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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전시회장 가기까지    
글쓴이 : 김남신    16-10-17 18:55    조회 : 8,633

                                 이중섭, 전시회장 가기까지

김남신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회가 10월 3일까지 라고 한다. 사실 난 미술엔 별 관심이 없다. 6년 전 친구 중에 시인 친구가 나를 〈엔디워홀〉전에 데려 간적이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열심히 보는 척 하며 가끔 감탄사도 넣었다. 친구는 정말 집중해서 보는 거 같았다. 보고 나오는데 3월이였는데 눈이 펑펑 내려 덕수궁에 하얗게 쌓였다. 난 그 풍경이 너무 좋아 뛸 듯이 기뻐서 친구에게 오늘 여기 데려와줘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부산에서 살던 난 눈을 보기 힘들었었다. 전시회보다 아름다운 설경을 보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었다. 친구는 그날 시를 한편 썼다고 했다. 또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이 이중섭전에 가보라 할 때도 난 관심 없다 했다. 그랬던 내가 요새 남편을 같이 가자고 조르고 있다. 몇 번을 거절당했다. 갑자기 그림에 관심이 생겨서도 아니고 정말 보고 싶어서도 아니다. 남편이 요즈음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다. 아무 의욕도 없고 외출을 안 하려고 한다. 서울엔 친구도 없고 복잡한 걸 싫어하는지라 집에만 있다 보면 우울증에 걸릴까봐 걱정스럽다. 남편은 미술도 박물관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유럽여행 갔을 때도 박물관에 가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쉬워했었다.  그런데 지금 안 가겠다는 건 심기가 불편하다는 거다. 어쩌든지 같이 가려고 거짓말을해 가며 정말 보고 싶은데 혼자 가기 싫다고 사정했다. 며칠 안 남았으며 빨리 보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에 없는 소리까지 해버렸다.

 

10월1일 음력으론 구월 초하루였다. 아침 한 술 뜨고 부지런히 절에 갔다. 절엔 애들 입시 때부터 열심히 다녔지만 디스크 수술 후 뜸해져 어쩌다가 가는데 초하루이기도 하고 마음도 심난해 갔는데 마침 개산대재 입재 올리는 날 이었다. 작년에도 이날 우연히 왔었는데…

마치고 국수도 한 그릇 먹고 남편에게 전화로 보고하고서 데이트 신청을 했다. 의외로 쉽게 응했다.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었다. 갑자기 급해졌다. 30분후 동작역에서 만나자고 했다.

토요일인지라 전철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서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을 하는 데는 완전 밀려다녔다.

“이래서 주말엔 안 나와야 하는데.”

“그러게 뭐 하러 자꾸 나오라고 그래.” 그래도 기분 나쁜 거 같진 않다.

“어차피 연휴까지 끝이야 그러게 진작 평일에 갔다 왔음 좋았잖아!”

시청역에 도착해 2번 출구로 나갔다. 깜작 놀랐다. 인산인해였다. 줄을 서있는데 끝이 어딘지 보이질 않았다. 큰일이다 이제 다시는 안 다닌다고 할 텐데 어떻게 해야지? 매표소 쪽으로 가보았더니 덕수궁만 들어갈 사람은 옆으로 오란다. 일단 그렇게 덕수궁에 먼저 들어갔다. 남편은 갑자기 어린애마냥 내 뒤만 따라 다녔다. 아무래도 서울 공포증이 있나보다. 우린 석조전으로 가보았더니 입구 한 쪽에 매표소가 있었다. 너무 기뻐 미소를 지으며 표를 사 입장 했다. 이해가 안 된단다 사람들은 왜 이걸 몰라 밖에서 그렇게 줄을 서는지.

 

우린 기분 좋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난 그림에 조예는 없었지만 그냥 좋았다. 나는 건성건성 보았지만 남편은 정말 자세히 심취해서 보고 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중간 중간 난 앉아서 쉬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취미생활에 즐기도록 기다려 주었다. 은지화그림 하나하나 까지 편지 한장 한장 다 읽어 보는 거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역시 억지로라도 잘 데려 왔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도 이중섭 님은 정말 정이 많고 가족 사랑이 절절 했던 거 같다. 그런 예술성 작품성을 그땐 왜 몰라주었었는지 아쉽다. “세상에 제일 사랑하는 남덕씨,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들 태성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들 태현아,” 이 편지를 보고 누가 토를 달 수 있겠는가, 가족은 하나같이 다 사랑하고 소중한 것을. 이북에 두고 온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 모두가 이 분은 따뜻하고 정겨움을 알 수 있는 거 같다. 관계를 굉장히 중요시 한 거 같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동물, 생물, 모든 사물과의 관계를 나타 낸 거 같다. 이건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내 느낌일 뿐이다. 아무튼 작품성까진 모르더라도 더없는 감동을 주었고 요즘 힘든 내 마음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우리가 나올 때 까지도 석조전 앞에 줄이 어디까지 늘어서 있었다.

 

남대문 시장에 갈치조림을 먹으러 갔다. 여긴 우리가 부산 살 때 서울 오면 한번 씩 들렸던 곳이었다. 서울역에서 택시타면 기본요금이었다. 서울까지 애들 입학식, 졸업식, 중간 중간에 많이도 다녔다.

갈치조림에 계란찜까지 거기다 막걸리까지 한잔하면 부자가 안 부럽다. 행복했던 그 때를 회상하라고 일부러 여기로 온 거다. 지금도 역시 행복해 보였다. 오늘 외출은 성공인거 같다. 4호선 오이도행을 타지 않고 기다렸다가 사당행을 타고 집으로 왔다.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 2016년 시월 첫날에?


노정애   16-10-19 11:19
    
이글 참 신선합니다.
전 이 전시회가서 그림 감상했던 이야기를 김남신님께 주절주절 늘어놓았었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글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전 이 전시회가서 이중섭 마지막즈음에 그린 상처 투성이에 피흘리는 소 그림보고 울컥 했었거든요.
작가의 절망이 그림에 들어나서...
그런데
이 글을 보며
내가 참 시선이 좁구나 했습니다.
참신한 글이 다른 시각을 제게 주었지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남신   16-10-20 10:57
    
감사합니다.
나는 돌아오지 않는 강에 소년의 기다리는 마음에 공감이 갔던거 같애요.
반장님의 작품에관한 연륜있는 글 기대할게요.댓글 고맙습니다.
소지연   16-10-19 19:15
    
우리 짝꿍 축하!
괜시리 제 어깨가 들썩이려해요.
이제 이렇게 쭈욱 나가시는 겁니다.
화이팅!
     
김남신   16-10-20 11:05
    
소지연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역시 짝꿍이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하는 부담도 듭니다. 선생님의 관심 격려 댓글을 먹고 자랍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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