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창작합평
  금쪽같은 내 새끼    
글쓴이 : 김선봉    16-01-31 13:46    조회 : 5,942
   최종판 금쪽같은 내 새끼-김선봉.hwp (13.0K) [2] DATE : 2016-01-31 13:46:00

최종판-금쪽같은 내 새끼-김선봉


이글이글 타오르는 삼겹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나. 그 장면 앞에 두고 친구가 말한다. "그 동안 아이를 키우던 내 방식에 문제가 있었나 봐. 아내와 딸아이하고 난 서로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져." 무슨 소리냐는 내 말에 친구는 답답하다는 듯 소주잔을 비웠다. "우리 가족은 서로 대화가 안돼."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 된 친구와 갈비집에서 만나 소주잔을 기울였다. 술이 한잔 들어가니 그 동안에 쌓인 감정의 응어리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초등생인 두 아이와 생각하는 방식들이 자기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부모의 말이 절대적이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한다고.


그래서 친구에게 이야기해 줬다. 우리가 자라던 시절엔 그것이 당연했으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하자 의아해 하는 표정을 보인다. 사회변화가 갑작스럽게 불어온 결과라고 하니 멀뚱멀뚱 날 쳐다본다. 변화의 시대인 것은 맞다. 단지 그 변화의 주인공보다는 손님에 가깝지만.


급작스런 사회변화는 모든 걸 바꿔 놨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것을 놓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으로의 변화보단 관중으로서의 변화로 해석을 한다. 잘못 짚은 해석이다. 주인공으로 해석하면 생각부터 바뀐다. 허나 보는 관중으로 해석하면 수동적이다. 그 변화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친구는 술잔을 비우며 말한다. "나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키워줬는데 어쩌면 그럴 수 있냐." 난 친구에게 말해줬다. 아이를 키우는 건 그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또 친구에게 말했다. '그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너한테 잘 키워 달라고 싹싹 빌더냐?" 아니란다.


그런데 왜 아이들이 부모인 너의 말을 철썩 같이 믿어야 하냐고 하니 말을 못한다. 난 계속 말해줬다. 아이를 낳고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건 자녀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 때문이라고. 친구는 약간 수긍이 간다는 표정을 보인다. 우리들은 자녀에 대한 지극정성과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안다. 허나 당연한 건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부모의 품에서 떠나갈 수밖에 없다. 그 순간이 언제일진 모른다. 다만 자녀가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기술을 전수시켜줄 의무가 있다. 과잉보호는 자녀들에게 가장 올바르지 않은 교육이다. 험난한 세상살이에 홀로서기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존 자체가 어렵다.


그런데 우린 부모의 맹목적인 자식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아울러 그것을 희생이라며 자기합리화 한다. 잘못된 접근이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이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자식이라는 건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난다. 하지만 언젠가는 헤어지게 된다. 그 이별 전에 부모의 경험과 지혜를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자라온 세상과 자녀가 살아갈 세상이 다르다. 비록,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났으나 거기까지만이다. 부모와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인격체다. 친구는 많이 속상해하는 눈치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믿음의 피해자라고 속으로 말했다. 잘못된 믿음의 결과는 참담하다. 잘못 이해하고 살아왔으니까.


친구는 나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멍하다. 그리고는 말을 잇지 못한다. 대신 소주잔만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의사소통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최근에 일어나는 혼란스런 사회모습은 그 동안 일방적으로 억눌렸던 여론의 분출과정인지도 모른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인다.


그러고 보니 2년 전쯤에 동갑내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떠올랐다. 그 친구도 자기 아이들과의 서먹한 관계로 힘들어 했었다. 부모의 이해와 자녀의 이해가 같을 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의 이해가 다를 땐, 문제가 된다. 한쪽은 당연하다고 보나 다른쪽은 당연하지 않다고 보는 경우이니까.


의사소통의 전제는 평소에 꾸준한 대화다. 생활하며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평소엔 일체 이야기도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대화를 나누면 대화가 안된다. 인식체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말이 안통한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억지로라도 이야기 나눠야 한다. 서로에 대한 공감대가 의사소통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는 건 어찌보면 솔깃한 유혹이기도 하다. 어떤 행동이 당연하다고 정의하면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리곤 그저 묵묵히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현재까지 왔다. 과거의 당연함은 오늘날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됐다. 왜 그런가에 대해서 심사숙고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다. 그렇게 인식체계의 혼란이 일어났다.


친구와 헤어지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사실 부모의 일방적인 사랑이 자녀에겐 부담일 수 있다. 세대와 세대간에는 일정한 희생이 필요하다. 허나 그렇다고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할 것은 못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사회는 현재 혼란을 겪고 있다. 누군 부모의 헌신을 희생이라 합리화할 것이고 누군 그것을 거부할 것이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현실이다.

2016.01.31.


 
   

김선봉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13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창작합평방 이용 안내 웹지기 02-05 84586
13 미영이의 이야기 김선봉 09-30 6168
12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어요. 김선봉 06-07 4987
11 변화되는 일상의 모습들 김선봉 04-28 4938
10 삶은 방금 시작된 농담이다 (2) 김선봉 11-26 6767
9 사냥개 노릇하는 애완견 (2) 김선봉 08-02 6557
8 질문하지 않는 기자 (3) 김선봉 05-03 7307
7 재래시장 순례기 김선봉 07-17 5803
6 금쪽같은 내 새끼 김선봉 01-31 5943
5 심심한데 우리 결혼이나 할까!!! (2) 김선봉 01-22 7042
4 희망을 공개수배합니다 김선봉 04-30 5684
3 당당하게 살아가기 김선봉 06-29 5410
2 토론의 시작은 반대의견을 경청하는 것에서 … (1) 김선봉 05-10 6522
1 ‘야동’은 은밀하게, 그리고 혼자봐야 흥분… (3) 김선봉 04-02 8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