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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곡열차    
글쓴이 : 이경숙    14-06-23 19:22    조회 : 6,317
                                                               협곡 열차
 
                                                                                                                                      이 경 숙
 
   2013 4월부터 운행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분천역, 양원역, 승부역과 종착역인 철암역을 하루 편도 4번 협곡을 달리는 신 개념 테마 열차이다.  모든 창이 유리로  되어 있고  빨간색의 3량으로, 앞칸은 천정이 야간 별이,  둘째 칸은 매점 그리고 끝 칸은 통 유리로 되어있다. 스위스의 눈길을 달리는 빨간 기차모양 협곡 열차도 빨강색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기차는  제천역에서 내려 전용 버스로 갈아탄다.  영주의 부석사에서 무량수전을 보고 봉화를 거처서 분천역으로 이동한다.  열차예약이 오전이면 오후에 오는 길에 주위 관광을 하고,  예약이 오후면 주위 관광을 오전에 한다. 협곡열차의 소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겨울에는 눈 꽃 열차도 운행한단다.  그곳은 오직 열차로만 갈수 있는 청정 오지구간이다.  낙동강의 발원지이며 산이 세겹 네겹으로 서로 업고 안고 있는양  사면이 첩첩 산이요, 오직 뚫린 곳은 하늘뿐이다. 어느 시인이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라더니 겨우 기차 하나 지나갈 만큼의 좁은 폭으로 창 문을 열어 손을 뻗으면 밖의 꽃과 나무가 손에 닿을것 같다.  앞뒤와 양 옆 모두 산이다.
 
   역이라야 조그만 역사와 표지판이 전부이다.  기차가 무정차로 통과하기 때문에 양원역 부근에 옹기 종기 모여 사는 십여 가구 주민들이 철도청에 여러 번 진정서를 제출해 겨우 정차하게  되었단다.  그들은  짐이 있을 때는 달리는 기차에서 양원역에 짐을 던지고 승부역에서 내려 걸어왔단다. 지금은 10여분간 정차 시에  서너곳의 가게에서 찐 감자와 동동주를 팔아 잠시나마 관광객들의 시골 정취를 맞보게 한다.
 
   양 옆의 제법 넓은 개울에는 파란 물이 흐르는데,  흐르다 장애 되는 돌을 만나면 하얀 물 꽃을 피우며 비켜서 다시 흐른다. 냇가에는 사람 키만한 갈대가 서로 의지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 우리의 닫힌 마음의 빗장을 살며시 열고 행복한 기운으로 바꿔준다.  협곡 열차는 떨어지는 바위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피암(避岩)터널 26개를 통과한다.  그것은 너무도 가파른 계곡을 지나야 하기에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겠다. 양 옆에 울울창창한  산림중에 금강송(춘양목)과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금강송은 훤칠한 키에 출중한 맏아들 같고 하얗게 빛나는 자작나무는 햋빛에 반짝거리는 고명딸 같다.  금강송은 곧고 좋은 재목이라 남대문과 같은 중요 문화재나 복원에 쓰인다.  금강송과 홍송(잣나무)이 붉은빛이라  비슷해 보이지만 금강송은 잎이 2개씩 나오나 홍송은  3개씩 나온다고 한다.  자작나무는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팔만 대장경의 재료가 되었는데 목관을 만들 때도  쓰인다고 한다.
 
   구문소(求門沼)는 좌우 쪽의 계곡인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큰  바위가 계속 흐르는 물로 인해 가운데에 둥그런 큰 구멍이 뚫려있다.  자연의 위대한 힘을 감탄하게 한다.  높은 산속 개울가엔 아직도  하얀 눈이 쌓여 있고,  건너편 절벽 위엔 소나무가 매달리듯 서 있어 생명력을 과시한다. 눈 덮인 양쪽의 높은 산밑에는  사슴을 방목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들은 대추, 약초 또는 토종벌을 키운다고 한다. 조촐하고 소박한 그 집들과 주위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라고 기차는 천천히 달린다.
    
   백두산에서 지리산 까지의 백두대간은 우리 국토의 혈맥이 아닌가.  TV에서 뉴질랜드의 한 사진 작가는 이북의  대륜산과 칠보산을 보여주며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이 백두대간이  지리산까지 연결된 것이라면서 ... 아무도 손대지 않은  원시림 그대로이고 작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미국의 그랜드 케년 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는 남한의 등산을 모두 마치고 북한의 입국허가를 받아 백두대간을 사진에 담는다고 했다.   
 
   우리는  철암역에서 태백산으로 이동,  백두대간의 중앙부에 솟아있는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과 동양 최대의 태백석탄박물관을 관람하였다.  몇십미터 막장도 구경했다.  불과 몇십년까지 우리의 일반적인 난방과 취사 방법이 이니었던가 . 다시 버스를 이용해서 제천역에 닿았다.  경기, 충청, 경북, 강원 그리고 서울을 경유하는 5도를 밟으면서….
 
   청정한 풍광에 소진되어 가는 영혼을 채우기라도 하듯 나는 좌우를 분주히 눈에 그리고 가슴에  차곡 차곡 담았다.  월리암 블레이크는 시 <순수의 전조>에서 한알의 모래속에서 셰계를 보며/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고 했다.  그렇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있게 한 그 이면을 생각하면 무엇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있으랴.
 
   빨리 가기 보다  창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가는 과정의 여유로움으로 성가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를 읊조리며  백두대간의 경치를 보니 마음이 차분히 정돈 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작지만 또 다른 자연의 값진 예술품임을 감상하는 좋은 하루였다.

이우중   14-06-24 15:39
    
선생님의 글을 읽고 결심했습니다.
올해안에  백두대간 을 관통하는 협곡열차를 타려고요
좋은글 감동을 주는글 잘 읽었습니다.
     
이경숙   14-07-05 12:53
    
저의집 방문해 주어 고맙습니다.
협곡열차 한번은 타 볼만 하던데요.
오고 가는길이 아름다워요.
박서영   14-06-28 05:35
    
성실하고 친절한 설명과 묘사에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꼭 한번 타봐야겠네요.
  이제 협곡열차가 친근하게 느껴져요.
     
이경숙   14-07-05 12:56
    
잔설이 있을때 다녀왔는데 여름에서야 올리게 됬네요.
  팔방미인 우리 반장님  한번 다녀 와요
  우리나라가 작지만 참 아름다워요.
  김시힘니다.
이은하   14-06-29 21:49
    
백두대간 협곡열차...
친구도 다녀와 자랑이 대단하더라구요.
꼭 한번 시간내 타봐야겠어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경숙   14-07-05 12:58
    
만년 소녀 은하씨
  따듯한 품행이 소녀같에요
  댓글 고마워요.
  한번 구경 한번 해보세요.
왕연균   14-07-08 22:38
    
멋있는 글을 읽고서  협곡열차 한번 타보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겨울과  또 다른  아름다운  경치일 것입니다.  같이  단체 여행가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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