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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불교 쪽에 가까운 사람이 되다    
글쓴이 : 일산김정희    12-09-14 22:35    조회 : 6,869
 
그 해 봄은 더디게만 왔다.
우울했다. 왜 우울했는지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그 이유는 잊었지만 하여간 많이 우울했었고 그 때 찾은 곳이 강화 석모도 보문사였음은 확실히 기억한다. 불교 신자가 아닌 내가 보문사를 찾은 까닭은 철 이른 바닷가를 청승맞지 않게 혼자 볼 수 있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썹바위 마애불 앞에서 바다를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싶었다.
 
더디기만 한 봄이었지만 이미 대지는 봄을 안고 있었다. 비포장도로였던 보문사 가는 길은 봄을 품은 땅으로 인하여 수렁이 되어 있었다. 그 땅은 보문사를 향하던 버스를 잡고서 놓아주지를 않았다. 헛바퀴 만 돌리고 있는 버스는 자신의 힘으로는 그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다.
젊은 남자 손님들 내려서 버스를 밀어주세요.”
버스 기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버스에 타고 있었던 젊은 남자들을 내리게 하였다. 모두 내려서 밀라는 기사의 주문이 없었음을 그저 감사하며 창 밖의 남자들을 멀거니 내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 버스 안의 한 스님이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됩니다. 버스 안에 있는 우리들도 마음을 합쳐야합니다. 내가 하나, , 셋을 하면 모두 힘을 모아 마음을 모아 영차하고 외칩시다.”
하나, , ” “영차
"하나, , “ ”영차
버스는 마침내 빠져 나왔고 버스 안의 우리는 모두 동지가 된 기분이었다.
 
봄의 수렁을 이긴 것은 버스 엔진의 힘도, 버스를 민 젊은 남자들의 힘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는 말도 안되는 유치하기만 한 내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그 날 보문사 마애석불 눈빛이 머무는 서해 바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져주는 치유의 바다였다. 그 바다가 치유의 바다였던 까닭은 부처님과 같이 바라보는 바다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사랑해야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 인 것을 깨닫게 한 그 사건 때문이리라.
 
나는 그날 결정했다. 나는 비교적 불교 쪽에 가까운 사람 되기로 .
 

이순선   12-09-15 23:53
    
정희씨! 이렇게 짧은 글로도 강한 메세지를 줄수 있다니 그대의 재치있는 글솜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렇지요 !.사람의 마음이지요.
그 마음속에 진실한 사랑이 있다면 우린 하나가 될 수 있지요.
그 마음으로 우리 일산반이 하나가 되어서 갈 수 있다면  어디엔들 못 가겠어요.
지나간 삶의 치유의 바다인들 못 가겠어요.
우리도 한 마음으로 버스안의 승객처럼" 하나, 둘, 셋"!

긴 머리를 팔랑거리며 저를 도와준 정희씨!
벌써 일산반에 마음이 와 있지요?.
사랑 하고 축복합니다.
안정연   12-09-16 02:03
    
김선생님! 아니 그 나이보다 1ㅇ년은 젊게 보여 놀랐습니다.
발랄함과 거침없는 말솜씨와 모습은 영낙없는 젊은이였습니다.
글도 거침없이 잘도 쓰시는군요.
열심히 배우시고 필력을 길러서 좋은 글 많이쓰시고 이름도 날려 보세요.
김인숙   12-09-16 22:45
    
짧은 한 마디 글에 전달하고픈 모든 것이 끝났으니 정말 매력 있어요.
우린 너덜구레한 쓰레기 글로 혼미하게 만드는 재주를
타고 났나 봐요.
이젠 저도 좀  싹뚝 자르는 가위 하나 준비 해야 겠어요.
매력 만점 이예요.
김성희   12-09-19 23:13
    
함께한 사람들에게서 마음을 보고, 느꼈군요.
좋았던 기억을 많이 가지면 삶도 덩달아 넉넉해 지겠죠.
상큼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앞으로 좋은글 기대합니다.
오윤정   12-09-20 10:36
    
선생님의 첫 글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위트와 자유로움이랄까?
글 한번 쓰실 때마다
대단한 점프력을 보여주시더니
이번 글에서는 짧은 글속에서
많은 것을 담아 내시네요.
앞으로도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한지황   12-09-20 21:10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잇었지요.
작년 겨울 가족들과 강원도로 겨울여행을  떠낫는데
갑자기 폭설이 쏟아내려 언덕길을 올라갈수가 없었어요. 
남편은 운전대를 잡고 아들과 딸 ,나 셋이 힘을 합쳐 끙끙대며 밀어서
겨우 올라갈 수 있었던 추억!
세상은 온통 하얗게 뒤덮였고 다니는 차도 없었던 외딴 곳
그래도  가족이 함께 있었기에 전혀 두렵지 않았지요.
아찔한 순간에도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것은
긍정적인 마음이라는 김정희님의 믿음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해준 글,잘 읽고 갑니다.
공인영   12-09-22 18:43
    
비교적 불교쪽에 가까이 가기로 한 정희씨, 응원합니다.
어느 날 불쑥, 인생의 등불을 밝혀주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책 한 줄의 문자향에서 삶의 방향을 잡게 되기도 하니
그것은 그렇게 되기를 열망하는 사람만이 얻는 선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 소망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축복일지도요.^^;;

벗들의 칭찬을 모아보니 발랄하고 재치있고 웃음 가득한
어여쁜 분이 확~~~~실하다는 생각입니다.
나이들수록 겸허하게 자신의 내면을 자주 바라보려고 한다면 
우리 삶은 큰 욕심을 줄이고도 풍요롭고 가득한 행복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김정희님께 그런 것들을 기대해도 좋은 것 같은데요.^^
가장 중요한 그대의 마음결들, 열심히 쓰고 채색하며
일산반에서의 생활이 재밌고 유익하길 빌어드려요. 파이팅!
이은숙   12-09-26 08:47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짧은 글이 주는 선명한 힘을 보았습니다.
궂이 길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완성도 높고 공감할 수 있는 멋진 글이 될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도 너무 근사해요. '비교적 불교에 가까운 사람이 되다' !!!
너무 멋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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