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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석은 자의 반성문    
글쓴이 : 일산김정희    12-08-03 16:34    조회 : 6,181
  “선생님 , 어제 우리 엄마랑 아빠가요...” “선생님, 우리 집 강아지 몽이가요....”
  “선생님....” “선생님....“
  병아리 같은 아이들은 자기를 보아 달라고 코 앞에 딱 붙어 미주알고주알 종알거린다.
  ‘, 피곤해!’
  오랜 경력의 교사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장단을 쳐주지만 머리 속으로는 다음 시간을 정리하고 있다. 나쁜 직업병이다, 아이들에게 집중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본인은 점점 다른 사람들은 모르게 산만해지는. 그런 교사로서의 오랜 경력을 가진 내가 아버지에 관한 글을 잘 써서 당신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이 강의실에서 용감하게 선택한 자리는 앞자리, 그것도 선생님과 시선이 제일 먼저 마주치는 자리였음은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이야기 해보세요, 어떻게 보셨어요?” 자고로 학생 입장에서 재미있는, 교사 입장에서 만족스런,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간이 휘리릭 잘 가는 수업은 되는 말이든 안되는 말이든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수업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인 강의실의 자리는 그만 덫이 되었다. 선생님께서 이야기 해 보세요하시며 마주친 시선이 나를 지적하신 것 같았고 또 내 교직 경력이 이러했기에라는 핑계로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고 마녀 주문에 걸린 듯 주절주절 떠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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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도 한번 넘어보세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내 아이들, 그러니까 내가 가르치던 우리 반 아이들은 뜀틀 수업에 있어서는 100% 수업 목표를 달성하였다한 단만 더 높여주세요, 한단만 더... 한번 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더 높은 단계의 도전을 원했고 학년 수업 목표를 훌쩍 뛰어넘으며 희열을 느꼈었다.
  내 삶에 있어서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면 뜀틀을 넘어야 학점을 받을 수 있었던 교대의 '체육 실기'란 수업이 유일한 것 같다. 그러나 그 학점은  졸업을 하고 교사 자격증을 받는 필수 이수 학점이었기에 결코 포기 할 수 없었던 수업이었다모든 친구들이 체력장에서 특급을 받던 중고교 시절에서도 운동 신경이란 눈꼽만치도 없기에 전교에서 손가락에 꼽는 2급으로 대만족을 해야 했던 내게, 뜀틀이라니..... 그런 나를 역사적 아픔인 광주 민주화 운동이 살려 주었다학교는 휴교령이 내려 졌고 실기 수업은 리포트 제출이라는 방법으로 대치되어 교대 역사상 거의 유일하게 뜀틀을 넘지 않고 졸업학점을 받았던 학번이 되었다.
  그런 내게 아이들이 도전장을 내보인 것이다이럴 경우를 당했을 때 솔직함만이 또 다른 도전에 대한 뒤탈 없는 수비임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승리자들에게 애처로운 모습으로 그리고 확신을 갖고 방어를 했다.
  “선생님은 뜀틀 못 넘어, 지금까지 한번도 넘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되어서 못 넘는가는 알기에 너희들을 가르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결코 솔직하지는 않았다. 경험이 없었기에 발판을 차고 올라 착지 할 때까지의 자유로움을 난 절대로 알 수 없었다.
 
  수필반 선생님, 그리고 선배님.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쓴다는 것, 발표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전혀 모르고 주저리주저리 떠든 제 모습에서 날아올랐을 때의 자유로움으로 행복했을 아이들의 가슴은 모르고 단지 내 목표 달성을 했다고 기뻐한 과거의 제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어리고 어린 짓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용감하게 잡은 '선생님과 시선이 마주치는  내 자리'  발목을 잡아, 그리고 무언가 이야기를 해서 서툰 생각이라도 주고 받아 흥미로운 분위기로 가고 싶어 '생각 없이 떠들었음'이 막상 글을 쓰려니 제 앞의 아득한 허방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목표가 있기에 포기 하지 못하고 참으로 어리고 어리고 어리다 한탄하고 한숨을 쉬며 글을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이순선   12-08-04 01:17
    
정희씨 제가 처음 인사할때부터 이런 상큼한 글이 나올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쓰지못한 글을 써주시니 넘감사해요. 
서툰 생각이라도 주고 받아 흥미로운 분위기로 가고 싶어 생각없이 떠들었음
제가 그랬어요. 교실이 넘조용해서 생각없이 떠들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때는 저혼자 떠든것같아 집으로 돌아 오는길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습관이 돼서 이젠 마구 떠들어요 이젠 그러지 말아야 되겠다 싶어요.
저도 아이들을 몇년동안 가르친적이 있는데...
정희씨처럼  사랑스런 이가 일산반에 들어와 저는 또 용기가 나요.
지황, 성희, 정미, 정선, 윤정,소영 또 올사람 있어요. 미국여행중인 은숙씨! 
우리반이 이 무더운 여름에 또래의 소낙비 같은 그대들이 있기에 덥지 않답니다.
그리고 보니 모두 소낙비 주인공같기도 하고 그대들 넘 부러워요!
글  넘 잘썼어요. 그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리는듯.
사랑해요^^정희씨 두번째 글도 넘 좋답니다.
김성희   12-08-05 14:19
    
상큼한 목소리만큼이나 글도 상큼합니다.
우리에게는 늘 용기가 따르죠. 특히 이교실에서요.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일부터 불안을 떨쳐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전 일년 가까이 침묵으로 일관했어요. 아마 두려움이 컸겠죠.
그 두려움을 뒤로하고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어요.
아마도 이 교실에 함께하는 샘들의 응원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서로 용기 주면서 함께 가자구요. 화이팅!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안정연   12-08-05 23:25
    
김정희선생님! 그 발랄함과 똑소리 날만큼 상큼한 상황 전개가
새롭게 돋보입니다.
틀림없이 좋은 글 많이 쓰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교수님의 깊으신  가 르치심에 힘 입으시어 열심히 쓰시옵소서.
아자아자 하이팅!
오윤정   12-08-07 14:03
    
재치가 돋보입니다.
경험에 의한 독특한 시선과 문체
앞으로 재미난 글 많이 보여주실 것 같다는 예감.
기대 많이 하겠습니다.
임매자   12-08-08 11:55
    
우리의 현실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사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교사 생활을 거친 그대의 그 솔직한 글이
참 마음에 와 닿는 군요.

김정희씨의 글을 보노라니
아이가 셋이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르는 군요.
저녁에 퇴근하면 세 아이들은 한꺼번에
자기말 부터 들으라고 야단입니다.


내 머리속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건성으로 대답은 하면서도 머리 속엔 집안일
먼저 챙기던 일이 떠오르네요.


그것도 나쁜 직업병이겠지요.
웃음이 돋게 하는 솔직한 글에
많은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화이팅 하십시다 정희씨....
한지황   12-08-09 18:40
    
저의 짝꿍 김정희님의 자기소개서, 환영합니다.
첫날부터 시선을 끌던 개성이  글에도 절 나타나 있네요.
늦게 합류하셨음에도 날카로운 합평 실력등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가
 일산반의 든든한 몫임을 의심치 않게 합니다.
뜀틀하면 저도 겁부터 먹고 영 하기싫었던 추억이 있지요.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행동에 미치는 결정적인 증거였지요.
이제 첫발자욱을 내디신 만큼 계획하신 아버지에 관한 글까지 순조로운 활동 기대합니다.
일산김정희   12-08-11 08:26
    
더위가 '푹'하고 꺽이고 말았습니다.
흥미진진한 더위 덕분에 전투 태세를 강화하고 있었는데
가는 세월에는 인간도 자연도 어쩔 수 없나봅니다.
선생님들의 댓글 감사하고 그저 예쁘게 봐주신 것은 더욱 감사드립니다.
참, 한지황님 어제 올림픽 리듬체조를 보고 있는데 외국의 어떤 선수가 '라벤더의 여인'이라는 음악을 사용했더군요.
주의 깊게 음악을 들었습니다.
감미롭기는 하지만 돌아올 수 없는 세월에 관한 아련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게 님이 말씀하신 영화의 주제 음악인지는.....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님의 글이 아니었으면 흘러가는 배경음악으로 듣고 말았을텐데
'라벤더의 여인들'이라는 글로 청각까지 동원하며 볼 수 있게 하여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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