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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리안    
글쓴이 : 신희영    24-02-27 14:07    조회 : 946
두리안
신희영

우리는 언제나 옆집 망고들이 부러웠어요. 그 옆집의 애플망고들은 더 부러웠어요. 어쩌면 저렇게 매끈하고 동그스름하게 생겼을까. 형제들끼리 보드라운 볼을 서로 맞대며 포근히 자라나고 있어요. 게다가 색깔은요! 노란 망고는 대낮의 환한 태양빛 같았고, 애플망고들은 숲 속으로 가라앉는 저녁의 석양빛 같았어요. 바람이 길게 불어올 때마다, 망고나무의 향긋한 향기가 여기까지 실려왔어요.
그리고 우리는 매번 울기 시작했죠. 가시 돋친 우리 커다란 몸과 지독한 냄새가 부끄러웠거든요. 

“너희는 저 작은 친구들보다 더 굉장한 삶을 살 거란다. 곧 여기에 도착할 호랑이가 너희들을 먼 곳으로 실어다 줄 거야. 그때까지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 무서운 모습을 해야만 하지.”
엄마는 울어대는 우리를 부드럽게 안고 달래며 말했어요.
“온 몸에 뾰족히 돋아난 가시는 작은 들짐승들을 피하기 위해, 몸에서 풍기는 고기 같은 냄새는 호랑이를 부르기 위한 거야. 호랑이 뱃속에 담겨 멀리멀리 여행하면 처음 보는 세상에 도착할 수 있어. 호랑이의 똥은 그 새로운 장소에서 너희들이 잘 자라기 위한 거름이 된단다.”
“호랑이는 어떻게 생겼어요?”
“보면 바로 알아. 노랗고, 검은색이고, 두 눈은 빛나고, 입은 크단다. 울음소리는 천둥 같아서 다른 짐승들이 두려워하지. 호랑이는 왕이거든.”
엄마도, 저편 언덕 할머니도, 산 너머 계신다는 증조할머니도 우리처럼 이렇게 영글어, 호랑이 뱃속에서 신비한 여정을 달린 후에, 땅에 떨어지고 뿌리를 내려 어른이 되어, 물을 마시고 잎을 돋워내고 가지를 뻗어 바람과 인사하며 백여년씩을 훨훨 살았다고 합니다. 하긴, 저 망고나무들보다 우리 엄마가 진짜로 더 크고, 더 높고, 훨씬 더 멋있긴 하죠. 왕이 미지의 세계로 직접 데려다 줄 만큼이요.
지금은 냄새 고약한 가시투성이 덩어리지만,
“너희들도 곧 멋지게 자랄 거야.”
엄마의 속삭임은 다정한 자장가였어요.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고요한 아침이었어요. 노란색 몸에 검은색 네 발이 달리고 번쩍이는 두 눈의 커다란 짐승이 우렁찬 울음을 내며 등장했을 때, 엄마가 말한 그 때가 왔음을 알았어요. 그 거대한 왕이 입을 열고, 우리를 뱃속 가득히 집어삼키고, 한번 더 으르렁거리더니 달리기 시작했죠.
우리는 어둠 속에서 기쁨으로 몸을 떨었어요. 이제 여행이, 진짜 삶이 시작되는거야. 하나 둘씩 헤어지고 나면,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겠지.
그러고 보니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못 했어요. 안녕 안녕. 내가 뿌리를 내리는 곳에서, 충분히 키가 자라고 나면, 멀리서나마 엄마가 보일까요? 벅찬 기대에 작별의 슬픔이 뒤섞여 형제들을 꼭 안아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서로의 몸에 돋아난 가시 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살을 맞대는 정겨움 대신, 우리는 가시들을 스치고 부딪치며 함께 음악을 만들 수 있으니 괜찮아요. 한 형제가 나직이 노래를 부르니 몇이 화음을 더했습니다.
곧 우리 모두는 높게 합창했어요. 
“낯선 숲에 떨어져, 껍질 위로 초록색 움을 틔우리, 그러면 어느 싱그러운 아침에….”



시장에 도착한 노란 트럭의 뒷문이 열렸다.
잘 영근 두리안들이 우르르 쏟아져 과일 매대 위에 진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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