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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하게 살아가기    
글쓴이 : 김선봉    14-06-29 22:00    조회 : 5,410

당당하게 살아가기

"늙는 게 두려워요. 하루하루 나이를 먹을수록 두려움이 생겨 위축돼요. 거울을 볼 때마다 낯선 이를 만나는 것 같아 당황스러워요." 옆에 앉아있던 다른 여성이 이야기한다. "여자에게 얼굴피부는 대단히 중요해요. 관리하지 않으면 남편이 싫어하고 핀잔을 줘요" 한 방송국의 TV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외모관리에 신경 쓰는 이유들을 말한다. 어머니 세대는 어머니 세대의 이유와 느낌을 말하고, 며느리 세대는 며느리 세대의 입장을 말한다. 서로의 입장들이 충돌한다. 충돌이 격렬해질수록 서로 간에 목소리가 커진다. 이런 충돌이 예전에는 없었다. 이걸 뒤집어보면 우린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에 서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 시대적 과업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벗어났다. 더 이상 배고픔을 걱정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자 사회 곳곳에서 그 동안의 갈등들이 폭발하고 있다. 지금까진 애써 참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져 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과거처럼 참지 않는다. 과거의 미덕은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걸 아니까. 이런 사회현상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자칫 혼란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혼란이 아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문화적인 역동성으로 나타난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혼란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일단 낯설기 때문이다. 낯설다는 건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다. 익숙하면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은 상태로 수용한다. 이성적 판단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경과되었다.

침묵이 미덕인 시대도 있었다. 일제시대와 독재시대는 침묵을 강요당했다. 통제와 감시를 통해 우리사회를 왜곡시켜 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의 식민지도 아니고, 독재시대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여전히 일제시대와 독재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크게 못 벗어났다.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이다.

일제시대와 독재시대는 통제와 억압의 시대였다. 이때 생겨난 획일적 사고는 정상이 아니다. 허나 우린 비정상을 정상으로 이해한다. 나와 다름이 정상인 것이지 비정상이 아니다. 물론 그 어둠의 시대에 꿋꿋하게 기생한 곳이 많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어도 그들에겐 현재는 여전히 어둠의 시대인 셈이다.

한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말한다. "어디,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꼬박꼬박 말대꾸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자 요즘엔 다 그런다며 옆에서 알려준다. 그런 시절도 분명 있었다. 어른에게 말대꾸하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고. 그러니 무슨 대화가 가능했겠는가? 쌍방소통보단 일방적으로 듣는데 친숙하다.

우리사회는 그렇게 길들여졌다. 그것을 어른에 대한 공경으로 배웠다. 허나 누군가가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가질 때, 혼란스런 상황이 벌어진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그 의문을 반기는 사회분위기가 아니다. 침묵하는 이유다. 굳이 나설 이유가 없으니까.

이젠 어느 정도 변화에 익숙해진 우리사회다. 허나 변화에 잘못 적응했다. 그래서 생각의 변화는 없고, 변화의 과실만을 챙긴다. 그러니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이다. 생각의 변화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누가 대신해줄 성질이 아니다. 생각이 안 바뀌면 현실도 안 바뀐다. 생각이 행동을 바꾸니까.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이 변화의 시대를 잘 살아 갈려면 당당함이 요구된다. 물론 이 당당함을 위해선 사회적인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모두가 옳다고 할때 본인만이 아니라고 한다면 당연히 불이익이 돌아온다. 삶에 당당함을 가질 때 자신감이 생긴다. 이 자신감이 삶의 장애물을 해결하는 힘을 준다.
2014.06.17.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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