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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집 마당에는 ( 자기 소개서)    
글쓴이 : 양경자    14-07-08 17:23    조회 : 6,457
                       그 집 마당에는
                                                             양 경자
 
  아무런 생각없이 매일 바닥만 내려다 보며 다니던 동네 골목길인데 
며칠 전엔 무심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 보니 나무가지가 울타리를 넘어 길가쪽으로 휘어지도록
빨갛게 익은 앵두가 촘촘히도 달려있다,
아! 앵두다!! 
'앵두' 라는 이름이 얼마나 예쁜가, 발음을 할때 입술을 최대한 오무려야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는
그 입술 모양도 앵두를 닮은것 같다
 
어린시절 시골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아직 채 익지도않은 껍질벗긴 완두콩처럼
시퍼런  앵두를 한웅큼따서  입에 넣었다가 너무 시어 먹지도 못하고 퉤!퉤! 거리며
뱉어내는 우리들에게 "보리 벨 때가 돼야 앵두가 익는거여"  하시던 친구 어머니 말씀이 생각났다
나이 먹을수록  최근 것은 기억 못하면서 오래 지난 것은 생생히 기억한다더니
그 이후로 오십 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머리속에  보리와 앵두는 한 단어가 되어 짝지워져 있다,

동화속 같은 유년시절 한토막의 달큰한 추억과 함께
싱그러운 유월에 초록잎 사이로  보석알처럼 반짝거리는 앵두가  얼마나 예쁘고 반갑던지
마치 자석에 이끌린듯 다가가  정신없이 따 먹는데  그만 담장 안에서 바구니에 앵두를 따 담던
두리 둥실한 주인 여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살짝 민망 해지려는 순간 그녀는 "약 안준거니까 마음놓고 따 드셔도 되요" 한다
그리고는 자랑하듯 앵두 나무 위를 지붕처럼 덮고있는 살구나무를 가르키는데...
 
세상에나!  하늘을 온통 가리울 정도로  커다란 나무에
아직은 조금 설익은  아이 주먹만한 갈색빛 튼실한 살구가 어쩜 그렇게 많이도 달렸는지~
셀수없이 많은 살구알의 무게가 버거운듯 담장밖으로 추욱~ 늘어진 나무가지가 애처롭다,
아! 그 맛있게 먹기만 했던 살구나무가 저렇게 생겼구나
눈 도장을 찍고는 다른길도 많은데 일부러 그 길로만 다녔다,

어느날은 친구도 데려가 서울 시내 이런집도 있다며 담장 밖에서 까치발을 하고는 
마치 내 집 마당인 것 처럼 구경도 시켜주고 같이 따 먹기도 하고.. 
담장 안~  마당 한가운데  떨어져 널부러져 있는 내 권한 밖인 농익은 살구들을 침흘리며 아쉬워도 하고..
앵두나무는 팔을 길게 뻣으면 손에 닫는데 살구나무는 너무 커 손이 닫질 않아
바닥에 떨어진 것만 주워 먹는데  운 좋은 날은 대 여섯개~  아니면 한두 개 ㅎㅎ,

그런데 어제는...
천둥,번개에 게릴라성 소나기가  막 멈추고 그 길을 지나게 되어 '앗싸! 절호의 찬스다!' 하고 부지런히 가는데~
나보다 서너 걸음 가량  앞서가는  남자가 비닐봉지까지 들고와 육중한 몸을 업드려 싹쓸이를 하고있다
'아뿔사! 한발 늦었네~'
미장원 여자가 말만 안시켰어도 다 내꺼였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에이!  띠이발'~ 투덜거리면서
그래도 미련이 남아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ㅋ
 
요즘들어 유난히 많은 생각들을 하게된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길바닥에 떨어진 살구 몇 알에 목숨 걸고 살았지? 부터 시작해
다른 과일들은 하우스 농사로 계절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지만 앵두와 살구는 제철이 아니면 먹을 수 없으니
과일 중에 으뜸이라는 생각과....
살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수없이 많은 아까운 것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십년을 넘게 살고 있는 동네 매일 다니던 길에 그렇게 커다란 살구나무와 앵두나무가
계절 바뀔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튼실한 열매를 맺고, 낙옆을 떨구며,
벌거벗은 나뭇가지에 눈꽃을 피워내느라, 정신없이 분주했을텐데~ 
나는 내 눈앞의 외엔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감성 메마른 자신에 대해 반성하며
언젠가 라디오에서 듣고 메모해놨던 글 한 편을 떠 올렸다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허 영자 <완행열차>
 
그러고 보니 눈발이 흩날리던 지난 늦 겨울,
우연히 그 집앞을 지나다가  낮은 벽돌 담장보다 훌쩍  키 큰 동백나무에
활짝 핀  빨간 동백 꽃송이들 위로 너무나 차가운 자신의 몸이 미안한듯 한쪽 엉덩이만 살포시 걸터앉은
순백의 흰눈을  보고는 넋이 나가 대문앞을 서성거리며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이 남해 어디쯤인가? 라는 착각과 
서울 도심에서도 저렇게 아름다운 동백꽃이 필수 있다는 몰랐던 사실에 대해  한참동안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여름의 문턱 유월....
앵두도, 보리도, 살구도, 제철이지만 감자도 제철이다,
며칠 전부터 입덧 하는거 맹키로 분이 포실 포실 나는 찐감자가 먹고 싶어
껍질도 벗기지 않은 감자 몇알 흐르는 물에 대충 씻어 까스불 위에 올려 놓고 자판을 두드리는데
여느해 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음식 탄내가 들어온다,
 
' 또 어느 집에서 칠칠맞게 음식을 태우는군',
궁시렁 거리며 허리도 펼겸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눈앞이 뿌연게 흐릿하다,
'보약이라도 한재 먹어야 할래나?  이젠 눈까지 침침하네'  하는데 
'....헉!!'
포실거리는 분나는 감자 대신 폭팔 직전까지 열받은 시커멓게 타버린 냄비가 뚜껑까지 벌름 거리며
푸르딩딩한 연기를 거침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20140615

권정희   14-07-08 19:37
    
양선생님은 엄살쟁이! ㅎ ㅎ
  첫글을 올리신 것 축하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슬며시 미소가 나왔답니다. 이렇게 톡톡 튀는 감성과 낭만을 지닌 분이 공연히
 어렵다고 엄살을 부리셨구나 하고요. 글이 재미있었어요. 앵두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과일이고
 그걸로 글을 써 놓은 게 있어서 그런지 더욱 정감이 갔네요.
 지난주가 하도 바빠서 오늘 하루는 푹 쉬자 하고 있는데, 글을 다듬어 올리신 선생님의 글이 보이길래
 밥하다가 퍼뜩 들어와서 한 말씀 적습니다.
 
 용산반에 오신 것 다시 한 번 환영합니다. 앞으로 재미있는 글 많이 기대할게요.
 화이팅!
양경자   14-07-10 09:10
    
권 쌤 고맙습니다
준비했던 글을 가져갔다 내지 못하고 다시 가져 오기를 두번이나..  다시 용기를 내 글을 내면서
대선배님들께 누를 끼치는건 아닐까  많이 주저했었는데요 이렇게 용기와 격려를 주시니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틈틈이 쌤님의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 포기했을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격려도 댓글도  고맙고 감사합니다
임정희   14-07-15 00:28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글쓰기반에 오셨고,
주저주저 하시며 어렵게 낸 글의 통과를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생기 있는 목소리와 귀여운 태도(저보다 나이가 많으시지만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서요)가 글에서 묻어납니다. 
이제 첫 단추를 잘 끼우셨으니 꾸밈없는 열정을 드러내는 글 마음껏 쓰시고 발표하세요~ 기대합니다^^
김성례   14-07-15 04:36
    
앙증맞은 글에서 경자샘 냄새가 납니다.
어쩜 첫 작품부터 칭찬을 받으시다니 추카요.
그날 부터 다음 글을 기대했습니다.
살구나무와 앵두나무 동양화 본듯한 글 잘 읽고 갑니다.
홍성희   14-07-15 15:55
    
~ '앵두' 라는 이름이 얼마나 예쁜가, 발음을 할때 입술을 최대한 오무려야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는
그 입술 모양도 앵두를 닮은것 같다 ~

교수님이 이 부분에 good!이라 하셨죠? 저도 여기가 신선하고 좋았어요..
어렵다 하시던 것은 권샘 말대로 정말 엄살이셨나 봅니다.^^
이렇게 서정적인 글로 단 번에 통과하시고~
너무 주저하시지 말고 계속 좋은 글 내시고 합평 받으시면 더 좋아지시고~우리 인연 잘 이어가고 싶어요.

이번 주 된장이야기는 정말 수필냄새가 물씬 나는 좋은 글 같아요, 샘댁의 된장 맛도 궁금하고요..
전 아직 장 딤글 엄두도 못내고 사다 먹는데, 대단하십니다!!!

앵두, 살구 같은 과일은 마트에 가도 눈에 잘 띄지 않던데, 샘은 좋은 동네에 사시네요..
냄비 태우는 건 저랑 비슷하고~ㅋㅋ

앞으로도 글 많이 쓰시고
집안 일로 바쁘실텐데 더위 조심하시구요~
윤효진   14-07-16 13:22
    
양경자선생님. 첫 글이 한방에 통과.
축하합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멋진 글 많이 쓰세요.
내내 건강하시고...  후속 글. 기대합니다.
수채화같은 표현. 좋았습니다.
이영실   14-07-18 23:07
    
양경자 선생님 선생님처럼 탱글 탱글한 앵두. 그 작은 앵두가 이렇게 멋진글이
되는군요. 어느 부분에서는 정말 나이를 모를 정도로  마음이 젊고 순수해서
부러웠어요. 축하드려요. 기대해요.
이병준   14-07-30 15:16
    
참 이쁜 글을 쓰셨네요
주제의 흐름을 어찌 마무리 하실까 궁금해하며 끝까지 읽었는데
일관된 흐름으로 잇고 마무리는 에피소드로ㅎ
부지런히 배우셔서 공감가는 글 많이 쓰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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