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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콜릿    
글쓴이 : 김양아    14-04-30 08:51    조회 : 5,903
초콜릿
 
 
 
  주말에 들른 마트 입구에 각종 초콜릿이 잔뜩 쌓여있었다. 다양한 맛과 예쁘장한 포장이 마음을 끌어당겼다. 다가오는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해서 준비해 두었으리라. 눈이 즐거워지는 행사코너를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만지작거려 보았다. 어릴 적 건네받은 초콜릿을 아껴먹던 기억 이후로 여행지에서 선택하게 되는 무난한 선물도 바로 초콜릿인 것 같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 매혹적인 간식을 취하기 시작했을까?
 초콜릿은 16세기가 되어서야 유럽인들의 입안에서 녹기 시작했다. 카카오나무 열매에서 얻은 씨앗인 코코아빈을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중남미의 인디언들 중 특히 아즈텍인들은 초코아틀이라는 음료를 만들었다.
 유럽인들에게 초콜릿을 처음 소개한 사람은 아즈텍을 정복한 한 장군이었는데 초코아틀을 대접받고 난 후 그 맛에 반해 카카오 열매를 배에 싣고 왔다고 한다. 값이 아주 비쌌기 때문에 오랫동안 귀족들만의 사치품이었다. 그러다가 19세기부터 일반인들에게 대중화되었으며 20세기에 밀크를 첨가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현재의 밀크 초콜릿이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초콜릿은 사랑의 상징이 된 것 같다.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같은 날은 초콜릿 바람이 심하게 분다.  문화적인 이벤트를 즐기려는 이들의 마음과 상술이 빚어낸 이런 현상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향도 있지만 어쨌든 연인들에겐 초콜릿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는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테이브로민이라는 성분은 사람의 기분을 자극하고 흥분시키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초콜릿을 먹을 때 감성을 자극하게 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사랑고백 할 때 초콜릿을 이용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TV에서 방영되는 영화들을 즐겨 보는 편인데 어느 해인가 보았던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초콜릿'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섬세한 인간관계와 심리를 맛깔나게 그려낸 짙고 감미로운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북풍이 몰아치는 어느 겨울 날,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 빨간 망토를 걸친 모녀가 들어선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마을에, 그것도 사순절이 시작될 무렵 교회도 나가지 않는 모녀가 초콜릿 가게를 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비앙은 북풍이 불어오면 어디론가 떠나게 되는 집시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은 여인으로 달콤한 초콜릿으로 사람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녀는 엄격한 가톨릭 규율과 신앙심으로 경직된 마을 사람들에게 달콤한 초콜릿을 전해주면서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도록 도와준다. 오래 전 부터 내려오는 특별한 비법으로 그녀만의 아름답고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 상태나 취향에 맞는 초콜릿을 맛보게 한다.
  자연히 그녀의 가게엔 손자를 그리워하며 혼자 사는 외로운 할머니나 부부간의 애정도 없이 무덤덤하게 살아온 여인, 강아지와 살아가는 홀아비, 폭행하는 남편과 사느라 도벽이 생긴 여인 같이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한편 이 마을의 시장인 레나드 백작은 사순절 기간 내내 금식을 하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다. 성실, 겸손, 절제를 모토로 하는 그는 사순 시기를 더럽힌다고 생각하는 초콜릿과 경건함을 무너뜨리는 불완전한 감정들인 웃음, 그리움, 우울함, 심지어는 행복까지 함부로 꺼내게 만드는 비앙에게 적대감을 갖는다. 그는 갓 부임해 온 젊은 신부의 강론을 손수 적어 주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에게 달콤한 초콜릿의 위험을 경고한다. 그는 악의 뿌리를 근절시키기 위해 초콜릿과 대항해서 싸우는 투사가 된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집 나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외로운 영혼에 불과했다. 그는 사순절 마지막 날에 하느님께 울부짖는다. "죽도록 고난 받고 수 십일을 굶었지만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 매 끼니마다 빵과 버터를 바라보며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억눌렀던 그는 부활절을 위해 마련한 초콜릿, 즉 자신이 그토록 경계하고 두려워했던 것을 실컷 먹어 버린 후에야 자유로워진다.
 
  그 밖에도 아이들 어릴 때 함께 보았던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와 라우라 에스키벨이 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라는 소설도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초콜릿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소재로 즐겨 다루어지는 것 같다.
? 선물용이라는 핑계로 몇 개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둔 초콜릿 하나를 꺼내 입안에 넣어본다. 어느 틈에 부드럽게 녹아버리는 그 맛의 유혹에 자꾸만 손이 가지만 늘어나는 허리둘레를 떠올리면서 냉장고 한 켠에 달콤한 휴식 한 조각 남겨놓는다.

윤효진   14-04-30 12:14
    
워낙 글을 잘쓰시니까요  ㅎ  ^^;;
문학적이고 아름답고...  멋지고 그런 좋은 글을 접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랑받는 작가님의 미래가 보이는 군요.
늘 봄날 같으시길요  ^^;;
     
김양아   14-05-01 18:17
    
윤효진샘~ 감사합니다 참 진솔하고 상냥하셔서 모든 님들께 사랑받으실 것 같아요^^
샘이 보여주신 수국도 또 신부님 이야기도 순수하게 와닿아서 좋았답니다...
김성례   14-05-08 23:52
    
단순한 것 같고 흔한 소재 같았는데 이렇게 멋진 글을 써주셨네요.
역시나입니다. 저는 가끔 초콜릿을 먹는데 기분이 우울할 때 먹는답니다.
오늘따라 기분이 우울하니 초콜릿을 안 먹을 수 없네요.
양아샘의 글을 읽으면서 맛있게 먹으렵니다.
초콜릿 처럼 달콤한 글 잘 읽었습니다.^^
     
김양아   14-05-13 10:05
    
초콜릿 아이스크림 이런 것을 좋아하다보니 좀 문제가 있긴 하더라구요
건강을 위해 이젠 조금씩 어른스러운 입맛으로 바꿔가며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아요 ^^
성례샘도 건강 잘 챙기시고 쓰고 싶은 글 많이 쓰시길요...
임정희   14-05-19 23:06
    
저도 초콜릿을 좋아합니다.
아이스크림도 바닐라, 딸기보다 초콜릿 들어간 것을 찾지요.
겨울에 핫 초콜릿도 즐겨 찾지요.
그러나 초콜릿을 소재로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정말 좋아하면 알고 싶고, 써보고 싶어야 하는데 전 대충 좋아했나봅니다.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 문학적으로 잘 표현하시는 김양아 선생님의 글을 늘 기다립니다.
홍성희   14-05-30 17:11
    
음~초콜릿이라~
내가 무지 사랑하는 간식이죠, 치즈와 초콜릿과 커피는 무인도에 데려갈 나의 친구들이랍니다.ㅋㅋ
근데 난 먹기만 했는데 양아님은 여기서 이렇게 예쁜 글을 써내시네요, 감탄할 따름입니다..
줄리엣 비노쉬의 알듯말듯한 묘한 표정이 떠오르네요. 제 맘도 촉촉해지구요.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글 좋아요. 계속 많은 글 기대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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