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서청자
샤워를 하고 있다. 새 찬 물줄기가 온 몸을 두드리며 휘감는다. 보이지 않는 잔잔한 물 알갱이들은 물안개를 만든다. 작은 공간은 금방 뽀얗게 안개에 휩싸 인다. 거울은 작은 물 알갱이를 맞이하며 뽀얗게 얼굴을 가린다.
부끄러워 내 몸을 볼 수 없어서 인가.
현관을 나가기 전, 긴 거울이 마루에 걸려 나를 맞이한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얼굴을 다독이고 옷을 매만지며 거울을 본다. 내 모습을 바라보는 거울속의 내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걱정 어린 딸의 얼굴과 겹친다.
세상의 소용돌이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을, 나에게는 오지 않는다고 믿고 사는 사람들, 백지처럼 하얀 마음으로 의심 없이 인사동에 있는 가게 계약을 했다고 한다. 가게를 확인하는 중 이중계약을 한 사기에 걸려든 것이다. 분당에서 큰 유치원을 운영하다 쉬고 싶다더니 취미에 맞는 액세서리를 해 보고 싶었나 보다. 사람을 두고 편히 하려했으니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경고를 받은 셈이다. 못하게 말린 엄마 말을 듣지 않아 말 못하더니, 급할 땐 부모인가보다.
“엄마, 어떡해” 항상 큰일이 생기면 함께 처리하는 나였지만 이젠 조금 지친다. 나이 탓인가. 항상 나에게 자신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던 거울 속 내 모습도 오늘은 뿌옇게 보인다. 나쁜 일에 충격 받았나 보다. 누구에게 말 못하고, 올바른 행복의 길을 인도해야할 엄마의 마음이 무겁다. 판단의 길이 헷갈린다. 너무 곱게만 키워 세상물정을 모르는 딸아이. 이번 일이 인생의 디딤돌이 되어 성장의 계기가 되기를 빌어본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자생력을 만드는 힘을 가지길 기도해 본다.
딸에게 가야겠다. 내 마음은 벌써 문밖에 나가 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빨리 가자고 재촉 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딸이라 걱정했으나 역시 착하고 현명하게, 법으로 대처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마음을, 하늘이 도와 잘 해결되었다.
“젊은 사람을 나쁘게 고소하면 어떡해, 돈만 받으면 되지” 하는 딸의 마음이 고맙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모습과 마음의 무게를 혼자 감내해야한다.
모든 삶의 행로에서 얽히고, 시린, 아픈 상처를 혼자 바라보며 삶의 길을 간다.
‘이젠 우리 딸도 혼자 감내하는 힘이 있겠지?’ 거울 속 나에게 물어 본다.
거울은, 내 마음을 볼 수 없게 겉치장을 비추며 마음속을 덮어버린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속을 본다.
삶의 진리도 함께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