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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 택시 기사    
글쓴이 : 장묘천    20-04-03 20:31    조회 : 1,162
   두바이 택시 기사.hwp (17.5K) [0] DATE : 2020-04-03 20:31:37

 

                    두바이 택시 기사

 

                                                                                                                                        장묘천

 

  궁금했다. 아부다비에 거주하는 우리에게는 두바이 여행이 특별할 것도 없다. 하지만  남편이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는 계획이 무엇일까?

  두바이에 착한 첫날이었다. 잔뜩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로비로 내려갔다. 도어맨에게 크루즈 투어 바코드가 찍힌 예약서를 보여주었다.

  그는 위치를 확인한 후 입술을 모아 휙 소리를 내며 건너편을 향하여 손짓했다. 택시가 정문 앞에 도착하자 운전기사에 행선지를 알려주었다.

  나는 차를 타며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기사는 살짝 굳어진 등짝만 움찔거렸다. 호텔 정문을 비켜난 그는 차를 세우고 한참 동안 꾸물거렸다. “길 모르면 내릴까요?”라고 묻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기사는 시동을 걸었다. 차도 주인을 닮았는지 가다가 멈추기를 여러 번 되풀이했다. 호텔 불빛은 차츰 멀어지고 주위는 어둠이 깔렸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마음이 콩닥거렸다.

  택시가 차도로 접어들었을 때 크루즈 상호를 찾기 위해 창문을 내렸다. 순식간에 열기가 덮쳐 안경알이 뿌옇게 변했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모래바람이 회오리처럼 일어 먼지 기둥만 보였다. 허우적거리는 마음으로 두리번거렸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이십 분쯤 지났을까 그가 목적지라며 차를 세웠다. 위치를 분간할 수 없는 우리는 요금을 넉넉하게 줄 테니 선착장에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왕방울 눈으로 목을 쭉 빼고 살피던 나는 바토 두바이를 가르키며 저기요 저기!”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불만스러운 표정을 걷어내지 못한 그는 휭하니 지나쳐 버렸다. 나는 매몰차게 불쾌감을 드러냈고 차는 찍 하고 저만치 미끄러졌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그의 표정도 붉으락푸르락했다. 기분을 송두리째 망친 나는 20디르함 지폐 한 장을 던지듯이 건네고 차에서 내렸다.  

  축축한 기분으로 선상에 올랐다, 카메라 맨은 승객을 유치원생처럼 줄을 세우고 차례대로 사진을 찍었다. 선실 입구에는 여러 명의 웨이터들이 있었다. 그중 웨이터 폴이 사진을 찍고 나온 우리를 안내했다. 무한리필인 음료수와는 반대로 콩알만큼씩 나오는 즉석요리는 젓가락질 두 번이면 바닥을 드러냈다.

  통유리로 된 실내는 갑갑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걸어 나갔다. 뒷문을 살며시 밀었다. ‘출입금지가 적힌 빨간 글씨가 보였고 굵은 밧줄을 쳐 놓았다.

 특별히 크루즈 투어를 준비한 남편에게는 미안했지만, 초점 잃은 눈동자를 굴리는 나는 어항 속의 물고기 신세가 되어 지루한 시간을 메꾸고 있었다.

  배가 떠난 자리로 되돌아왔을 때는 오후 11시였다. 택시를 빨리 잡기위해  일등으로 나왔다. 선착장에는 한 무리의 운전사들이 웅성거리며 서 있었다. 그들은 다가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남편이 반가운 표정으로 호텔 명함을 보여주었지만 하나같이 모른다며 발길을 돌렸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차도로 걸어 나갔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칠 때마다 손을 번쩍 들어 올렸지만, 휭하니 지나갔다. ‘길거리에서 날밤을 새워야 하나?’ 아침에 들뜬 기분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발코를 땅바닥에 툭툭 쳤다. 밤공기가 싸늘하게 느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였다. 하얀빛이 일직선으로 쫙 비쳤다.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다급하게 흔들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택시를 탈 수 있었던 우리는 길을 모른다.’는 것은 장거리 손님을 태우기 위한 거절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음 날이었다. 대형 관광버스 주변에는 다양한 피부색으로 시끌벅적했다. 남편과 나는 조심스럽게 차에 올라 앞쪽 좌석에 앉았다. 투어는 알 바스타키아를 시작으로 오후 10시에 마치는 코스였다. 박물관, 스파이시 수크와 전통시장 메디나를 거쳐 라메르 해변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우르르 내렸지만, 우리는 그대로 앉아있었다. 창문 너머로 눈길을 돌리니 수평선 위로 파란 물결이 출렁거렸다.

 자유시간 20분이 끝났다. 벌겋게 익은 얼굴들은 얼음물을 손에 들고 하나둘 버스로 올라왔다. 에어컨에서 뿜어내는 더운 공기와 사람들의 땀 냄새가 뒤범벅되었다. 첫날부터 멍든 기분은 여전히 눅눅했고 우리는 두바이 쇼핑몰을 가기 전에 도중하차했다.

  택시를 잡기 위해 강렬한 햇빛 속에서 헉헉거렸다. 얼마쯤 지났을까? 저만치 뒤따라오던 남편은 차를 세워놓고 나를 불렀다. 첫날에 불쾌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타지 말고 기다려라는 손짓을 연거푸 했다. 다급한 마음으로 뒤뚱거리며 다가선 나는 조수석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해상호텔을 아느냐고 묻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우리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그는 말없이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주었다. 남편은 호탕한 웃음을 날리며 그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바이에서 십 년째 일한다는 기사는 나는 아직도 집이 없어요. 휴가를 갔다 올 때면 아내가 울고 노모가 울고 아들이 웁니다.”라고 말을 던졌다. 5 개월만 더 일하면 방글라데시로 돌아간다는 그는 본국에서는 일거리가 없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굴곡진 삶의 표면 위로 재회의 기쁨이 반짝거렸다.

  아빠라고 울부짖으며 엉겨 붙는 일곱 살이 된 그의 아들과 5개월이 된 딸, 그리고 밥벌이를 위해 자식을 보내야 하는 노모의 눈물이 그려져 코끝이 찡했다.

  택시 미터기에는 38디르함(12,000)이라는 숫자를 표시하고 있었다. 남편이 지갑에서 50디르함 (16,000) 지폐 한 장을 꺼내서 나에게 건넸다. 나는 열심히 사는 그에게 무엇인가를 더 주고 싶어 가방 속을 이리저리 뒤졌다. 하지만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는 천연 비타민 C 두 봉지뿐이었다.

이것 피곤할 때 물에 타서 드세요. 건강이 최고이니 밥 잘 챙겨 드시고요.”라며 그에게 건넸다. 그는 다른 젊은이들처럼 앉아서 댕규라고 말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내가 앉은 쪽의 뒷문을 열어주었다. 남편은 모하메드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어깨를 다독거리며 굿럭 (Good luck)이라고  행운을 빌어 주었다.

모하메드 기사와의 만남으로 여름 날씨 같았던 기분은 비 갠 하늘처럼 상큼해졌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는 타인의 반응에 너무 예민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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