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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사업    
글쓴이 : 강회정    22-07-03 12:40    조회 : 2,078
   오르락내리락.hwp (32.0K) [0] DATE : 2022-07-03 12:40:57

우울증 사업

                                                                                                                                      강회정

 

 

“언니, 뭐 샀어? 줍줍 했어? 오늘 많이 빠지던데···.”

한 두 달 동안 연락이 뜸했던, 알고 지내던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니, 아직... 사고 싶었는데 총알이 없네. 지난주에 이미 다 써버렸어!”

“어우~언니, 벌써?”

“그러게 말이야. 아! 정말 주식 공부 제대로 해야겠다. 이러니까 개미들이 다 털리는 거야. 그치?”

우리는 그간의 안부보다는 다짜고짜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줍고 줍는다는 ‘줍줍’이니, 자금을 뜻하는 ‘총알’이니 하는 어휘를 쓰면서 말이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 2~3개월은 하루하루가 신나는 신세계였다. 매주 장이 시작되는 월요일을 기다렸고 장이 끝나는 금요일을 아쉬워했다. 전엔 주말에 잠도 늦게까지 자고 아침식사 준비도 느긋하게 했었다. 그런데 주식 투자를 시작한 후부터는 집안 일도 대충하게 되었고 하루 온종일 주식 생각만 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주말에 주식 시장이 열리지 않는 것이 불만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주식을 하게 된 계기는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다.

남편 친구는 “00야, 지금 주식 사 봐. 연말까지 가지고 있으면 몇 천은 벌 수 있어.” 라며 남편에게 권했다고 한다. 나는 이사 갈 때 쓰려고 모아 두었던 돈을 빼서 ‘현대차’와 ‘삼성물산’ 두 종목을 샀다. 현대차는 매달 조금씩 오르며 30% 이상 수익이 나기 시작했지만 삼성물산은 10%에 머물렀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이 대세 상승장인지 뭔지도 모르는 초보자로서는 한 시가 급했다. 나는 두 종목밖에 없는데 내게 없는 다른 종목들은 계속 오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좋은 종목을 샀으니 연말까지 가지고 가 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몇 달도 못 기다릴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타이밍을 놓치면 수익을 못 보거나 원금마저도 잃을 것 같은 불안감마저 생겼다. 그래서 종목을 분산하기로 했다. 먼저 시가 총액이 큰 순서로 코스피 우량주를 샀다.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호텔신라, 셀트리온 등등. 그 중 셀트리온은 동네 언니가 좋다고 하며 사길래 덩달아 산 종목이었다.

작년 1년을 결산해 보니 30%의 수익이 났다. 남들에 비하면 저조한 수익이었지만 내가 뭔가 해낸 것 같아서 나름 뿌듯했다. 그래서 올해엔 자신감이 생겨서 남편 월급까지 매달 넣어 주식을 샀다. 너무나 행복했고 중간에 주가가 빠질 때도 ‘기다리면 곧 오르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버티게 되었다. 가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돈 벌기가 쉽나? 이 정도 스트레스는 감수해야지. 후후훗! 긍정론자가 돈을 더 많이 번데’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곤 했다.

 

주식투자를 하고 난 후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말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황소도(상승론자) 돈을 벌고 곰도(하락론자) 돈을 버는데 돼지는 돈을 못 번다 ’라는 말이 있다. 탐욕스런 돼지는 요리조리 급등주 갈아타기 하다가 깡통찬다는 말이다.

‘주린이’ 라는 신조어도 알았다. 일명 주식 어린이란 뜻으로 ‘초보자’를 말한다.

주린이는 주가가 떨어지면 팔아야 할 자리에서 팔지 못해 ‘비자발적 장기투자’ 를 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식에게 물려 주겠다는 식으로 전락(?) 한다고 한다.

올 해 수익률을 계산해보니 작년에 벌었던 만큼 다 까먹었다. 분한 마음에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내가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얼만데 ····. 정보를 놓칠세라 하루에도 10~20편씩 유튜브로 주식 방송을 계속 봤다. 집안일 할 때도 설거지 할 때도 마트에 가서 장 볼 때도. 병원을 오가는 길에도 계속 이어폰을 끼고 다녔다. 귀가 아프고 빨갛게 달아 오를 때까지 공을 들였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허망해졌고 곧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2 년 동안 난 무얼 한 걸까? 우량주를 산 걸까? 아니면 장기투자를 한 걸까? 그도 아니면 급등주를 쫓아 다닌 걸까?

작년 연말, 마지막으로 산 주식이 ‘오스템임플란트’ 였다. 설상가상이었다. 고령화시대에 가장 필요한 의료기기 중 하나가 임플란트라고 강추한 종목이었다. 그런데 산 지 며칠 후, 그 회사 직원이 거액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곧바로 거래정지 발표가 났고,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순간 정신이 멍해졌고 가수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 노래가 생각났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울고 싶어질 날’이 올 줄이야! 참담한 뉴스를 접하게 된 그 날 아침도 남편과 커피를 마시면서 뉴스를 보던 참이었다. ‘나도 저 주식 갖고 있어’ 라고 말할까 망설이다가 커피잔을 들고 슬그머니 거실로 나왔다.

“요즘 주식 잘 하고 있지?” 라는 남편의 말에 내 마음은 타버린 삼겹살처럼 쪼그라들고 딱딱해졌다.

 

개인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왜 수익을 내지 못했을까?

주식투자란 좋은 기업에 투자해서 그 성과를 기업과 함께 나누는 일이다. 그런데 기업이 성장해 갈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그저 이익만을 남기려 했고 남이 던져주는 물고기를 받아 먹으려고만 애를 썼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 공부하고 체득해야 진정한 내 것이 되는데 말이다. 요즘엔 주린이를 위한 책도 많이 나와 있고, 바쁜 직장인을 위한 유튜브 강의도 많다.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각자 활용하기 나름이다.

다시 제자리.

주식 책을 펴고, 유튜브 강의도 1강부터. 잠시 쉬는 사이 다른 유튜브 채널이 궁금해졌다. 중절모가 꽤나 잘 어울리는 한 노신사가 눈에 띈다. 그 분은 젊어서 깡통을 여러 번 차고 바닥까지 추락했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험 세일즈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수 십 억대의 자산가가 되었다. 한마디로 성공한 투자자가 된 것이다. 노신사는 오늘도 주린이를 위해 열변을 토한다.

“난 큰 욕심이 없어. 내 꿈은 슈퍼개미가 아니야. 그냥 동네 부자 되는 거야. 주식은 우울증사업이야! 100일 떨어지고 3일 오르거든. 개인들이 돈 벌겠다고 불나방처럼 주식시장에 뛰어 드는데 책 읽고 공부해! 몰빵하면 다 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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