쁜 서영샘 모습 지키며 부디 건강한 엄마로 잼난글 많이 써 주세요
김데보라   14-02-14 11:53
    
좋은 친구를 두어서 행복하시겠습니다.
물론 정샘이 그만큼 정성을 기울인 덕이겟지만요. 늘 건강하고 힘찬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정길순   14-02-14 19:26
    
데보라샘 만난것 큰 축복이라 생각 합니다
환경도 이유가 되지 않고 오직 문학을 사랑 하며 오랜시간 한길을 걷고있는 샘이
대단하십니다
늘 따뜻한 관심으로 격려해주신 사랑 감사하구요
오직 하나님 복음위해 귀한뜻을 소망하신 샘의기도 함께 합니다
이은하   14-02-17 11:23
    
못나도 잘나도 친구는 친구죠.
샘의 친구에 살짝 질투와 샘이 날려고 하네요. 
질투와 샘도 사랑이 있어야  하는거래요.
부럽네요.  샘의  삶의 방식도 부러워요
닮고 싶어요
정길순   14-02-19 13:23
    
늘 칭찬하고 격려해줘서 몸둘바를 모릅니다
살아 오면서 좋은 분들  많은 인생 이었던 같아요
이제 그 사랑 감사하며 살아야하는데 넘 정신없이 살고있어 민망하죠
문학반에서  좋은 분들 만난것도 행운이죠
오늘 아침도 그친구 산에서 만나 하루를 힘차게 살게하는 원동력을 받고 왔네요
은아샘은 더 잘 살아가는데 겸손의 말씀!! 앞으로 우리도 좋은 글 동무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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