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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 탑    
글쓴이 : 서청자    17-01-22 11:29    조회 : 17,932

마음속 탑

 

서청자

 

천불산 계곡에 자리한 천불, 천탑의 전설 속 사찰인 운주사엘 다녀왔다. 이곳은 항상 신비감이 감돈다는 곳이다. 무심코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도 천 년 전 누군가가 간절한 염원을 담아 새긴 돌부처나, 석탑일지도 모른다했다. 많은 문화재와 작은 돌, 중간 돌을 섞어 돌탑을 쌓은 것이 내 키보다 높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과 염원이 담긴 돌탑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미륵불의 숨결이 느껴지며 경배의 마음이 일어났다. 마당에서 꽃탑을 세는 내 모습도 그려졌다. 운주사의 돌탑을 마음에 담아 돌아왔다.

아들이 첫돌 무렵이었다. 아이들을 마당에서 키우고 싶어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강아지도 키우고 토끼도 만지며 놀게 했다. 대문을 열고 3계단을 올라오면 넓은 마당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정원도 집안도 많이 고쳐야했다. 현관 쪽으로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짙은 녹색 향나무가 위용을 뽐내고 있는데, 그 둘레가 너무 커서 나무 아래는 햇빛이 잘 들지 않았다. 잔디가 자꾸만 죽었다. 내 속도 자꾸 타 들어갔다.

친구 집에서 미국 꿀풀이라는 꽃모종을 여러 개 얻어왔다. 그늘에서 잘 자란다고 했다. 향나무 밑에 돌을 골라내고 흙을 고르며 정성껏 심었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열심히 보살핀 덕에 많이 뻗어나갔다. 땅에 붙어 줄기가 퍼지면서 잎들이 땅에 붙어 있었다. 잔디처럼 흙이 보이지 않게 녹색으로 덮어주었다. 이듬해 보라색 꿀풀꽃이 서너 개 피었다. 짙은 녹색 잎은 흙을 덮어 바닥에 깔리고 작고 앙증맞은 원통 뿔 모양의 꽃은 그간의 주인의 수고에 답하듯이 피어난 것이 더 장하고 기특해보였다. 잔디가 자라듯 꿀풀들은 어깨동무하고 너무나 잘 뻗었다. 사물을 보는 것은 마음을 실어 함께 보는 것이라 했던가. 3년이되니 꿀풀은 보라색 꽃을 탑 모양으로 수 없이 만들어 탑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마당에 핀 꿀풀꽃은 내 생활이 되었다. 아침 일찍 오늘은 탑이 몇 개나 생겼을까꽃을 세어 본다. 마당 의자에 앉아 꽃 탑을 향해 마음을 다스려 보기도 하고, 독경을 하기도 한다. 판단과 시행착오로, 옭매어 있는 과거의 오류를,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헤쳐 나가도록 기도 해 본다. 운주사에 다녀온 뒤로는 눈을 감고 정진을 하면 마당의 꽃탑에 운주사의 돌탑이 겹쳐 보였다. 그곳에서 딸 셋을 시집보내고, 아들이 군대 갈 정도로 성장하였다. 이사 오기 전 늦은 봄에는 꿀풀의 보라색 꽃이 마당을 꽃탑으로 덮는 장관을 이루어 감탄을 자아냈다.

 

아파트로 이사한지 1년 반이 지난 어느날 그 집을 찾아갔다. 새 주인인 부인이 반갑게 맞아주어 고마웠다. 다른 부탁으로 갔으나 순간 까맣게 잊었다. 24년이나 살던 집이 너무나 정답고 그리웠던 것이다. 마당에서 놀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도 꽃탑을 보며 기도하는 내 모습도 떠올라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정성어린 나의 꿀풀들이 있는 마당을 들어서는 순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충격을 주었다. 향나무 아래에는 덩그러니 나무줄기가 보이게 나뭇잎을 자르고, 꿀풀은 하나도 없이 모두 파 버려 흙으로 덮여 있었다. 미쳐 잡초가 아니라고 일러 주질 못했던 것이 후회 되었다.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 내 마음엔 찬바람이 지나간다. 내 염원이, 정성이, 간절한 마음의 자리도 텅 비어졌다. 허나 이제 더 이상 내 집이 아니었다. 가만히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 본다. ‘내 마음의 탑이 나와 함께 이 집을 나왔나 보다.’ 탑은 이미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오늘도 나는 삶의 진리가 무엇인지 마음속 탑을 향해 기도한다.


서청자   17-01-22 11:39
    
잘못하여 글이 두번 올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음담아 쓴 글이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올리는 것이 서툴러 두번 되어 양해 하시고 봐 주세요
     
웹지기   17-01-22 12:57
    
같은 글은 삭제했습니다.  ^^
노정애   17-01-25 08:26
    
서청자님
이 글을 올리셨군요.
글 다시 읽어보니 참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진리...
마음속 탑을 향해 기도하는 서청자님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합니다.
이종열   17-01-27 19:48
    
서청자 선생님.
교실에서 읽을 때보다 느낌이 또 다르네요.
아는 사람 글이라선지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선생님 옆에 싰는 걱 같네요.
참 좋습니다.
서청자   17-02-14 11:20
    
올리기만 하고 다시 들어오지 않았더니 반가운 분이 계셔서 너무 감사하고 마음이 설래었습니다.
고맙고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 마음의 끈이 노정에 반장님과 이종열선생님께  고마움이 닿아지길 바랍니다.
힘을 내어 오늘도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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