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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기    
글쓴이 : 김현주    24-04-04 19:21    조회 : 2,575
달리기 

금현주

  겨우내 유튜브 운동 채널을 보면서 가벼운 덤벨 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몸이 굳지 않을 정도로만 꾸준히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먹는 것과 빵 굽는 걸 좋아하는 내 몸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슬픈 현실. 최근 몇 달간 무거워진 몸을 겨울 되기 전의 몸까지만 돌려놓고 싶었다. 그래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달리기에 좋은 계절이 다가왔다. 목표했던 감량의 반만큼만 성공한 상태라 망설여지지만 내 튼튼한(?) 다리를 믿고 달려보기로 했다. 딱 4개월 만이다. 아침부터 설렜다. 아이들도 개학하고 등교를 시작해서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아침 스트레칭을 마치고 한동안 제구실 못해 울상인 러닝화를 꺼내 신었다. 핸드폰의 러닝 앱을 켜고 변함없이 5km로 목표 설정을 하고 탄천을 향해 달렸다. 

 

  반갑게도 그대로다. 달릴 때 숨이 차는 정도와 속도도, 쌀쌀한 날씨에 꼭 나오는 콧물도, 중간에 그만 달리고 싶은 내적 갈등도, 가끔 마주치는 맨발 '러너' 할아버지의 반가운 손인사도, 탄천의 풀과 나무, 물고기들도 하늘과 공기도 어제 달렸던 것 마냥 그대로라 고마웠다. 이제 하루가 다르게 봄을 알리는 새싹이 올라오고 꽃들이 하나 둘 필 것이다. 매번 같은 코스를 달려 지루하지 않을까 싶지만 달려보면 안다. 그날그날 모두 다른 영상이 흐른다는 것을.

 

  7년 전 운동에 진심인 남편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려도 좋으니 멈추지 않고 달려보기로 했다. 거뜬히 30분 이상 달려졌다, 그 뒤로 달리다 말다 달리다를 반복했지만 길게 보면 꾸준히 달린 셈이었다. 달리기는 시간과 장소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다. 여타 운동에 비해 돈이 적게 들어 가성비도 좋다. 자본의 힘이 느껴지지 않은 운동이다.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적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른 새벽시간에 달리고 나서의 뿌듯함은 하루의 에너지가 되어 집안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기운을 전해줄 수 있다. 이렇듯 나에게 달리기는 비타민이다. 

 

  누군가는 더 빨리 더 멀리 달려보라고, 마라톤에도 나가보라고 한다. 몇 년째 비슷한 속도와 거리가 답답한 모양이다. 언젠가 그런 마음이 생기면 하겠지만 지금은 달리고 싶을 때 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니다. 큰 꿈을 꾸는 것보다 작은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달리기는 꾸준히 오래 즐기면서 하고 싶을 뿐이다. 한때 달리는 사람이 멋있고 부러웠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달리는 사람이 되었다. 


 오래 달리고 싶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달리고 싶다. 탄천에서 달리는 할아버지는 봤지만 달리는 할머니는 보지 못했다. 물론 다른 동네에는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처럼만 꾸준히 달리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언젠가 몸이 아파 달릴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사실 난 걷는 것도 좋아한다. 뛰지 못하면 걸으면 될 일이다. 오래된 골목 걷는 건 또 얼마나 재밌는 일인가? 이렇게 말랑하고 유연한 생각이 좋다. 열린 마음이 좋다. 

 

 오랜만에 달리다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가 있었다. 

'하프마라톤 정도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다'라고.


최성희   24-07-08 17:47
    
가슴이 뛸 때 하프마라톤 꼭 뛰어보세요
  그마저도 하기 싫은 날이 오기전에요~^^
  현주선생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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