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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글쓴이 : 문제원    20-07-01 23:05    조회 : 1,025
   (2020.6.21.)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hwp (28.5K) [1] DATE : 2020-07-05 11:39:03

호환(虎患), 마마(媽媽)보다 더 무서운

 

문제원

 

인도에서 사람을 두 명이나 물어 죽였다는 호랑이를 풀어 줬으나, 다시 주택가를 배회하다가 붙잡혔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호랑이는 우리에 갇혀서 남은 생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사람 두 명의 목숨보다 호랑이 한 마리의 목숨이 더 귀하다는 것인지 기사만 봐서는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짐작으로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라 불리는 ‘달리트(Dalit)'나 ’수드라(Sudra)' 같은 하층 계급의 사람이 희생되었을 것 같았다.

 

이 기사를 보다가 갑자기 ‘호환 마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호환(虎患)’은 호랑이, ‘마마(媽媽)’는 감염병과 관련이 있으니, 지금의 ‘코로나19(COVID19)’와 연결해 보면 괜찮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글감을 놓치지 않으려 바로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했다. ‘호환’이란 말 그대로 호랑이에게 화(禍)를 당한다는 뜻이다. 조선 시대의 기록에 의하면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거나, 호랑이가 민가에 내려와 가축을 물어 죽이는 피해가 잦았다고 한다. 호랑이가 얼마나 두려웠으면 ‘호환’이라는 말이 생겼을 것인가.

 

‘마마’라는 단어는 더 재미있다. 이 단어는 ‘벼슬아치의 첩을 높여 부르는 말’ 또는 ‘천연두를 일상적으로 부르는 말’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지만, 그 외에도 ‘상감마마, 왕비마마’라고 쓸 때처럼 최고 높임말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백성들에게 ‘마마’는 보통 ‘천연두’라는 감염병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감염병은 걸리면 죽을 수밖에 없어서 상감마마, 왕비 마마를 부르는 것처럼 극존칭으로 높여 부르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민초(民草)들의 염원에서 기원한 말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다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이라는 표현이었다. 이어 예기(禮記)의 한 구절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무섭다(孔子 曰 君子知矣 苛政猛於虎)”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이 고사에 얽힌 얘기는 다음과 같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의 어느 산기슭을 지나고 있었다. 한 여자가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가 왜 울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여자는 “처음에는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돌아가시더니, 다음에는 남편이 죽었고, 이번에는 자식이 호랑이에게 잡아 먹혔습니다.” 공자가 다시 물었다. “사정이 그러한데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까?” “이곳에는 가혹한 세금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제자들을 바라보며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니라”라고 하셨다.」 정치의 중요성을 알려 준 말씀이었다.

 

생각은 평범한 국민들에게 감염병과 나쁜 정치 중에 뭐가 더 해로운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르렀는데, 마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는 뉴스 기사가 보였다. ‘코로나19’로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더라도 미국의 경제는 곧 회복될 것이고, 미국과 자신은 잘 대처하고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자기 국민이 십만 명이 넘게 죽었어도,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이 죽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겠구나.”

 

어쩐지 ‘호환 마마’보다 ‘정치’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유럽에서는 실종자를 포함하여 직간접적으로 1억 명가량이, 우리 6·25 전쟁 때에도 적어도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정치가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건 확실했다. 사실 난 코로나로 못 만나던 지인과 오랜만에 만나서 소주를 한잔했다. 끝나고 지하철로 집으로 가는 중이었고, 이 글감을 어떻게 한편의 글로 써볼 수 있을까 이런저런 궁리 중이었다. 환승역에 이르렀을 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니, 지금 수도권에 코로나가 도로 퍼지고 있다는 거 몰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자고 난린데, 지금 어디야?”

 

아내의 전화에 나도 모르게 부동자세가 되었다. 호환 마마고 뭐고, 솔직히 난 우리 집에 있는 ‘왕비마마’가 제일 신경 쓰인다. 가끔은 내가 왜 아내를 무서워하는지 갸우뚱 할 때가 있다. 내 딴에는 딱히 잘 못 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도, ‘마마’님께 정신 교육을 받고 보면 잘못한 것이 꼭 있었다. 이렇게 길든 난 마마님의 목소리와 예리한 눈빛 앞에서 금방 위축된다. “넷. 지금 들어가는 중입니다. 바로 들어갑니다.”

 

집에 계신 마마님에게 잘해야 한다. 이 마마님에게 찍히면 남은 내 삶이 괴로워질 것 같으니까. 아. ‘코로나 마마’님도 존중해 드려야 한다.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서로서로 거리두기도 하면서. 요새 실세 마마님 아니신가? 이분은 우리 인간의 방심과 교만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찾아오신다고 하니. 어쨌든 마마님들 때문에 참 피곤하다.

 

그러나저러나 난 참 한심한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라는 사내는 자기 나라 국민이 십만 명이 넘게 죽었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데, 나는 아내의 작은 눈 흘김에도 움찔하니, 나는 얼마나 작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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