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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지지 않는 16세    
글쓴이 : 김화순    12-10-15 22:51    조회 : 6,224
잊혀지지 않는 16세
金 花 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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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아버지는 웬 술을 좋아 했는지 어렸을 때 기억이 아버지 옆에는 소주가 담긴 플라스틱 금복주 큰 병이 항상 옆에 있었고 매일 술 취한 모습밖에 나질 않았다.
“연약한 엄마한테 왜 그리 못살게 굴었는지?”
한여름 태양빛에 하루 종일 콩밭 메고 농사일에 허리도 못 펴고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아버지는 하루 종일 뭐했냐며 생떼를 부리면. 엄마는 부지런히 저녁 밥상을 차려내었지만 그 밥상을 마당에 집어던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
엄마는 무서워 부엌에서 벌벌 떨며 설거지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혼자서 '내 팔자가 이게 뭐냐' 하면서 가슴을 치고 울며 한탄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밤새 아버지 옆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시중을 들고 날이 새면 아침밥을 짓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며 꾸벅 꾸벅 졸고 계시는걸. 나는 자주 보곤 했었다.
매일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들은 아버지를 너무 싫어하고 무서워했었다.
어느 봄날 이였던가!
1976년 3월 12일 내 나이 16 세 큰집 언니 시집. 가기 전날 엄마는 결혼식 참석을 위해 처음으로 읍내 미장원에서 비녀를 풀고 고대를 하고 왔다고. 아버지는 엄마를 얼마나 괴롭혔던지. “당신이 시집 가냐는 등 바람이 났냐는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퍼붙길래. 듣다 못한 나는 뒷방에서 뛰어나와
“ 아버지 술을 마시면 입으로 마셨지 코로 마셨나요? 엄마를 왜 그리 못 살게 굴어요! 엄마! 다음엔 머리 싹 뚝 잘라서 파마해요. 요즘에 비녀 한사람이 어디 있다고. 왜 그리 구속을 해요?” 하며 소리를 지르니 아버지는 화를 내시며 저것보래.
“ 저 여편네가 자식들 교육을 저것 밖에 못시켰다" 며 베개와 이불을 던지며 화풀이를 하는 사이 난 그만 참다못해 밖으로 뛰어나오면서 “아버지 내가 먼저 저 세상 가서 아버지 술 못 마시게 할 거요! 지겨워 이 세상 못 살겠네" 순간 나는 뛰어나와 마루 밑에 있는 살충제를 따서 벌컥벌컥 마셔 버렸다. 갑자기 별똥이 튀고 제정신 아닌 나는 넓은 마당을 얼마나 돌았던지 마치 개와 닭이 약 먹고 뛰듯이 정신없이 도는데 힘은 어디서 솟아 나오는지 뛰면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술 못 마시게 할 거야 ! 제발 술 좀 그만 마셔요!
미친 듯 돌며 '아 이렇게 죽는 거구나' 정신은 있는데 몸이 중심을 못 잡고 달리기만 하여 얼마나 돌았는지 오빠가 반대편에서 뛰어와서 나를 잡더니 비눗물을 갈아서 내입에 부었다.
순간 피를 토하고 질질 끌려 우물에 가서 입에다 물을 붓는데 평생 연약했던 엄마가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던지 아버지를 확 밀어 붙이면서 달려들어 때리며 내 새끼 살려내. 당신이 내 새끼 죽 이 는 구만!
그토록 날 못살게 굴더니 자식 앞세울 거냐. 잘한다. 잘해. 이젠 속 시원 하겠소!” 하면서 울부짖었다.
순간 아버지는 미안하다며 함께 눈물을 흘리며 “살아라! 이것아 이렇게 가면 안 된다” 며 우시는 것이 아닌가! 그 후로 나는 정신을 잃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버지는 내 머리맡에서 밤새 울고 계시다 내가 눈을 뜨니 반가워 다시 우시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아버지의 약한 모습을 보니 나도 눈물이 흘렀고 엄마는 아버지에게 모두가 당신 책임이라며 그때까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셨다. 그 이후 아버지는 “내 죄가 크다. 내 다음부턴 술 덜 마시마! 술이 너희들에게 몹쓸 짓을 했구나. 후회를 하셨다. 날이 밝아오자 아버지는 병원에 가자고 하셨다. “나는 살만하니 어서 서둘러 언니 결혼식 가세요.”아니다. 결혼이 문제냐" 며 포기하시는 것을 “다녀오세요. 난 괜찮아요. 엄마 아버지는 오빠를 옆에 있으라며 어쩔 수 없이 결혼식 준비를 하고 나가시더니 불안하셨다며 일찍 돌아오셨다.
그 후로 아버지는 그 좋아하던 술도 덜 마시고 그다음 장날 엄마에게 파마도 허락하시고 가족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셨다 . 엄마는 조금이나마 기를 피고 사셨다.
나는 살충제 사건 이후 타버린 기관지와 폐가 흔적으로 남아 찬바람만 나면 잦은 기침으로 고생을 한다. 나와 엄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이 술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과음은 하시지 않았지만 어쩌다 술을 마시다가 우리를 보면 뒤로 감추시곤 하였다.
몇 년 후 나는 결혼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단독 한 채를 샀다. 바로 부모님을 모셨다. 시골에서 서울 우리 집으로 이사 온 후 6년 동안 함께 사시면서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행복하게 살았었다.
그 해 가을, 아버지는 고향에 묘사를 갈 것이라고 옷 보따리를 싸놓으시고 하루하루 설레며 기다리는데 자식들이 갈 생각을 하지 않자 왜 안가냐고 다그치셨다. 우리는 사실을 얘기했다. 아버지 장 손자가 군대 가서 루퍼스란 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해 서울대 병원 중환자실에 있다고 전해드리자, 아버지는 절대 안 된다며 내가 먼저 가야된다며 강술로 며칠을 보내시더니 눈동자가 이상해지셔서 병원에 갔더니 노안에다 과음으로 3일이 지나 봐야 안다고 하셨다. 알코올이다 빠지는 시간이 72시간이라고.
그러나 아버지는 병원에 가신지 65시간 만에 운명하셨다. 그 시간에 손자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셔서 솜사탕하나를 주며 받아먹거나! 이것 안 먹으면 너는 죽는다고 호통을 치시기에 뿌리치다 어쩔 수 없이 받아먹고 나니 할아버지는 사라지고 꿈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그 순간 전화로 할아버지 운명소식을 들었다. 며칠 후 위독한 손자는 병이 씻은 듯이 완쾌되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어찌 손자의 운명을 할아버지가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서울대 병원에서도 미스터리라며 의아해 했다.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자식들을 위해 그렇게 큰 희생을 하신 아버지. 그 마음을 뒤늦게 알게 되어 죄송합니다.
술이 원수였지, 아버지 잘못은 아니었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 당시 많이 배우셨음에도 불구하고 당신 뜻을 펼치지 못해 술로 달래셨던 것 같았다.
아버지 기억나시죠? 우리 어렸을 때 자식들에게 얼마나 애정이 많으셨는지 해마다 오월 단옷날이 오면 새끼를 꼬이시고 그 위에다 또 꼬아서 굵게 만들어 마당 옆 굽어있는 살구나무에 그네를 매어 놓고, 딸들은 이것을 잘 타야 시집을 잘 간다며 우리를 태워 시원스럽게 밀어 주시곤 했다. 궁기 잎을 따오셔서 머리에 달아주며 “예쁜 딸아 이것 꼽으면서 흰머리 되지 마라” 하며 정성스럽게 머리에 꼽아 주셨다. 술 안 드실 땐 너무나 자상 하셨던 우리 아버지, 그때가 그립습니다.
“아버지, 용서하세요. 불효 딸년이 늦게나마 이제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네요.”
 
 
2012. 9.

문영일   12-10-19 00:11
    
김 화순 동기팀
전, 김 화순님을 볼 때마다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실 수 있는 분이라고  느낍니다.
내시는 글 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믿음에 관한 글이신데
그 중심에 항상 님이 있어요.
솔직하시고 거침없은 내용의 힘찬 글들 전 좋아 합니다.
김선희   12-10-19 11:18
    
어려운 시간을 잘 이겨내시고 지금 너무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글도 늘 열심히 쓰시고 다른 삶에도 충실하시니
앞으로는 더 빛나실 것 같습니다.
더 좋은 글 기대할게요.
김화순   12-10-19 13:17
    
네 고맙습니다 .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글 많이 만들어 볼렵니다 . 감사해요 .
김인숙   12-10-20 10:00
    
너무나 진솔하시고 깨알만한 가면이 없는 님의 글
울면서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닫혀진 가슴을 그토록 활짝 열 수 있는
그 '자유함' 이    정말 부럽습니다.
전 아직도 낯가림합니다.
러시아 갔을 때에도 만인을 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읽었습니다.
저에게 던진 '에너지'를 주는 향기나는 말 영원히 새기렵니다.
이제 눈물을 닦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렵니다.
삭막한 세정에 한 모금의 생수를 마시고 갑니다.
화순 님. 사랑해요. 화이 팅.
박유향   12-10-21 17:59
    
강의실에서 뵙다가 여기서 이렇게 글로 만나니 반갑습니다.
진솔하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이예요.
강의실에서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했던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마음을 여시니 참 아름답습니다.
앞으로 자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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