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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본색(英雄本色), 내 인생영화    
글쓴이 : 문제원    20-06-05 10:53    조회 : 884

영웅본색(英雄本色), 내 인생영화

 

문제원

  최근에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Avengers):엔드게임(Endgame)’을 보고 온 아들이 영화 시리즈에서 아이언 맨(Iron Man)이었던 ‘토니 스타크’가 영화에서 죽었다면서 폭풍 오열을 하는 것이었다. 어려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 상자에서 아이언 맨을 다시 꺼내어 침대 맡에 진열해 놓는가 하면, 핸드폰 카카오 톡(kakao talk) 배경 사진으로 토니를 올려놓았다. 그냥 영화에서 죽었을 뿐인데 뭘 그렇게 슬퍼하냐고 건조하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빠는 모른단다. 어려서부터 아이언 맨은 자기의 우상이었다고. 그런 그가 이제 죽어서 더 이상 볼 수가 없는데 슬퍼서 미치겠다며 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난 다시 영화 일 뿐인데 뭘 그리 감정이입을 하냐고 빈정대다가,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뭐하는 짓이냐며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 14살인 아들이 지금 내 나이 40대 후반 쯤 되면, 아이언 맨을 비롯한 마블(Marvel)이 나오는 영화를 제일 먼저 떠 올릴 것 같다. 내게 인생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주저함 없이 주 윤발 주연의 홍콩영화 ‘영웅본색(英雄本色)(1986)’이라고 말하겠다. 지금의 아들 나이였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홍콩영화와 배우 주 윤발, 장 국영, 유 덕화를 좋아했고, ‘천녀유혼(倩女幽魂)'의 왕 조현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누나로 여겼다. 당시 홍콩 판 뱀파이어(vampire)인 강시(殭屍) 영화와 홍금 보, 성룡의 코미디 액션영화까지. 그 당시 주말이면 홍콩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줄을 섰으며, 무술 장면을 동경하여 흉내 내곤 했었다.

 

 지금은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80년대 우리나라는 홍콩 문화, 특히 홍콩 영화의 인기가 최고였다. 아마도 지금 전 세계 한류 팬들은 K-pop,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내가 그 시절 홍콩 영화에서 느꼈던 그런 느낌을 가질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해 보았기에 그들의 맘을 짐작할 수 있다. 내 나이 연령, 40대 후반 전후의 남자들은 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우리 다음 세대인 지금의 40대 초반 세대는 일본 문화의 영향이 거셌다. '드래곤 볼(Dragon Ball)' 같은 일본 만화와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 ‘월령공주’와 ‘붉은 돼지’ 같은 애니메이션에 열광을 한 세대였다. 그러고 보면 문화도 돌고 돈다.

 

 옛 생각을 하면서 아들에게 아빠도 너 나이 때 기억에 남는 인생영화가 있었다고. 넌 아마 들어보지 못했겠지만 영웅본색이라는 영화였다고 얘기해 주었다. 동갑인 아내도 맞장구를 쳐주더니 아예 PC에서 영화를 다운 받아가지고 왔다. 수 십년 만에 아들과 함께 내 인생 영화를 다시 보았다. 당시 홍콩영화사의 로고가 반가웠으며, 주인공들의 얼굴이 나올 때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설레고 몰입하였다. 주윤발이 이쑤시개를 입에 문채로 배신자들에게 쏘아대던 그 권총 씬.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몰입해서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저 영화가 아빠의 인생영화냐면서 그럴 만하겠다며 인정을 해 준다. 역시 이야기가 힘이 있으면 세대를 가르지 않고 좋아한다. 유덕화의 ‘천장지구(天長地久)‘, 왕조현의 ’천녀유혼(倩女幽魂)‘과 양조위의 ’중경삼림(重慶森林)'까지 내 청춘의 영화를 아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마침 칸 영화제에서 봉 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란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칸 영화제의 대상인 황금종려상은 한국 영화사상 처음이라고 한다니 대단한 성취다.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나서 재능 있는 감독이 세상에 나타났다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옛날 홍콩, 허리우드 영화와 팝송을 동경했던 우리 예술계가 어느 덧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영화와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우리의 경제적 성취보다도 문화 콘텐츠로 전 세계인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

 

 얼마 전 나의 우상이었던 주 윤발의 근황을 소개한 TV 프로그램을 보았다. 윤발이 형님은 엄청난 부자임에도 평범한 홍콩 시민으로 너무나도 검소하게 살고 있었다. 재산은 모두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시다고 한다.

 

역시 우리 윤발이 형님은 멋지다. 한번 따거(大哥, dage)는 영원한 따거다.(2019.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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