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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경험(수요반 최양순)-자기소개서    
글쓴이 : 최화경    12-05-14 23:37    조회 : 6,622
 
특별한 경험
                                                                                                            최 양순
 
그렇게도 혹독하게 추웠던 긴 겨울을 보내고 2012년 3월을 맞이했다. 이젠 봄이 오겠지 하는 3월 중순이지만 바람은 아직도 매섭고 시리게 불어대는 요즘 꽃, 잎샘 바람일까? 아님 겨울 끄트머리 긴 여운, 흔적을 남기고 싶은 아쉬운 바램 일까 들 정도로 몰아치는 찬바람은 몸과 맘을 떨게 한다.
 
3월13일이 되니 6년 전 58세에 경험했던 기억이 되 살아났다. 내게도 ‘암’이란 손님이 찾아와 갑상선에 둥지를 틀고 내 몸과 영혼을 흔들게 한 그 때가 떠오르면서 기억과 생각이 어울려 그 때로 여행을 떠나본다.
그해 2월에 조직검사 하고 결과 나오는 날까지 일주일이 걸린다해 그 동안 지루하고 심란한 마음을 잊으려 여고 동창 모임에서 제주도 여행 행사에 참가 2박3일을 지내고 집에 오니 일찍 결과가 나 왔는지 남편의 얼굴이 심각해 보였지만 묻지 않고 병원에서 오라는 날 아침에 갈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은 “암 이래!”앞 뒤 없이 선고 내리듯 무겁게 던지는 말에 갑자기 멍해지면서 시간도, 생각도 멈춘 듯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검사한 병원에 확인해야 하기에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는 30분이 초조하고 흔들리는 마음에 3시간 아니 3년처럼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과장일까?......
의사를 만나 결과 확인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왜 나인가?(why me?), 왜 난 아니 여도 돼?(why not me?) 라고 물으며 그 고통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어떤 불행이든 나만 피해갈수 없기에 흔들리는 마음을 수습하며 한 달 후 3월13일에 입원해 수술하기로 예약이 잡혔다. 기다리는 한 달 동안 옷장, 집안 정리하면서 33년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며 엄마, 아내, 며느리.... 지난 8년을 연로 하신 홀 시부님의 병 수발을 들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힘들고 고통을 삭이며 살아온 삶의 보상이 이런 병으로 나타나나? 하는 부정적 생각 등 여러 생각이 나를 붙들고 있었다.
아직 두 애가 결혼도 안했는데 엄마로서 제일 걱정이 되어 전신마취 하는데 방정맞은 생각도 들고 해서 남편에게 걱정하니 아이들이 다 크고 했으니 걱정할 것 없다는 무정한 말로 답 하니 과민해진 내 마음은 쓸쓸하고 서글펐다. 사실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는데...또한 자신을 위해 보험 하나 안 들어 논 난 투정하듯 “남들은 몇 개씩 보험을 들었다는데 날 위해 아무 보험도 들지 않은 날 탓할 수밖에 없지 뭘”하고 말 하니 남편 왈 “내가 당신 보험이잖아”하는 말로 반전시켜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한 달이 지나고 입원 다음날 아침 7시에 수술시간이 잡혀 6시에 일어나 준비하라고 인턴의사가 입원실에 와 지시했다. 막상 입원하니 오히려 담담해져 성경구절을 외우며 안정되고 차분한마음이 되었다. 남편과 세 자녀에게 유서를 썼고 89세 친정 노모가 계시기에 내 형제자매에게도 간단하게 유서를 써놓았다.
결혼안한 작은딸에게 엄마가 수술하다 비상사태가 생기면 써 논 유서를 보라고 부탁 했다. 수술 전 날밤, 다음날 아침 일찍 수술을 위해 잠을 청했다.
어렴풋이 잠들려 비몽사몽한 눈에 입원실 문을 열고 흰 소복한 여인이 저승사자처럼 우뚝 서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흰 가운을 입은 인턴 여의사가 밤 12시에 수술 동의서에 싸인 땜에 온 것 이였다. 낼 아침 일찍 수술 받는 환자한테 너무 배려 없는 시간에 온 여의사, 얼마나 시간이 없고 바쁘면 꼭 밤 12시에 왔을까? 이해하기로 했다. 그 덕에 잠 한숨 못자고 밤을 홀딱 샜다.
새벽 6시에 준비하고 있으니 6시30분에 남자 2명이 이동침대로 날 실러 왔다. 그 침대에 누우라고 하는데 난 “앉아서 가면 안 될까요?”하니 인심 좋게 그러라고 했다.
맨몸에 환자복만 걸친 온몸에 한기가 들면서 추웠다. 긴 복도를 지나면서 내가 평소 좋아했던 성경구절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해(害)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말씀을 읊조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넓은 강당 같은 곳에 첫 번째로 도착했다. 이곳은 수술 전 기다리는 차디찬 공기가 찬 넓은 공간에 저장 냉장실에 물건을 저장하듯 수술할 환자들이 이동침대에 누워 계속 실려 들어왔다. 수술할 환자 몇 십 명이 차례로 들어오는 광경을 앉아서 구경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계속 들어오는데 어떤 아낙은 강당이 울리도록 크게 울었다.
어떤 어린아이도 엄마를 찾으며 울어대니 엄마를 들어오라 한다. 30분쯤 지나니 다 들어찼고 수술할 전공의사가 와 수술실로 가야한다 길래 며칠 전 대전 모 병원에서 유방암과 갑상선암 환자를 바꿔서 수술한 사건이 방송에 보도 되었기에 노파심에서 “선생님! 전 어딜 수술 하나요?”물으니 옅은 미소를 띠고 차트를 보며“갑상선이네요”하 길래 안심하면서 수술실로 향했다.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수술실 침대위에 거창하게 달린 둥근 조명 전등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지만 이미 내 몸은 내 것이 아닌 체로
의사들의 손에 맡겨져 마취로 잠들었다. 2시간쯤 지났을까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느껴지면서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오며 조금씩 정신이 들어 생각이 돌아오면서 반사적으로 내 손은 가슴을 만져 잘 있나 확인하고 안심했다. 할레루야! ‘네가 물 가운데 지날 때 강을 건널 때 너를 침몰치 못 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행 할 때도 타지 아니 할 것이며 불꽃이 너를 사르지 못하리니’...라는 성경구절이 생각났다.
입원실로 옮겨져 두 딸이 피 범벅된 웃옷을 갈아 입혀주었다. 말을 하려니 목이 아프면서 말이 안 나왔다. 목은 붕대로 감싸있었고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되어 침대위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린 일상적으로 말을 하며 지내는 일이 당연한 생각을 했는데 자기표현을 말 못 하는 일이 얼마나 갑갑한 일인지 체험하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 많은 생각이 오 갔다. 25세에 결혼하여 평범한 삶속에서 세 자녀 놓고 기르며 맏며느리로서 시댁 섬기며 나름대로 어려운 경험을 하면서 산전수전 겪었다 생각했는데 해마다 돌아오는 긴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하는 3월이면 병원에서의 경험이 그때를 상기하게 된다. 투병하며 수술은 시작에 불과했지만 세상을 다시 보게 되고 겪은 경험만큼 내공이 쌓이는 것처럼 인생의 삶도 달라져 보이는 걸까?
사람은 환경과처지에 따라 연약 할 수밖에 없는 존재요, 내가 당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일에 대한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없고 동감할 수 없는 둔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고통과 기쁨의 강도가 기억의 원근법이 작용 돼야 하는데 특별한 경험인지 가까운 것처럼 크게 짙게 다가오는 3월이다. 중한병도, 불행도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와 거부할 수도, 돼 돌리 수 없어 받아드리며 순응하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 싶다. 머지않아 이봄도 지나가는 것처럼 우리네 삶의 일상의 병의 고통도 여러 가지 고난과 시련도 지나가게 되는데 받아드리는 반응과 태도에 따라 인생의 빛이 되기도 하고 절망의 나락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인생의 삶속에서 눈물, 고통, 질병, 고난, 시련, 등이 없다면 아름다운성품, 인격, 겸허함, 자기성찰, 등 인생의 깊이 넓이를... 더 나아가 영혼 깊은 곳의 아름다운 보석을 볼 수가 있을까? 그래서 대 문호인
세익스피어가 “경험이란 헤 알리 수 없는 값을 치룬 보물이다.” 라고 했나 보다.
인생의 삶이란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영풍파랑’(迎風波浪) 이란 말처럼 바람과 부딪치며 파도를 헤쳐 나가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최화경   12-05-14 23:42
    
새 홈피로 이사오게 되어 다시 올렸습니다.
새롭게 시작하신 수필반에서 아름답고 풍성한 결실을 맺으시길 바랍니다.
어려운 일을 겪으셨으니 다시 얻은 인생처럼 후회없이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신앙심이 좋으셔서 많은 귀감이 되십니다.
그리고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화이팅!!!
김화순   12-05-19 21:27
    
고생 하셨네요 .  감동적이였습니다  잘읽었습니다 . 앞으로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하다교   12-05-25 22:11
    
힘든사황에도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는 모습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 인사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글을 발표하실때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순수하시고 단아하심이 인상적이었어요
반갑습니다. 수요반에 함께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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