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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결혼식이 아닙니다    
글쓴이 : 오영임    22-05-21 21:44    조회 : 1,462

우리 집 결혼식이 아닙니다

 

                                                                                           오영임

 

어젯밤 쏟아지는 빗줄기에 걱정했는데, 아침엔 가랑비가 내렸다. 예약 시간보다 빠르게 집을 나섰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공수표를 날렸나? 더 일찍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서둘러왔는데···

계단 끄트머리에 앉았다. 대리석의 차가운 기운이 몸을 파고든다.

딸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기르고 보니 행사가 있으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편한 복장으로 참석하면 좋으련만, 부탁하는 동생의 청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여동생의 하나뿐인 아들은 청계천에서 뜀박질하다 대구 색시를 만났다. 같은 취미를 가진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가족 모임에서 신부를 소개하고 모바일 청첩장을 돌렸다. 색시의 고향인 대구에서 예식을 올린다고 했다.

그동안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기대했지만, 오미크론이라는 변이가 더 극성을 부리는 상황이 되어 여기저기서 감염되고 격리하는 조심스러운 시기이지만 행사에 빠질 수는 없었다. 막내 제부는 큰딸과 함께 확진자 되어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다.

며칠 전부터 유튜브를 들여다보며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를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눈치를 알아차렸는지 딸들이 채근했다.

엄마 미용실 예약했어요?”

큰애의 보챔에 갈등하고 있는데 이번엔 작은 딸이

비용 드릴게 예쁘게 하고 와요.”

하면서 예약을 해주었다.

결혼식에는 으레 신부와 신부 어머니의 모습을 비교하게 된다. 신부보다 그의 어머니가 더 돋보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래전 큰아이 결혼식 날, 짙은 화장과 단장한 머리는 나 자신조차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딸아이보다 화려하지 않기를 바랐던 기억이 남아 있다.

환하게 불이 켜지며 미용실 원장이 인사하며 들어섰다.

우리 집 결혼식이 아닙니다. 혼주보다 더 눈에 띄지 않게 해 주세요,”

내 주문에 맞장구치며 빠른 손놀림으로 깔끔한 올림머리를 연출해냈다.

혼자서 어설프게 연습하던 생각에 웃음이 났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다르구나.’

결혼 날짜가 잡히자 여동생은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예식 준비에 바쁘더니, 우리 가족들에겐 한복 착용을 주문했다.

대구까지 가야 하는데 한복을 어찌 입고 간다느냐?”

입고 가도 복잡하고 들고 가도 번거로울 테니 양장 차림으로 하자는 언니의 제안에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반색했지만, 동생은 미안하다면서 거듭 간청했다.

흐린 날씨에 한복 보따리를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했는데, 큰애가 같이 가자며 사위와 함께 집으로 왔다.

토요일 아침, 안양에서 수원역까지의 도로는 차량 정체구간이 많았다.

‘MOS 장가갑니다.’

반짝이는 영상이 설치된 버스에 오르니, 많은 하객이 자리하고 있었다. 멀미를 잘하는 나는 가족들의 배려로 앞자리에 앉았다.

생애 최고의 날을 맞은 신랑 신부의 예쁜 모습을 그려보며, 3시간을 달려 대구에 들어서니 햇살 가득한 금호강변의 정돈된 여유로움이 편안했다. 순백의 목련은 활짝 피어 반갑게 인사하고 양지쪽의 벚꽃도 계절을 노래했다.

주례 없이 진행되는 예식에 신랑이 춤을 추며 입장하여 박수갈채를 받더니, 이어 깊은 절을 하며 자리에 섰다. 예쁜 신부는 멋진 드레스를 입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쉬운 듯 천천히 들어와 신랑과 한자리에 섰다. 신부 아버지의 훈화 같은 덕담 뒤에 곱게 단장한 동생이 단상에 올라 또박또박 차분하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 여기저기서 손수건을 꺼냈다. 축제는 수성호의 풍광을 담아 오색으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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