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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야 꼭 안아줄께    
글쓴이 : 강촌정영임    16-09-29 18:44    조회 : 7,714


별이야~~꼭~안아줄게


강촌 정영임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은 온통 친구들의 귀여운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알록달록한 그림들 속에 삐뚤빼뚤 철자도 틀린 글씨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1,2,3층이 다 유치원 인데 건물 전체가 어두운 곳 하나 없이 환하고 깨끗하다. 3층 교실은 앙증맞은 걸상과 책상, 풍금, 수업에 쓰이는 여러 자기 소품들이 잘 정돈되어 있고 예쁜 선생님도 세 분이나 있다. 5~6세 반으로 원아들이 25명 쯤 된다. 요즘 아이들이 다 예쁘다지만 특히 이 반 친구들은 골라다 놓은 것처럼 모두 예쁘다.

  내가 별이를 처음 만난 것은 올 봄 이 교실에서 새 학기 시작이라 낯설고 분위기 파악도 안 된 첫날이었다. 약간 긴장은 했지만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탁탁 탁 탁탁 이상한 소리가 나서 바라보니 남자 아이가 엎드려서 발끝으로 교실 바닥을 내리치고 있었다. “어~어 그러지 마라. 그러면 할머니가 이야기를 할 수 없는데~~. 어서 일어나라.”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 치고 있다. 신경이 쓰여 이야기를 집중 할 수가 없어서, “저 친구 이름이 뭐지?” 하고 물으니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별이예요 별.” “쟤는 원래 그래요.” “할머니, 호랑이가 죽었어요? 안 죽었어요? 빨리 이야기 해주세요. 빨리요.” 하던 이야기나 빨리 하라며 재촉이 심하다. 친구들은 별이의 그런 행동에 도통 관심도 없고 익숙한 것 같다.

  집에 오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다음 수업에도 그러면 어쩌지? 난 내 수업을 망칠까봐 무척 신경이 쓰였다. 많은 아이들을 봤지만 그렇게 심하게 바닥을 치는 어린이는 처음 보았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 그래,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으로 가자.’ 이렇게 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 주 수업에도 이야기를 듣고는 있는 건지 계속 소리를 내고 있다. 탁, 탁, 탁. 난 이야기를 하다말고 “어~ 별이가 지난주에는 100번을 쳤는데 오늘은 50번 밖에 안 쳤네. 와~ 우리 별이에게 박수쳐주자!”고 했고 우리 예쁜 친구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나게 박수를 쳐주었다.(ㅎㅎㅎ 예쁜 것들) 그렇게 50번이 30번으로 줄었다고 박수쳐주고 다시 30번이 15번으로 줄었다고 박수쳐 주면서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웬일인지 바닥을 치지 않고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빙빙 주위를 돌아다닌다. 일단 수업을 방해 하진 않는다. 수업이 끝나고 나가려는데 녀석이 앞서가더니 교실 문을 열고 서 있는 게 아닌가. 나를 위해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어 난 깜짝 놀랐다. 난 녀석을 계단에 앉혔다. 그때 자세히 본 아이의 얼굴은 하얗고 눈은 맑고 큰데 눈 속에 예민함과 외롭고 슬픔 같은 것이 함께 보였다.

  “별이야, 안아 줄까?” 대답이 없다.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네가 바닥을 안치니 할머니 기분이 너무 좋다.”하면서 “와~ 자세히 보니 별이가 아주 멋지게 생겼네. 어쩜 눈이 요렇게 동그랗고 호수같이 예쁠까?” 하면서 꼭 안아주니 멋쩍어 하면서도 가만히 안겨있다. 아무 말도 없이.

  순간 ‘아이가 말을 못하나?’ 생각하며 분명 사연이 있을 것 같아 한 번 알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와 헤어진 후 원장님을 만나 여쭈어 보니 아이의 엄마 아빠는 모두 아파서 멀리 가있고 할머니와 사는데 말이 늦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요즘 언어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나름대로 옷도 깨끗하게 입히고 준비물도 잘 챙겨 보내신단다. 그래도 어디 엄마만 하겠는가. 아, 외롭구나! 엄마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겠는가? 말이 여섯 살이지 아직 아기인데. 마음이 저려오면서 코끝이 알싸해진다. 녀석은 사랑받고 싶고 관심 받고 싶어 그런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구나 싶어 수업 후에 잠깐 층계에서 아이를 안아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보니 원장님이 너무 좋아하신다. 요즘은 뭐든지 물어보고 해야 한다. 다른 친구들이 이유도 모른 채 집에 가서 이야기 할머니가 별이만 예뻐한다고 하면 선생님들 머리가 아프다. 요즘은 사진도 마음대로 못 찍는다. 초상권 침해라고 항의 하는 학부모들이 있어 뒷꼭지만 나오게 찍는 경우도 있다.

  원장님은 반색을 하며 “요즘 젊은 교사들이 잘 못하는 것을 할머니가 해 주시면 너무 고맙지요.” 한다. 그런데 그 반은 왜 선생님이 세 분이나 되는가 물어보니 두 분이면 되는데 문제가 있는 친구들이 몇 명 더 있어서 선생님을 세 명이나 두었단다. 난 별이 하나 뿐인 줄 알았는데 눈에 띄지 않게 힘든 친구들이 더 있었던 것이다. 누구지? 누굴까? 아~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친구들이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친구가 있다. 어린이가 어린이답지 않은 것도 문제다.

  우리 이야기 할머니들이 모이면 이런 어려운 친구들이 유치원에 한두 명씩 있다고들 한다. 원인은 전자파니 공해니 약물 오남용 이라는 등 우린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이바구만 하다 일어선다. 나는 현장에서 어떻게 하고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 고민하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예쁜 친구들의 생각이 쑥쑥 크고 따뜻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 할머니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현장에서 만나는 힘든 친구들을 따뜻한 맘으로 보듬어 주는 할머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친구들은 안아 주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찾는다. 우리 예쁜 친구들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안아주고 자기와 눈 한번 맞추어 주고, 손 한번 잡아 주길 바랄 뿐이다.난 나와 약속했다. 칭찬 많이 해주고 사랑으로 안아주고 따뜻한 맘으로 손잡아 주고 눈 맞추어 주는 푸~근한 포~근한 할머니가 되기로. “별이야, 꼭~ 안아 줄게 힘내자, 힘!”

  별이의 문지기는 그날 이후 계속되고 있다.



강촌정영임   16-09-29 20:51
    
박화영쌤 바쁘신데 두편씩이나 합평반에 글올려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욕심내지 않고 뚜벅 뚜벅 걷겠습니다.  용산반 선배님들 늘 용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화영   16-09-29 21:58
    
사이버 부장님께서 도와주셨어요 선생님~
글을 읽으며 참으로 의미있고 보람된 일을 하고 계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별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봐야
하겠다는 다짐을 저 자신에게 해보게 해준 글이었어요.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이영옥   16-09-29 23:28
    
정영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낯선 사람, 이영옥입니다~^^ㅎㅎㅎ
미아반 학우입니다.
선생님의 글이 너무 따뜻하고 예뻐서 답글 올립니다.
'강촌'은 지명인가요? '별호'인가요?
'이야기 할머니'로 봉사활동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ㅎ 질문이 너무 한꺼번이죠?
알고 싶게 만드시는 정영임 씨 입니다.
'천방지축과 아가씨'에서 연세가 일흔이시라는 것 같던데요, 글은 참 젊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강촌정영임   16-09-30 23:24
    
영옥쌤 넘 감사드립니다. 예, 이야기 할머니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재미있는 일들을 적어보고 싶어 수필 용산반 문을 두드린지 이제 4개월 아주 초짜입니다. 이렇게 격려해 주시니 너무 행복합니다. 한국산문에 첫 가입인사를 정영임으로 했는데 한국산문 전산에 이상이 생겨 같은 이름으로 안들어가서 앞에 강촌을 급조해서 붙였는데 우리 교수님도 벌써 제가 호를 지었는지 아시드라구요. ㅎㅎㅎ  수필이 뭔지도 모릅니다. 그냥보고 생각나는 대로 적는 수준입니다. 영옥쌤은 수필과 얼마나 친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쌤의 따뜻한 맘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미원   16-10-02 15:05
    
좋은 일 하시니 이렇게 따뜻한 글도 나오네요.
늘 손주같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시니 글 감각도 젊으시네요.
선생님 글은 힘이 있어요.
글과 친구 하시면서 우리 오래 같이 가요~~
강촌정영임   16-10-02 20:11
    
미원쌤, 늘  감사드립니다.  꾸~뻑
 감각이 젊고 힘이 있다니 없든 힘도 솟습니다.
 따뜻한 격려 감사드리고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박종희용산반   16-10-07 04:16
    
정선생님의 사랑이 담긴글 가슴이 따뜻해 졌어요.
 좋은 에너지와 사랑이 넘친 좋은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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