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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우주    
글쓴이 : 김호영    14-08-09 19:24    조회 : 7,132
 내 안에 우주
                                                                                           김 호 영
 
  2년 전, 키160cm에 몸무게가 70kg이 넘어 서자 남편은 언제 애 낳을 거냐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봐도 임산부 같긴 했다. 사실 일어서면 배 때문에 바닥이 안 보이긴 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가장 빠른 시간에 결과를 봐야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 친구가 소개한 단식원을 찾아갔다. 수지침을 맞고 단식을 하면 하루에 1kg씩 빠진다는 것이다.
 
  그곳 선생님은 30년 가까이 손바닥만 본 탓인지 그 하나로 사람을 다 파악하는데 도사가 따로 없다. 심지어 전 날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다 안다. 아마도 먹는 대로 몸에 변화가 있을 테니 손바닥만 봐도 아는 모양이다. 그곳에선 하라는 대로 안 하면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망신당한다. 어떤 부정적인 말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예약 따윈 없다, 무조건 선착순이다. 운 좋으면 바로 침 맞고 운 없으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침은 순식간에 100여개가 손바닥과 손 등에 꽂힌다. 그런 후 30분간은 손을 심장 밑으로 두고 있다가 스스로 침을 빼고 돌아가야 한다. 누가 해 주고 봐 주고 하지 않는다. 모든 건 셀프서비스다. 고객이 왕이란 말, 여기선 안 통한다. 너무 먹어서 비대해진 것이 죄가 되는 곳이다. 침 선생은 곧 왕이고, 그의 말은 법이다. 지키지 않으면 망신을 당하고 퇴원 당한다. 침이라도 맞으려면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게다가 날마다 몸무게를 재고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공개된다. 20년을 넘게 같이 산 내 남편도 모르는 내 몸무게가 낯선 사람들 앞에서 공개 되는 건 한 순간이었다. 3일 동안은 물도 마시면 안 된다고 했다.
3일이 지나자 그동안 쌓였던 독이 몸에서 빠지는지 냄새가 나고 머리가 아팠다. 그 후 흰 죽만 먹으라는데 위가 쪼그라들었는지 먹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쌀 냄새가 역겹고 토할 것 같아 나는 편법으로 평소 먹던 양의 10분의 1로 줄이고 저염식을 했다. 3주 만에 9kg 감량으로 성공했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한 대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평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어떻게 이렇게 산단 말인가?
먹는 양은 조금씩 늘어날 것이고, 늘어야 하고, 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운동이다. 먹고 싶다면 먹은 만큼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이다. 아니면 적게 먹고 살던가,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걷기였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었기에 시기적으로 아주 좋았다. 차를 두고 1시간 거리를 걸어서 다녔다. 하루 왕복 두 시간을 걷는 셈이다. 먹는 양은 조금씩 늘었지만 살은 더 빠지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시작 6개월 만에 총17kg 감량, 대성공이다! 그제 서야 내가 꽤나 예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걷기는 내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 시작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많은 글감도 얻을 수 있었다. 생각을 하기에 걷기만큼 좋은 건 없다. 그러다 추운 겨울이 되었고 추워지니 걷는 게 싫었다. 그 때 전신운동에 108배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집에서 할 수 있고, 돈도 안 들고 해서 이만한 운동이 없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처음엔 내 몸이 낯설어 하고, 내 정서가 불안해했다. 운동이라고는 걷는 것 말고는 해 본 적이 없는데다가 종교적인 낯가림까지 한 몫을 더했다. 그러나 지금의 이 아름다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는 몸의 낯설음과 정서의 불안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처음 시작은 횟수를 채우고 절을 하는데 급급하더니, 어느새 했다는 것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이 되던 어느 날, 내 몸이 108배를 알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 몸이 좋아하기까지 했다. 이유는 일 배, 이 배, 삼 배 거듭 될수록 내 몸의 숨통이 열리고, 십 배 가 넘어가니 땀구멍은 숨을 쉬었다. 이 십 배가 넘으니 세포들이 움직이고, 사십 배가 넘으니 근육들이 살아났다. 육십 배가 지나니 지방들이 타기 시작했고, 내 안에 기운이 생기며 에너지가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여 있던 피도, 나만큼이나 운동을 싫어하던 모든 근육들도 나를 따라 운동을 하기 시작하더니 피 한 방울까지도 세포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지방들은 몸 밖으로 쫓겨나기 시작했고, 독소들은 도망가기 바빴다. 심장은 펌프질하며 새 피를 샘솟듯 만들고, 근육들은 쫀득해 지고 있었다. 내 몸은 모든 게 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안에 생명체들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평생을 나와 함께 해서 나와 같았던 그들에게 새로운 우주가 열리고 있었다. 내 몸은 그걸 알아챘고 비로소 난 내 몸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불편한지 어디가 나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알게 될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지금까지 반평생을 살도록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소통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내 몸을 몰랐고, 내 몸이 나를 만나지 못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운동으로 인하여 내가 내 몸과 소통하고 내가 나를 만났다. 지금까지 나를 위해 함께 살아준 내 몸에게 너무 무관심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몸은 이제 희망적이다. 숨통이 열리고, 산소가 공급되고, 새 피가 만들어지고, 근육이 쫀득해 지고 피부는 탱탱해 지고 있으니 말이다. 6개월 만의 기적이다.
 
  물론 매일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귀찮을 때도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한 해보는 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나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적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알아도 안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운동이 생활이 된다면 우리가 하루 세 끼를 먹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생활체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얻은 보상이 체중 감량이고 내 안에 우주다.         (2014. 8)

김인숙   14-08-09 22:09
    
선생님.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목도 끌어 당기는 힘이 있더니
내용도 묘사력이 대단하십니다.

더우기 놀라운 것은  '의지'라는거죠.
나와의 싸움에 승리하셨군요.
저도 걷는 것을 매우 즐깁니다.
오늘도 2시간 정도 걸었어요.
기대됩니다. 선생님의 우주.
     
김호영   14-08-10 14:07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자 하는 건 꼭 하고 마는 성격이긴 합니다.
걷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이 계절은 걸으렵니다~^^
김정호   14-08-10 21:58
    
지신이 우주인걸 안 사람이 싣다르타만 있는줄 알았어요
     
김호영   14-08-11 13:36
    
그렇게까지야...^^
방순이   14-08-11 12:13
    
인사동 조계사에 들렀는데 계속 호영님 글이 생각나....아미타불
나도 오늘부터 도전!
인생의 복잡함도 내 몸의 복잡한 살도 백팔배로 모두 물리쳐 보렵니다.^^
     
김호영   14-08-11 13:38
    
학우님.
걷기 좋은 가을에 자연을 벗삼아 걸어보세요.
저에겐 종교가 아닌 운동이었기에..^^
박순옥   14-08-11 20:12
    
김호영님 보기보다 적극적인데가 있네요.
나도 3개월만에 운동으로 9kg 을 감량해봐서 알아요.
보통 의지로는 행할 수 없는 일인데...
내 주변에 108로 건강이 좋아졌다는 얘길 듣고 나도 한번 실천해 봐야겠네
하면서도 쉽지가 않던데 이번 기회에 꼭 시도를 해봐야겠어요.
톡톡 티는 글 재미 있게 잘 읽었어요.
수고하셨어요~^.^
     
김호영   14-08-11 23:09
    
재밌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양여   14-09-20 19:28
    
이곳에서 호영글 보니 또 반갑네
오늘 수수밭에 안나타나서 셥셥했네.
글 좋아^^
     
김호영   14-09-23 14:11
    
그러게 나도 방가우이~~^^
수수밭은 다음 주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날짜를 보니 그리 되었더군! ㅠㅠ
글 좋다니 기쁘네..ㅎㅎ
김순례   14-10-10 19:23
    
에고 늦게서야 들어왔네!ㅋㅋ 
유쾌한 호영씨 성격답게 글도 유쾌하고 통쾌합니다.^^
재밌고 탄력있는 글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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