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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의 시작은 반대의견을 경청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글쓴이 : 김선봉    14-05-10 19:51    조회 : 6,524
"말이 안돼. 우린 치료목적으로 복지관에 오는거야. 그런데 토요일의 개방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은 터무니 없어. 그렇게는 안돼." 근처의 장애인 복지관을 이용하는 K씨는 소리높여가며 말했다. 그러자 다른 장애인이 말했다. "토요일에는 오후되면 1-3명밖에 없어요. 그들을 위해 개방하는 건 무리죠."
 
이를 듣던 K씨는 버럭 소리를 낸다. "장애인을 위해서 있는게 장애인 복지관이잖아. 그런데 무슨 소리야. 시간을 단축한다니. 그럴 수 없어" 라며 장애인 K씨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이번엔 다른 장애인이 발언권을 얻어 말한다. "두 분의 말씀은 다 옳아요. 헌데 운명면에서 보자고요."
 
차분한 목소리의 장애인 이용자는 말한다. "이렇게 크고 넓은 건물을 운영할려면, 전기며 냉난방같은 운영비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한 두사람 때문에 개방시간을 유지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러자 다른 장애인 아줌마가 말한다. "이제껏 별다른 문제없이 이용해왔는데 토요일 개방시간 단축은 힘들어요."
 
난 20여년 전에 교통사고로 지체장애를 입었다. 2005년에 개관한 동네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다. 복지관쪽에서 간담회한다는 문자받고 참석하게 되었다. 토요일 복지관 개방시간을 오후 6시에서 2시로 단축한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서로 의견들을 말한다. 허나 자기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말한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대부분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목청을 높인다. 모두가 그러지는 않았다. 복지관 직원들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열기를 식히기에 바빴다. 분위기는 많이 험악해졌다. 육탄전이라도 벌어질 기세였으니까.
 
차분하 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사람, 마치 싸움이라도 벌일려는 듯 흥분해서 말하는 사람, 핏대를 세우며 목청을 높이는 사람 등 저마다의 표정은 달랐다. 내 옆에서 한 장애인이 말했다. "이 장애인복지관이 한 두사람을 위해서 운영하는 거냐고.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니 원." 모두 일리있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방식이었다. 정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 된다. 불필요하게 흥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복지관 간담회에선 대다수가 필요이상으로 흥분했다. 우리는 보다 합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우린 싸우려고 토론을 하지 않는다.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생산적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장애인 복지관이란 곳은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복지관의 운영은 나라에서 재정을 지원한다. 거의 복지개념이다. 허나 무한정 지원할 순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각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허나 자신과 다르다고 핏대를 세우면 듣지를 못한다.
 
좋으나 싫으나 일단은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로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듣기도 전에 상대의 의견에 반대하면 소모적 논쟁으로 흐른다. 이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지혜는 정신적인 능력의 작용이다. 결코 우격다짐이 안통한다. 반대의견을 듣는데서 지혜가 나온다.
 
간담회에서 반발하는 사람들을 고려해 4시간 단축에서 3시간 단축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그리고 이 실행은 한달 뒤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일종의 시간적인 여유를 두는 것이다. 아마도 복지관쪽에선 이렇게 반발하는 사람들을 예상하지 못한 듯 싶었다. 나도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줄 미처 몰랐다.
 
간담회가 끝나고 복지관 운영실로 찾아갔다.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았다. 복지관의 효율적인 운영과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간단축을 한단다. 그리고 시간당 절약되는 전기세와 냉난방비를 알려달라고 했다. 한참을 계산기로 계산하더니 알려줬다. 시간당 전기세는 8,987원, 냉난방비는 32,604원. 평균값이란다.
 
시간당 41,591원이 소비된다. 3시간 단축하면 124,773원이 절약된다. 만약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면 사정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사회에 복지비가 눈먼 돈으로 전락하는 이유와도 관련있다. 눈멀었으니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될 문제가 아니다. 그럴 성질도 못된다.
 
복지는 한 사회를 유지시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안전장치는 그 사회의 원할한 발전을 촉진시킨다. 만약 복지가 제대로 뿌리를 못내렸다면 그 사회는 한계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다.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그러나 복지개념 없이 우린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이 경제발전은 기형적이다.
 
복지관에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좋아졌다. 반대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허나 과거엔 반대할려면 목숨을 내놓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더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어느새 우리는 토론할 준비가 된 셈이다. 이젠 우리의 생각을 다듬고 가꿀 때다. 이것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2014.05.09.(수정작)
 

박순옥   14-05-14 15:40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결국엔 시간 단축이 되었네요.
그 곳 복지시설 뿐만 아니라 4, 5 명이 근무하는 곳에서도 의견충돌이 자주 일어납니다.
내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자세에서 문제가 발생된다고 봅니다.
상대 의견도 인정하면서 내 의견을 내세워 합의점을 찾으면 좋을텐데...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도 가끔 의견충돌이 있을 때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서로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쌓인 감정이 폭발해서 등을 돌리는 경우도 보았네요.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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