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창작합평
  ‘야동’은 은밀하게, 그리고 혼자봐야 흥분된다.    
글쓴이 : 김선봉    14-04-02 16:53    조회 : 8,237
 
"우리가 아는 세상 속엔 많은 다양한 세상들이 있어. 카메라 셔터 속도를 1/1000로 놓고 찍어봐. 그러면 그 세상이 보이지. 그 이상으로 셔터 속도를 올려도 그곳을 느낄 수 있어. 난 지난 주 동네 뒷산에서 그 세계를 맛보고 왔지. 카메라 셔터 속도를 올리고 찍으면 순간이 정지돼. 순간이 정지되서 사진 찍혀."


지하철 3호선에 앉아 가는데 내 앞의 일행들 중 한명이 말하였다. 3명의 나머지 일행들 행색을 보니 카메라 동호회 사람들처럼 보였다. 카메라가방과 삼각대를 들고있는 모습이 그러했다. 그리고 나누는 대화들이 카메라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50-60대로 보이는 남성 3명과 여성 1명. 모임이 있었나 보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일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중고렌즈를 직접 만나 직거래하러 가던 길이었다. 헌데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에 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 숙이고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장면이었다. 건너편에 앉은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 보았다. 일곱명 중 세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서 가는 사람들도 스마트폰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주로 젊은 친구들이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우리사회는 스마트폰에 열광한다. 한 중년 아저씨는 의자에 앉아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 앉아있는 대학생같은 청년이 스마트폰으로 문자 하는지 손놀림이 빨랐다.


모자를 눌러 쓴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는 스마트폰을 쥐고 화면을 보고 있었다. 역시나 그 옆에 앉아계신 중년의 아저씨도 스마트폰을 쥐고 작업하기에 바빠 보였다. 우린 어느새 정보통신 기기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아간다. 물론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간다면 후진이다.


내 옆에 앉아있는 남학생은 ‘야동’을 보고 있었다. 난 그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 남학생도 민망했는지 곤란해한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을 꽂고 야동을 감상하다니. 못보일 걸 보인 듯한 남학생은 안절부절했다. 대체 왜 지하철에서 야한 동영상을 보나?


야한 동영상은 일단 용량이 크다. 그 야한 동영상을 보려면 데이터를 사용한다. 헌데 이 데이터가 곧 돈이다. 많은 데이터 사용은 부담스런 사용료로 돌아온다. 이것이 야동은 집에서 은밀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많은 사람이 모여 영상를 관람하면 흥분해서 싸움나기 쉽다. 이것이 혼자 봐야 하는 까닭이다.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는 야한 동영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도 있다. 우린 여가생활이 보장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중이다. 과거 굶주림이란 빈곤과 가난을 벗어나는 게 일순위였다. 시대의 당면과제였으니. 그래서 어느 정도는 벗어났다. 허나 삶의 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난 일산역으로 가서 중고렌즈를 직거래로 샀다. 판매하려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경기도청에 근무한단다. 난 중고렌즈를 사려고 무려 세시간이나 달려갔다. 그러나 이 중고렌즈구입으로 내 여가생활이 풍족해진다면 그 이상 바랄게 없다. 우린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를 살아가니까. 이건 내 삶에 대한 예의다.


김성례   14-04-06 22:51
    
야동이란 저는 잘 모르지만 짐작은 갑니다.
이번 선봉님 작품은 신선했습니다.
야동으로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다니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난 중고렌즈를 사려고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갔다.
그러나 이 중고렌즈구입으로 내 여가생활이 풍족해진다면 그 이상 바랄게 없다.
우린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를 살아가니까. 이건 내 삶에 대한 예의다”

마지막 단락이 참 좋네요.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여요. 건필하시길········.^^
이인성   14-04-09 12:25
    
첫번째 글 올리셨군요...이대로 쭈~욱 흐름을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최광언   14-04-10 12:30
    
ㅎㅎㅎ 두번 다시 속지 않으리... 우리가 살아가며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능하지만 그것이 갖는 장단점이 있어 문학작품을 읽으면서도 섬짓 나도모르게 놀라기도 합니다.
 
   

김선봉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13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창작합평방 이용 안내 웹지기 02-05 84586
13 미영이의 이야기 김선봉 09-30 6168
12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어요. 김선봉 06-07 4987
11 변화되는 일상의 모습들 김선봉 04-28 4938
10 삶은 방금 시작된 농담이다 (2) 김선봉 11-26 6767
9 사냥개 노릇하는 애완견 (2) 김선봉 08-02 6557
8 질문하지 않는 기자 (3) 김선봉 05-03 7308
7 재래시장 순례기 김선봉 07-17 5803
6 금쪽같은 내 새끼 김선봉 01-31 5943
5 심심한데 우리 결혼이나 할까!!! (2) 김선봉 01-22 7042
4 희망을 공개수배합니다 김선봉 04-30 5684
3 당당하게 살아가기 김선봉 06-29 5410
2 토론의 시작은 반대의견을 경청하는 것에서 … (1) 김선봉 05-10 6522
1 ‘야동’은 은밀하게, 그리고 혼자봐야 흥분… (3) 김선봉 04-02 8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